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카매니저 대표 이주영 씨.
“별 것도 아닌 일인데, 이렇게 오시는 걸 보니 세상이 참 각박하긴 한가 봅니다.(웃음) 무슨 큰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민망하네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내던 올해 만 36세 이주영씨는 백석현대 아파트 건녀편에서 작은 자동차 외형복원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끝날줄 모르는 불경기로 영업은 그럭저럭 이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그가 매월 잊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이웃 주민들을 위한 기부다. 이씨는 지난 2008년 12월부터 매월 백석동 주민센터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라면 10여 박스를 전달하고 있다.
“제가 원래 동면 출신이예요. 일찍 사회 나와서 결혼해 애도 둘 낳고 직장생활, 사업하면서 쪼달리며 살았죠. 그러다 IMF때 그나마 있던 돈 다 날리고 빚만 잔뜩 지게 됐었답니다.”
친구들과의 연락마저도 하나둘 끊겨 가고 모든게 막막하게만 느껴질 때 였지만 이씨가 좌절한 시간은 잠시뿐이었다.
이씨는 사업 때문에 진 빚 8000여 만원을 1년6개월여 만에 단박에 갚아버렸다.
“정말 지독하게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어요. 막둥이, 갓난아이를 화물칸에 태우고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일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죠. 새벽에 우유배달, 낮에는 택배기사, 밤에는 야간세차로 투잡, 쓰리잡 하다보니 그래도 생각보다 금방 정상궤도에 오르게 되더라고요.”
이씨는 빚을 다 갚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이들을 좀 도와야 겠다’하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하지만 사람 마음은 쉽게 변하기 마련. 이씨도 ‘여유가 되면 해야겠다’로 바뀌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던 그는 결국 ‘어렵더라도, 어려울수록, 더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것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3~4개월을 기부하다 결국 동의를 얻어 아내의 이해도 구했다.
“매달 말일 기부를 하는데 그걸 안하면 한달을 제대로 마무리 하는 느낌이 나질 않아요. 주는 사랑이 더 크다고 오히려 제가 느끼는 기쁨 보람이 훨씬 크답니다. 아이들한테도 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죠. 아직 저도 월세살지만 다FMS 분들도 이런 기분 함께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