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천보건지소 공중보건의 서효재 씨.
얼마 전 천안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한파를 열정으로 녹이는 한의사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분 한분 내 부모님 대하듯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너무나도 많은 감동을 받았다. 어쩌면 저다지도 자상하고 친절한지…’등 제보자가 정성껏 올린 글에는 고마운 마음이 뚝뚝 묻어 나왔다. 얼마 후 기자에게도 직접 제보가 들어왔다. ‘이런 분이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줄 수 있다면 상이라도 주고싶다. 알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미리 보건지소에 연락을 했더니 환자들이 줄지어 있어 오후 5시쯤에서야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진료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개괄적인 설명을 해 준 직원은 “한방환자만 하루에 70~80명이 찾아오신다. 어쩔때는 점심도 못 먹고 진료를 할 때도 있다”고 귀띔한다.
보건지소에 이렇듯 주민들이 몰리는 사례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의 따뜻함은 주민들의 마음을 정성껏 어루만지고 있는 듯 했다. 드디어 마주하게 된 서효재 씨는 올해 막 서른살의 젊은 한방 공중보건의로 다음달이면 전역을 앞두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이 찾아오시지는 않으셨어요. 보통 5~10명 정도셨죠. 1년이 지날 쯤에도 많아야 20~30명이셨는데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작년 가을걷이가 끝난 후 부터는 매일 70명이 넘게 오세요. 9시에 와서 4시에 침을 맞고 가시는 분도 계실 정도입니다. 이거 더 많이 오게 되실까봐 걱정인데요?(웃음)”
공중보건의로서의 복무기간은 3년. 대구가 고향인 서씨는 처음 1년을 충남의 30여 개 섬을 돌아다니며 진료하는 충남병원선에서 보냈다. 그 후 2년은 지금의 목천보건지소에서 봉사중이다. 처음에는 충청도 특유의 애매함과 느긋함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어느덧 적응이 끝나고는 그 속 깊은 정의 푸근함을 담뿍 느끼게 됐다고.
보건지소를 찾은 주민들은 서씨가 떠나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목천읍 이장단은 전역을 앞둔 그에게 감사패라도 만들어주자며 뜻을 모으고 있다.
“고맙다며 할머니들이 직접 상수리 쑤어다 주신 상수리 묵. 명절이면 직접 담갔다며 갖다 주신 술. 모두 잊지 못할 거에요. 목천은 환자들을 대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제가 한의사로서의 자신감을 굉장히 많이 가게 해준 곳입니다. 따뜻한 정이 넘치던 이곳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