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하 충남장애인부모회 천안지회장
“설마설마 하다가 충격에 빠지고 만 사건이죠. 믿고 맡겼던 공립학교에서 그것도 교사가 아이들을 성폭행 하다니요. 하지만 이 사건이후 누구하나 나서서 책임지는 사람도, 학부모들의 바람대로 무엇하나 시원하게 처리된 것이 없습니다. 작년부터 20여 회 가까이 공판을 방청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어서 이 재판이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4월15일 오전10시, 대전지방고등법원 제316호 법정에서는 ‘천안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리는 인애학교 성폭력사건의 항소공판이 열렸다.
인애학교 성폭력 사건은 천안의 공립특수학교인 인애학교에서 교사로 재직중이던 이모씨가 지적장애가 있는 여자 제자들을 상대로 수차례 상습적인 강간 및 강제추행, 협박을 저지른 사건이다.
지난해 9월 재판부는 피고 이모씨에 대해 징역 20년과 전자추적장치 부착 10년, 신상공개 10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18년 보다 중한 양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피고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고 재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 공판은 피고가 신청한 새로운 증인의 채택여부를 두고 공방만 벌이다 별 진척없이 마무리 됐다. 이날 사건을 방청하기 위해 아침부터 대전에 내려간 인애학교 학부모 10여 명과 천안인애학교대책위 관계자들은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 사건이후 학부모들은 너무나 힘듭니다. 피고는 물론 교육청과도 싸워야 할 부분도 많아요. 교육청은 강력한 수비수처럼 일관된 모습으로 부모들의 기대를 좌절시키고 피고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며 재판을 장기화 시키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과정에서 힘을 모야야 할 사람들끼리 오해와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인애학교 학부모로서 뇌병변·청각 중복장애를 가진 스물한 살 아들의 아버지인 박병하 회장은 언제까지 이 재판이 이어져 학부모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지 걱정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비장애아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게 키운 아이들을 믿고 맡긴 학교에서 벌어진 있어서는 안 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커다란 충격과 아픔이 아물기는 커녕 점점 곪아가고 있어요. 가해자의 처벌도 처벌이지만 피해학생과 부모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정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판이 어서 마무리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재판이 진실에 기초해 바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 회장의 바람은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