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강도 발언’에 대해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 누구냐”며 “마치 사돈 남 말하듯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9일 충북도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으며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움을 멈추고 서로 힘을 합쳐 물리치고 강도가 물러가면 다시 싸운다, 또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10일 오전 열린 당5역 회의에서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약간 어리둥절한 생각이 든다”면서 “누가 누구에게 싸움을 걸어 왔나, 누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느냐”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법까지 제정되고 대통령 자신도 수십 차례 국민 앞에 확약한 원안을 갑자기 뒤집어서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 누구인가”라면서 “원안대로 가면 아무 소란도, 싸움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명박 대통령이 양심이니 국가백년대계니 하면서 원안을 뒤집어 소란이 나고 싸움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싸움을 걸어 온 이명박 대통령이 오히려 왜 싸우냐 하면서 원안 유지 쪽에 대해서 탓을 하고 있다”며 “마치 사돈 남 말하듯 하고 있다”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싸움을 그만두자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싸움을 걸어온 쪽이 싸움을 그치고 제자리도 돌아가면 모든 것이 끝난다”며 “수정안을 철회하면 세종시 싸움은 깨끗이 끝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어 “경제와 남북문제 등 중요한 국가현안 문제가 우리 눈앞에 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 문제의 갈등 대립을 하루 빨리 끝내고 다시 국민의 의지와 힘을 모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하루 빨리 세종시 수정안을 거두어 달라”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이 총재는 이 대통령이 이날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청주공항 항공기 정비센터 및 정비복합단지 유치 지원 등을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사업들은 충북의 오래된 숙원사업이고, 선거 때마다 정당과 후보들이 공약한 내용들”이라며 “취임 2년이 된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들을 외면하던 대통령이 이제 와서 부랴부랴 해결해 주겠다고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한번 훼손된 신뢰는 쉽게 치유되지 않고,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모든 약속을 들을 때마다 세종시 약속 파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무신불립(無信不立, 신의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의 교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