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부처를 세종시에 옮겨놓고 나면…세계 모든 나라가 경제 전쟁인데 지난 1년간 일하면서 경제 부처 장관을 1주일에 2~3번, 아침 조찬 새벽 같이 모여서 해외에서 연락할 것을 하고, 국내 조치할 것을 해왔습니다. 서울에 6개월 와 있어야 합니다. 이래서 정말 되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해 11월27일 밤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 방침을 밝히면서 한 얘기다. 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면 모든 나라가 경제 전쟁인데 부처장관들이 서울에 몇 개월씩 와 있어야 하는 행정비효율이 극심해 계획을 수정해야 겠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이 대통령의 말과는 다른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 정부 부처 주무 장관들이 아침 밥숟가락을 놓기가 무섭게 세종시로 몰려오고 있다. 유가급등에다 환율하락, 물가인상 등 나라 전체가 전쟁 상황인데 말이다.
취임후 7차례 방문…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총리’
정운찬 국무총리는 직함을 바꿔 달아야 할 것 같다. 챙겨야할 국정현안을 챙기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세종시 총리’다.
정 총리는 지난 9월 취임 후 지난 11일까지 7차례나 충청지역을 방문했다. 압권은 새해 첫 집무가 시작되는 날부터 예정된 ‘청와대 신년교례회’마저 빠지고 ‘대전일보 신년 교례회’에 참석한 일이다. 폭설로 수도권 교통이 마비되는 교통대란이 일어났지만 ‘세종시 총리’답게 그는 대전일보 신년 교례회에 참석해 ‘세종시 수정안 홍보’로 집무를 시작했다. 정 총리 스스로 대전일보 신년교례회 참석은 “대통령의 뜻”이었단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종시특임장관이다. 그는 취임 이후 아예 세종시에서 숙식을 하며 살다시피 했다. 총리와 특임 장관이 이러할진대 나머지 부처 장관은 말해 뭐하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도 반기는 사람 없는 충청권을 제 집 드나들듯 오가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오는 총리, 오는 장관을 탓할 수밖에 없는 것. 이들의 방문이 세종시 민심을 챙기고 듣기위한 ‘민심탐방’보다는 ‘민심교란’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말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충청권을 방문해 “세종시 원안을 고집한다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다른 지역에 줄 것”이라고 협박하고 “우리나라는 떼법과 ‘배째라법’이 제일 먼저”라고 말하기도 했다.
총리실은 지난 11일 대전MBC와 대전 KBS, 대전방송(TJB) 등 대전충남 지역방송 3사가 기획한 정운찬 국무총리 출연 ‘세종시 발전방안 대토론회’와 관련,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되도록 만든 방송대본까지 만들어 방송사에 제시했다. 사회자 클로징 멘트에는 “요란한 정치적, 이념적 구호보다는 과연 우리나라와 충청인의 미래에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썼다.
총리실은 또 세종시 원안에 반대하는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연기지역 유지들을 중심으로 한 독일해외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국정원은 ‘정치관여 금지’조항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충남 공주·연기 지역주민들 속으로 들어가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대놓고 회유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및 국무총리실의 세종시 수정안 홍보문건은 세종시 수정 여론조작의 결정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