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교복 가격인하로 방문학생 ‘주춤’
“훼방이냐 VS 생존전략” 브랜드교복과 힘겨루기…해결과제
|
아산시 교복공동구매연합추진위원회는 2010년 동복 공동구매에 역대 최대규모인 11개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공동구매 성사를 알리는 플랜카드. |
관내 11개 중·고등학교가 연합한 아산시 교복공동구매연합추진위원회(이하 공동위)가 공동구매 계약에 성공해 2010학년도 동복의 구매를 시작하고 있다.
이번 연합공동구매는 신정중, 아산중, 온양중, 온양여중, 한올중, 용화중 등 6개 중학교와 아산고, 온양여고, 한올여고, 용화고, 온양고 5개 고등학교 등 총 11개 학교에서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공동위에 따르면 2009년 11월13일, 2010년 1월5일 두차례에 걸친 공개입찰을 통해 동복은 시중 판매가 27만5000원의 54% 수준인 14만8000원으로, 하복은 시중가 13만4000원의 40% 수준인 54000원으로 공동구매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구매는 지난 2007년 신정중학교에서 단독으로 시도한 이래 3년만에 11개 학교가 참여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아산 교복공동구매 연합추진위원회는 11개 학교 중 지난 2009년 11월13일 중학교 6개교와 아산고 등 7개고를, 올 1월5일 아산고를 제외한 나머지 고등학교에 대해 입찰을 실시해 미치코런던학생복 업체에서 아산고, 온양여고, 온양여중, 온양중, 신정중 등 5개 학교를, 런던베이직에서 용화중·고, 한올여중·고, 아산중, 온양고 등 6개 학교의 교복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동위는 이같은 내용의 플랜카드를 학교 등에 게시하고 각 학교홈페이지 및 교육청 홈페이지 등 인터넷 게시판에도 공지했으며,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각 가정에도 알리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2007년 신정중에서 시작…3년만에 11개교 참여
|
공동구매 업체에 진열된 교복들이 신입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
공동위가 이번 공동구매를 성사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공동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영근 위원장은 2007년 신정중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정중 단독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하지만 처음이었고 경험도 없어서 공동구매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단독 협의가 구매를 실시했다.
2008년 동복까지 협의가 구매를 실시한 후, 신정중 추진위는 교복시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많은 정보를 접하며 2008년 하복 공동구매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8년 하복 공동구매는 공동위의 기본 모델이 될 만큼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 최저가가 아닌 적정가로 뽑으려 했지만 지역의 교복업체가 입찰가격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고 시기가 촉박해졌다.
하지만 추진위는 교복을 맞추지 못하면 검은 바지에 흰색티를 입혀서라도 이번엔 공동구매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각오로 참여대상을 전국단위로 확대했고, 신정중과 비슷한 교복을 다루고 있는 대전의 한 업체가 참여해 촉박한 시간에 원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결국 절반수준의 가격으로 공동구매를 실시, 98%의 참여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공동구매를 추진하게 됐다.
이 공동구매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교복구매에 어려움을 겪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학생 20여 명에게 무상으로 교복을 제공한 것이다.
2009년 동복도 같은 방식으로 입찰을 준비했다. 하지만 4대 브랜드 교복업체에서 신정중만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면서 공동구매 참여율은 50%를 밑도는 저조한 성과를 이뤘다. 그럼에도 신정중 추진위는 2번의 노하우로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었다.
2009년 하복을 준비하던 2차 회의 때였다. 온양여중과 아산중이 벤치마킹을 온 것. 시기적으로 교과부나 교육청에서 공동구매에 관심을 갖고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교복의 거품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였다. 이후 용화중과 한올여중·고, 온양중 등 7개 학교가 참여하게 됐고 연합회를 구성하게 됐다.
이렇게 7개 학교가 참여한 가운데 실시한 2009년 하복 공동구매 역시 전국단위 모집에 적정가 선정 방식으로 진행했고, 지역의 4대 브랜드 업체는 참여하지 않았다.
시중가 13만원을 72000원으로 절반가격에 낙찰했고 지역에서 7800만원의 절감효과를 얻었고 500만원 정도의 무상교복이 어려운 학생에게 제공됐다. 학교가 확대될수록 커지는 공동구매의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0년 동복 공동구매에는 배방중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협의가 구매로 개별구매에 나섰고, 관내 4개 고등학교가 추가로 공동위와의 연합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11개교가 입찰을 실시했다. 동복과 하복을 함께 담당하는 것으로 지난해 11월13일과 올 1월5일 두차례 입찰을 실시해 각각 14만8000원과 5만4000원의 가격으로 두 개 업체를 선정하게 됐다.
브랜드업체 가격인하 응수…우리에겐 ‘생업’
|
대규모 공동구매에 브랜드업체들은 가격인하로 대응하고 있다. |
하지만 지난 8일부터 개시한 공동구매업체의 매상은 썩 신통치가 않다. 바로 브랜드 업체가 응수에 나선 것.
브랜드업체는 20~40%씩 세일을 시작했고 10만원 안팎으로 가격이 낮아지면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업체로 발길이 가고 있다. 공동위측은 이런 현상에 대해 공동구매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고 지역업체는 지역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지역업체를 배제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는 등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동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때도 신정중만 교복값을 내려서 어렵게 하더니 이번에도 또 이런식을 훼방을 놓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교복가격의 거품이 빠지는 현상이니까 바람직하겠지만, 공동구매의 취지가 퇴색될까 걱정”이라며 “일부 학부모들은 가격차이가 많이 안나니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복을 사주겠다며 브랜드업체를 선택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년에 공동구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복값이 다시 오르는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일시적으로 공동구매로 인한 가격인하는 결국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공동구매 선정업체측도 “품질차이가 사실 거의 없다는 걸 학부모도 알지만 학생들이 원하니까 사주고 있다. 남학생은 80%가까이 구매하는 편이지만 여학생은 브랜드 선호도가 심해 상대적으로 방문이 적다. 8일 개시했지만 브랜드업체의 가격인하로 주춤하고 있다”며 “일부 손님들은 브랜드에 비해 원단에서부터 질이 떨어진다는 얘길 듣는다고도 한다. 대한주부클럽 같은 시민단체나 신뢰성 있는 기관에서 지역 교복업체의 품질을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해서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어렵다는 말은 브랜드업체도 마찬가지다.
한 브랜드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는 생업이고 10여 년동안 생계수단으로 교복을 판매하면서 3년간 AS도 어기지 않고 소비자에게 최선을 다해왔다. 공동구매를 방해한다고 굳이 표현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브랜드업체의 시스템상 시즌 전에 교복을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준비된 교복은 판매해야 할 것 아니냐”며 “출고가도 안되는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타산이 맞지 않아 어렵다. 그렇다고 타지역의 업체를 끌어들이면서까지 공동구매를 해야 하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또 공개 품질평가에 대해서는 “이미 배방중에서 협의가 구매를 위해 관내 업체의 교복을 모두 모아서 학부모들이 관람하고 평가한 적이 있다. 피할 생각도 없고, 오히려 우리의 품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고 받아드릴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교복 소비주체, 학생·학부모 의식 변해야
공동위는 소비자인 학분모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동위 관계자는 “아산에서 공동구매에 성공하면서 교복값이 내려간 것은 학부모들한테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이웃 천안의 경우 아산 브랜드업체와의 가격이 10만원씩 차이가 나고 있다. 천안업체에게 왜 차이가 나냐고 물으니 출고가는 같지만 판매가는 역량이라면서 아산은 공동구매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시장조사 과정에서 알아낸 정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하지만 이런 것이 일시적으로 끝나면 안된다. 소비자가 주도하는 교복시장을 위해서라면 교복을 보는 안목도 키우고 의식도 바꿔야 한다”며 “지금은 우리 아이가 입지만 후배들도 입고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거품으로 학부모의 생활고를 심화시키는 교복값의 병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학부모의 의식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업체를 배제했다는 지적에는 “1월5일 입찰에 지역업체가 참여했었는데 원단의 질감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끝내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공개입찰에 참여하면 얼마든지 서로가 수긍할 수 있는 협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업주와 의견을 나눴다”고 해명했다.
안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