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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만 대전·충남시도민은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말한 박성효 대전시장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
[# 장면1] “350만 대전충남시도민은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경의를 표한다.”
3월10일(수) 오전 대전·충남 지역 업무보고를 듣기 위해 대전시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성효 대전시장이 전한 공식인사말 중 일부다. 잠깐 박 시장의 이 대통령께 전한 공식 인사말의 일부를 더 들어보자.
“대한민국의 성공은 많은 나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말씀대로 우리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었듯 국운이 융성할 때 함께 힘을 모으면 반드시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350만 대전충남시도민은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경의를 표합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환영하며 감사드립니다.”
[# 장면2] 장면을 되돌려 이 대통령이 대전시청에 들어설 당시의 상황을 보자.
환영객 300여 명이 미리부터 운집해 있었다. 이 대통령이 시청에 들어서자 “이명박 대통령, 사랑합니다”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5분여 동안 환영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환영객들이 이 대통령을 향해 또 다시 외쳤다.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시청 곳곳에 걸어 놓은 플래카드에는 “대통령님 덕분에 경제가 살아나고 있어요” “경제는 역시 이명박 대통령님” “세종시는 정치논리보다 민생으로 해결” 등이 새겨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에 찬성하는 단체들의 이름이 함께 쓰여 있었다.
[# 장면 3] 대전시공무원노동조합 서정신 위원장도 주목을 받았다. 서 위원장은 이날 이 대통령이 시청 현관에 도착하자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직접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대전시 공무원노조가 타 지역 노조와 비교해 상당히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답례했다.
칭송 받을 만한 사람에게 대전시민을 대신해 대전시장이 진심어린 인사말을 전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을 향한 대전시장과 대전시청 노조위원장, 그리고 일부 대전시민들의 발언은 사실을 자의적으로 왜곡했다.
우선 대전충남 지역민 대다수는 이 대통령이 앞장서서 벌이고 있는 ‘세종시 수정’에 맞서 ‘원안사수’를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대구에 가서는 대구를 ‘R&D특구’로 지정하겠다고 하고 광주에도 ‘R&D특구’를 지정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이 대통령이 방문도 하기 전에 대전 시민들이 ‘R&D특구 확대 지정 반대’를 외치며 반감을 표시해 왔다. 하지만 박 시장은 세종시 수정에 대한 지역민의 반대여론과 ‘R&D특구 확대 지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단 한마디도 전하지 않았다.
대전시장은 역으로 충남도지사 역할까지 자임해 가며 “350만 대전충남시도민은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대전시장이 충남도지사 자리까지 겸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청와대 측의 사전행보도 박 시장의 행보와 찰떡궁합이다. 청와대는 사전 지역여론을 듣겠다고 200여 명을 초청했지만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관련 시민사회단체 및 관계자들은 초청 대상에서 쏙 빼놓았다. 미리부터 원하는 목소리만 듣겠다고 의중을 드러낸 셈이다.
이 대통령의 인사말도 일방적이다. 이 대통령은 “저는 항상, 일이 어려울 때마다 ‘왜 내가 이 시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을까, 왜 역사에 없는 최고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며 “그것은 나라를 위해서 사심 없이, 정직하게, 성실하게, 나라의 기초를 다지고, 굽어진 것을 바로 펴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그래서 다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라고 나를 대통령으로 시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종시와 R&D특구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논리를 적용해선 안 된다. 오로지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이라는 ‘국가 백년대계’를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과 4대 강 정비는 곧은 것이고, 지방민들의 ‘원안추진’과 하천정비 반대 요구는 굽고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배어 있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이날 이 대통령의 대전방문을 자화자찬했다. 대전시는 각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빌어 이 대통령 방문에 이렇게 평했다.
-시 관계자는 “해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가신 기분”이라며 “기대했던 것보다 이 대통령의 대전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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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사전 지역여론을 듣겠다고 200여 명을 초청했지만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시민사회단체나 관계자들은 초청 대상에서 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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