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이달중 집 철거예정,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

아이 둘 키우며 조마조마 살아가는 모자가장 강연주 씨((38·성환읍·모자가정)

등록일 2010년03월0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강연주씨 가족.

“3월달에 지금 제가 사는 집을 관통하는 소방도로가 뚫린대요. 구청에서는 미뤄져야 한달 이내라고 서두르라고 하는데 정말 막막하기만 해요. 아이가 하나만 있어도 어디 숙식가능한 식당에라도 취업을 하겠는데…”
지난주 만난 성정복지관에서 만난 강연주씨는 며칠 전 폐렴에 걸려 엄마를 보채는 둘째 건이를 추스르며 연신 걱정을 쏟아냈다.
정해진 수입 없이, 아버지가 없는 어린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그녀의 삶은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피폐해져 가고 있었다.

임신과 이별, 그리고 무속인의 삶

올해 서른여덟인 그녀의 삶은 여느 사람들과는 굴곡이 달랐다.
20살 때부터 어머니와 누나를 등지고 출향한 그녀는 강원도에서 생계를 구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이 사업을 통해 돈을 모으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년여 간 고생을 하고난 끝에 결국 빚만 지고 경기도 안성에서 지인의 신세를 지는 처지가 됐다.

강씨는 안성에서 큰 딸인 여진이의 아빠를 만났다. 남자는 생활력이라고는 아예 없었지만 심신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그녀는 약간의 관심과 온정에 모든 것을 맡길 만큼 불안하기만 했다.
결혼식도 혼인신고도 없이 살던 남자는 특별한 계기도 없이 강씨를 떠나갔다. 막막했던 그녀는 하도 답답해서 점집을 찾아갔고 거기서는 또 무슨 운명이었는지 신내림을 받게 된다. 예전부터 남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어림잡아 짚어내 신기해했었지만 그런 운명일 줄을 미처 몰랐었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천안 문화동에 터를 잡고 무속일을 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타인의 도움을 안 받고 여진이 하나 키우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 여진이의 성도 본인의 성인 강씨로 바꾸고 그녀는 모진 삶을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1년 후 집세 문제로 성환으로 이사를 가게 된 이후, 그녀의 삶은 다시 바닥을 모르는 심연에 가라앉게 됐다. 거기서 2007년 말 어떤 인연에서였는지 건이의 아버지를 만났다. 
하지만 그 역시 임신사실을 알게 된 후 자연스레 그녀를 떠났다. 이후 강씨는 임신중독증에 걸렸고 건이는 8개월 만에 미숙아로 태어났다.

100일이 될 때까지 계속 아팠던 건이를 보살피며 들어간 병원비, 생활비로 그동안 조금이나마 모아놓았던 돈은 어느덧 빤한 바닥을 보였다. 일을 못하게 되면서 일이 아예 끊기고 지난 2~3년 전부터는 월 3만원을 벌기도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그녀는 막다른 벼랑으로 몰리고 있었다.

건이가 조금 더 클때까지만…

예전에 강원도를 떠나면서 진 빚 때문에 그녀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인 때도 있었다.
다시 호적을 살리긴 했지만 현재도 신용불량 상태로 어떤 경제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지원되는 것이라고는 차상위 계층으로 지정돼 받는 여진이의 유치원비와 5만원의 지원금이 전부다. 

차상위 계층의 경우, 보통 자활근로를 통해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아이가 둘이다보니 무엇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삶의 의지만큼은 누구보다도 뜨겁다. 

“건이가 조금만 커서 어디에 맡겨 놓고 잠시나마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다면 훨씬 나을 거에요. 1~2년 정도의 시간만 있다면 저 혼자 일어날 수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어린이재단 성정복지관은 그녀의 사정을 알고 우선 당분간 병원비 및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이번달 철거를 앞둔 그녀의 주거 환경은 그녀를 계속되는 불안으로 내몰고 있다.
<이진희 기자>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