“천안에 온지는 10년 정도 됐어요.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아픔을 겪으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어요. 시집을 비롯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1년 정도 됐어요. 신앙생활도 작년 11월부터 하게 됐구요. 이제는 몸과 마음을 좀 추스르고 새로운 인생을, 건강한 삶을 살고 싶어요.”
초여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던 날, 김은주 씨를 만났다. 그녀가 사는 곳은 삼룡동의 일명 ‘새동네’, 동여중 뒤편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이 곳은 이제 낡은 주택가가 됐지만 동네 이름이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새동네’다.
현재 우울증 등으로 인한 정신장애 3급 장애인으로 여러 가지 치료를 받고 있는 은주씨는 많은 상처를 가진 여자다. 그녀는 지난 세월의 아픔들을 씻어내고 얼마 전 이사 온 ‘새동네’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한다.
각종 질병, 우울증과 싸워
강원도 횡성이 고향이라는 김은주 씨. 정식 부부가 아니라 사실혼 관계였던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녀의 어린 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조부모 밑에서 컸던 그녀는 짧은 학교생활을 마치고 16살 때 지인의 소개로 청주의 봉제공장에서 일을 했다. 일을 하던 도중 만난 첫사랑과 2년여를 동거하다 헤어졌는데 그때의 상처로 첫 음독자살을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로 1년여의 병원생활이 끝나고 24살 때 가족의 소개로 맞선을 통해 12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했으나 행복하다는 느낌 한 번 받아본 적 없이 6년여 만에 이혼을 하게 됐다.
무슨 인연에선지 천안으로 적을 옮긴 뒤, 몸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았던 시절이 이어졌다. 극심한 우울증에 매일 많은 양의 신경정신과 약을 먹어야 했고 약 기운 탓인지 하루종일 잠과 무기력증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정작 더 힘들었던 것은 마음의 상처였다.
가족은 처음부터 그녀의 버팀목이 아니었고 수많은 상처들을 온전히 혼자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동안 십이지장 용종, 당뇨, 천식, 신우신염, 고지혈증, 고혈압 등 각종 질병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얼마 전까지는 발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는 ‘우렁발톱’ 증세로 걷기조차 여려운 상태였다. 몸 상태와 근로능력에 대한 검증 끝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지원을 받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최근에야 겨우 사회복지기관인 ‘비타민’을 통해 관리를 받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조금씩 정상생활로의 회복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경포대에 가보고 싶어요’
“3달 전에 협심증 수술을 받았어요. 의료비 지원도 받고 병원에서도 잘 해주셔서 다행히 큰 부담없이 수술을 마칠 수 있었죠. 여전히 약은 많이 먹어야 하고 위내시경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시려는 분도 많고 저 역시 이제야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제는 라면도 술도 먹지 않으며 몸을 추스르는 중. 조금만 더 힘이 붙으면 짧게 나마 나들이를 해보고 싶다는 은주씨.
“요즘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동안 우렁발톱으로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사람들과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다보니 늘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가능하다면 어렸을 때 가보았던 경포대를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어요. 거기에 마음의 짐과 그간의 회한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제는 좀 변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나에게도 따스한 햇살이 비춰지는 날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