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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무너진 몸과 마음, 추스를 겨를도 없는 싱글맘 이서현씨(가명·43·목천읍)

등록일 2010년04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복지사와 상담중인 이서현 씨.

한때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으로 90㎏가까이 불었던 몸은 현재 50㎏도 안 될 것 같은 반쪽으로 줄어들었다.
결혼과 출산이후 행복과는 점점 멀어지기 만한 그녀는, 이제 두 자녀는 물론 본인 스스로를 추스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엄마의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 만 10살인 딸 현아는 그저 밝아보이기만 했다.
현재 엄마 서현씨는 혈액순환장애를 앓고 있고 4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단기기억상실증과 알츠하이머 초기를 의심받고 있으며 가볍지 않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무관심하고 무능력했던 폭력 남편

고향이 서울이라는 그녀가 친구의 소개로 전 남편을 만났던 것은 지난 97년 경이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강원도에서 신접살림을 꾸렸던 그녀는 2년여를 그곳에 살다 지인이 있는 천안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남편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이후로는 어떤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무관심하고 무능력한 사람이 된 남편. 육아나 가사를 돕는 일은 고사하고 그녀가 새벽 일을 하러 나갈 때도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기는 일조차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현아씨와 아이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했다. 아직도 아들 현수는 엄마의 목을 조르던 아빠의 모습을 기억한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까지 상처를 줄 수 없던 그녀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그녀의 삶은 이후 더욱 더 거친 가시밭길로 들어서게 된다.

어떻게든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혼 후 한 달을 넋 놓고 있었다던 그녀.
아이들을 탈 없이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은 그녀에게 무엇보다 우선되는 절대 가치였다. 그녀는 당장 인력회사를 찾아갔고 일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파출부로 두 집을 뛰었다. 이후 저녁 6시반, 7시쯤 집에 잠깐 들어와 아이들을 챙기고는 바로 저녁8시반에 나가 다음날 까지 밤샘영업을 하는 해장국집과 레스토랑으로 일을 나갔다. 하루 20시간에 가까운 노동.

당시 6살이었던 현수는 엄마가 냉동실에 얼려놓은 밥을 렌지에 데워먹었다. 하지만 더 어린 동생 지수는 그것조차 가르쳐주기 전이어서 언 밥을 먹을 때도 있었다고. 종종 생기던 마음 아픈 사건들은 엄마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기는 듯 했다.
2년여 정도 그런 무리한 생활을 하면서 서현씨의 몸은 차츰차츰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전화기 버튼도 누르기가 불편해질 정도로 혈액순환이 잘 안되기 시작했고 몸 오른쪽에는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5월에는 결국 혈관수술을 받았고 8월에는 평활근종으로 자궁적출수술까지 받았다. 

당시 어느 때보다 몸을 챙겨야 할 때였지만 때마침 중앙시장에서 노점자리를 알아 볼 수 있다는 말에 서현씨는 퇴원 이틀만에 다시 일거리를 찾아나섰다.
결국 그녀의 책임감을 감당하지 못했던 몸은 더욱 심각하게 고장이 나버렸고 그녀는 마침내 자포자기의 상태로 접어든다. 대인기피 증세마저 보이던 그녀는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우울증약을 복용하는 중이다. 이후 단기기억상실 증세까지 생겼다. 대학병원에서는 최근 알츠하이머 초기증세를 의심하며 정밀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아낌없이 뒷바라지 해주고 싶지만…

서현씨는 다행히 복지사의 도움으로 2007년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고 천안성정복지관이 후원자를 연계해 줘 매월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일을 하지 못했던 기간의 생활비와 투병기에 졌던 사금융 빚 때문에 생활은 여전히 힘들기만 하다. 현재 관리비 체납액이 400만원 가까이 되다보니 오는 4월15일이면 단전·단수가 될 예정이다. 
공부도 잘하고 욕심이 있는 아들 현수 생각을 하면 책도 사주고, 원하는 학원이라고 보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지친 엄마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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