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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위한 갑(甲) 을(乙) 관계 개선이 필요할 때

등록일 2013년05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강자와 약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장과 직원. 우리사회는 언제부터 모두 사회관계에서 종속적 관계를 이루며 조직화 됐다. 최근에 불거진 남양유업 파문이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의 관계가 얼마나 잘못된 종속 관계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이같은 ‘갑의 횡포’는 남양유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유·식품·프랜차이즈 업계의 전반적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기회에 업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불공정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법적으로 동등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결코 대등하지 않은 뿌리 깊은 불평등이 자리잡고 있다. 과도한 승자독식 문화가 전근대적인 계층의식과 만나 이런 갑의 횡포 현상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 사건 전에도 대기업 임원이 항공기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 대기업 임원은 여승무원에게 ‘라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수 차례 라면을 다시 끓여오게 하고 잡지로 머리를 때리는 등 추태를 부렸다. 이 사건은 국내외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공기업은 사과했고 ‘라면상무’로 지칭된 임원은 여론의 공세에 밀려 회사를 그만두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들 사건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힘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 또는 기업 본사인 갑(甲)이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힘없는 사람인 을(乙)을 무시하고 괴롭히는 반이성적 행동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하늘을 떠받치는 첫 번째 기둥(갑)과 두 번째 기둥(을)은 사실은 이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논쟁의 핵심인 갑과 을의 관계가 최근의 문제만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다. 갑과 을의 관계, 즉 불평등한 계약관계의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는 지주와 소작농이라 할 수 있다. 사장이 직원을 폭행하거나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욕설을 하는 것은 일종의 천민 자본이 낳은 부조리한 사회 현상이다. 노동이나 서비스를 대가로 재화를 지불하는 형태는 지극히 단순한 계약 형태고 어디까지나 인격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일 등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다. 갑은 은전을 베풀고, 을은 어떠한 처분에도 응당 감사해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레 내재돼 있다. 지주가 소작농 가족의 명줄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내 땅에 농사 짓고 싶지 않으면 관두라는 식이나, 물건값 깎기 싫으면 납품하지 말라는 말은 같다.

이런 사회적 현상 속에서 을의 반란은 사회적 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갑을 논란이 전 산업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는 R&D 계약 때 ‘갑을’ 관계를 삭제토록 했고 금융사의 횡포와 관련된 민원도 지난해 10만 건이나 쏟아진 것으로 집계되는 등 편의점, 택배업 등 ‘을의 눈물’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의 그 ‘갑’의 파행이 양파껍질마냥 벗겨지고 있다. 그리고 ‘을’의 반란은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조선시대의 신분사회라면 설령 ‘갑’의 실수도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갑의 지위에 있다 할지라도 단 한 번의 실수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갑에 위치에 있는 특권층의 자성이 필요하다. 들판의 이름 없는 꽃도 함부로 꺾으면 안 되는 법이다. 유명하든 아니든, 힘과 지위가 있든 없든,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어느 누구라도 남에게 함부로 굴 권리를 가진 이는 없다. 돈과 힘을 앞세워 을에게 부당한 대우와 요구를 서슴지 않은 몰지각한 ‘갑’들의 이런 행태는 ‘을의 눈물’이 ‘을의 반란’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한다.

또한 우리사회에 그늘진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등 당국이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나아가 정치권이 하나되어 국회 입법을 통해 ‘갑’의 권력 남용과 횡포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이승훈 편집국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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