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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9부2처2청’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
예상대로 ‘9부2처2청’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정부는 11일 ‘교육과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도시를 건설한다’는 구상이 담긴 ‘세종시 발전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당초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념을 전제로 한 부처 이전 대신 삼성, 한화, 롯데, 웅진 등 대기업을 유치해 경제도시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 건설은 정치적 신의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라면서 “어제에 발목이 사로잡혀 오늘을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어 “행정도시가 관(官) 주도의 과거식 개발계획이라면, 세종시는 과학기술이 교육과 문화와 어우러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인구 50만 명의 ‘미래형 첨단 경제도시’”라며 “대기업과 견실한 중소기업 그리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들어설 수 있는 충분한 입지를 새롭게 확보한 것도 원대한 목표를 구현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33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거점지역에 세계 첨단의 중이온 가속기, 3000 명이 넘는 국내외 과학자를 수용하게 될 기초과학연구원, 그리고 융복합 연구대학원 중심의 국제과학기술원” 등이 세종시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산업지구에는 고용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선도 대기업을 유치하여 연구와 생산이 결합된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미 삼성, 한화, 웅진, 롯데, SSF 같은 국내외 굴지의 기업이 입주 의사를 표명해 왔다”고 전했다.
정 총리가 밝힌 ‘세종시 발전방안’에 따르면, 중소 규모의 협력업체도 함께 입주시켜 고용을 원안보다 세 배 이상 높이고 생산을 대폭 확대하도록 지원하게 된다. 대학단지에는 고려대학교와 KAIST가 당초 약속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로 들어올 계획이다. 기초과학과 융복합기술-바이오메디칼 분야의 중심 대학원과 관련 시설도 200만 평방미터의 부지에 들어선다.
지난 2002년 9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건설’ 대선공약이 2005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일부 변형됐다가, 이번 수정안 발표로 인해 전면적인 변화를 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 전망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이르면 금주 중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충청권과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발전방안’의 가장 큰 골자는 ‘9부2처2청’의 부처가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산업, 대학, 연구 기능 중심의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뀌는 것이다.
우선 당초 2030년이었던 완공시기를 2020년까지로 10년 앞당겼다. 정부는 “세종시를 일자리 25만개와 인구 50만명, 자족용지 비율 20.7%, 신재생 에너지 사용량 15% 등의 자족 녹색도시로 만들어 중부권 첨단 내륙벨트 거점은 물론, 미래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관심을 모았던 민간기업 유치 부문과 관련 삼성과 한화 등 국내외 5개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LED(발광다이오드), 탄소저감기술 등 녹색산업 분야에 4조50150억원을 투자, 2만2994명을 고용하는 것으로 잠정 확정됐다. 삼성이 2조500억원으로 전체 민간 투자 중 절반이 넘고, 한화가 1조3270억원, 웅진이 9000억원, 롯데가 1000억원, SSF가 13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위해 내년부터 20년간 총 17조원이 투자되며, 이에 따른 고용효과는 20년간 연평균 10만6000명, 생산효과는 11조8000억원, 부가가치효과는 5조1000억원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내년부터 2015년까지 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세종국제과학원 산하에는 중이온가속기, 기초과학연구원, 융복합연구센터, 국제과학대학원 등이 들어선다.
대학의 경우 고려대와 KAIST가 각각 100만 평방미터 부지에 6012억원과 7070억원을 투자해 대학원과 연구기능 위주의 대학을 운영하기로 했다. 고등학교는 세종시 입주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자율형 사립고 한곳이 2012년 이전에 설치된다. ‘자율형+기숙형’ 공립고도 최소한 한곳, 외고와 과학고, 예술고, 외국인학교 또는 국제고도 각각 한곳씩 개교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시 원안에는 없었지만, 기업과 대학 등의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도 확정, 발표됐다. 부지 50만㎡ 이상 수요자에게는 인근 오송 등 산업단지의 절반 수준인 36만∼40만원/3.3㎡ 수준으로 제공한다. 또한 신규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3년간 100% 감면하는 등 기업도시 수준의 세제지원을 하기로 했고, 혁신도시에도 동일한 세제지원이 이뤄진다.
이 밖에 국내 최초의 도시형 국립수목원을 갖춘 중앙공원(280만7000㎡)과 아트센터, 국립도서관, 도시건축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가칭 천연약재박물관 등 문화시설의 건립도 추진된다. 광역교통망과 도시교통은 각각 3년, 15년씩 앞당겨 2015년까지 모두 완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입주 예정 기업·대학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각적인 여론 수렴을 위해 이달 중순경 국토연구원과 행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으로 공청회를 실시한다. 특히 오는 4월 국회에서는 행정도시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세종시 원안이 ‘과거 지향적 행정도시’라면 이번에 나온 수정안은 ‘미래 지향적 첨단 경제도시’”라며 “(수정안에 따라 개발되는) 세종시는 여타 지역에 발전 원동력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태신 실장은 ‘세종시 수정안이 결국 국가 균형발전 전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면서도 “국가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 제고도 국가발전전략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과 관련해서는 “입주 기업들이 들어올 지역은 대지가 아니라 주로 산지나 녹지”라며 “과학비즈니스 벨트가 조성되고 기업이 들어와 이 지역에 일자리가 창출되면 국가가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