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지역 주류회사에서 경비를 제공받아 해외 공짜취재를 떠나 비난이 일고 있다. 게다가 박성효 대전시장의 방문 일정과 상당 부분 중복돼 있어 기업홍보성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의 홍보성 취재 성격이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소주생산업체인 ㈜선양의 지주회사인 에코원 선양에 따르면, 대전·충남지역 언론사 기자 15명이 2월25일~3월3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세이셸로 떠날 예정이다. 에코원 선양이 주최하는 세이셸 마라톤대회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오는 2월28일 열리는 세이셸 마라톤을 취재한 후 두바이를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다. 에코원 선양은 매년 대전에서 열리는 숲속 길을 달리는 피톤치드 마라톤과 맨발로 달리는 마사이마라톤을 본떠, 지난 2008년 2월부터 아프리카 세이셸에서 매년 약 300여 명이 참여하는 마라톤대회를 열고 있다.
세이셸은 아프리카 동남부의 ‘초미니 국가’로 인구 8만7000명에 면적은 제주도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2008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131달러에 이를 만큼 아프리카에서 가장 소득이 높고 유럽인들에게 인기 높은 고급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바닷가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높은 지대로 옮겨가야 하는 피해를 보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알리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에코원 선양 관계자는 “한꺼번에 모든 지역기자들이 동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어 이번 방문단에 포함되지 않은 언론사의 경우 매년 연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꼭 취재가 필요하다면 해당 언론사에서 비용 부담해야”
하지만 동행하는 해당 언론인 대부분의 취재비용을 회사 측에서 제공하기로 해 홍보성 공짜 해외취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자들의 직업윤리를 규정하고 있는 언론인 윤리실천요강에는 ‘이해당사자로부터 금품, 향응, 무료여행초대, 취재여행의 경비 등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기업 취재가 공정성을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전·충남민언련 관계자는 “꼭 취재가 필요하다면 해당 언론사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언론사와 기자들이 대거 홍보성 해외 공짜취재에 동행하는 것은 언론윤리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이라도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은 해외 공짜취재를 거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에코원 선양 관계자는 “마사이 마라톤 등 우리 회사가 주관하는 여러 대외적 프로그램이 많은데도 지역 언론인들이 평소 많은 관심을 가져줘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세이셸은 생태환경과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기 때문에 언론인들에게 견학의 기회를 줘 공익적 측면에서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기자들의 이번 일정 대부분은 박성효 대전시장의 아프리카 세이셸 방문 일정과 상당 부분 겹쳐 있다. 박 시장은 아프리카 세이셸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문하며 조웅래 ㈜에코원 선양 회장이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