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28살 미혼모인 그녀의 삶은…

희망2010 박정은(가명·28·원성2동·모자가장)

등록일 2010년01월2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박정은씨(28,가명,미혼모자가정)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모자가장의 삶은 대부분 힘겨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모자가장이 아니라 미혼인 모자가장이라면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훨씬 더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하고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시선들까지 감당해야 하는 삶은, 타고난 본성과 무관하게 사람을 위축시키고 폐쇄적으로 만든다.

이제 만 28살인 박정은 씨. 요즘에는 노처녀라고 조차 할 수 없는 나이지만 그녀는 이미 동생 둘과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미혼 모자가장이다.
얼마 전 입사한 공장에서 막 일을 마치고 저녁 6시반 경, ‘천안여성의 전화’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그녀는 언뜻봐도 피곤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저녁 8시경이면 다시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투잡을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많지 않은 시간을 의식해서인지 그녀는 그간 겪어 온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주저없이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사연들을 들으며 기자는 몇 번이나 놀랐다. 조정래의 ‘한강’ 등에서나 봐오던, 60·70년대 산업화 초기에나 있을 법한 신파스런 시골 여성들의 고난이 2000년대를 사는 그녀로부터 버젓이 재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설에나 나올법한 시련들

전라남도 곡성이 고향이라는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때 광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던 그녀의 가정은 일찌감치 불안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학교 시절, 그녀는 세들어 살던 집에서 주인집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동생마저 눈치를 챈 상황이었지만 당시 정황상 어머니에게는 한동안 알릴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어린 그녀의 삶은 이후에도 거친 세파에 휘둘리기만 했다. 

야간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직공장, 대학교 사무실 등에서도 일을 하면서 차곡차곡 2000만원 가까운 돈을 모아 보기도 했지만 38살이나 된 남자와 본의 아닌 동거를 하면서 몸도 마음도 다치고 돈도 거의 강탈당하다시피 했다.

결국 그의 해코지를 피해 도망오게 됐다는 천안. 2003년 8월 어머니의 친구가 살고 있다는 것만 알 뿐, 아무 연고도 없는 충청도 천안에 그녀는 자리를 잡았고 가족들도 하나씩 모여 살게 됐다.
천안에 올라오고 처음 약 2년간 말 못할 일을 하던 그녀는 40에 가까운 한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됐다.

“엄마는 욕을 하시면서까지 애 낳는 것을 적극 말리셨죠. 하지만 저는 중절이나 입양은 생각도 안 했어요. TV에서 그런 걸 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어쨌든 소중한 생명이잖아요…” “……” 그런 그녀의 말에 기자는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그녀의 바람이 욕심은 아니건만…

어느덧 그 딸이 19개월째가 되고 생활은 더 궁핍해지면서 박씨는 결국 최근 한 공장에 들어갔다. 새로 들어간 공장은 아직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아 시급 3500원에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5시30분까지 기계처럼 일해야 한다. 하지만 가정 형편을 생각하면 아이와 떨어져 여전히 투잡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평일에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딱 그 2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천안여성의전화’가 빌려준 월세방 보증금 500만원이 빚이고, 의료보험료가 약 80만원, 핸드폰 미납요금이 100만원 가량이나 된다.
“주말에는 아이를 볼 수 있고, 어느 정도 월급도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기가 있는 미혼모라 불안해선지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어디 좋은 일자리 없어요?” 극단에 서 있는 그녀의 바람은 결코 욕심이 아니건만 현실은 녹녹치가 않다.
“그저 가족들하고 밥 삼시세끼 먹고 세금 같은 것 안 밀리고 아기 키우는데 큰 문제 없으면 좋겠어요. 꿈은 부자되는 거죠 뭐.”

당찬 외모와는 달리 대책없이 순수한 그녀의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한동안이나 더 허전하게, 더 안쓰럽게 만들고 있었다.
<이진희 기자>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