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서 행복했던 희망 2009년.
경인년에도 어려운 이웃에 희망 전하는 신문 될 것
어느덧 2009 기축년이 저물고 2010년 경인년이 다가오고 있다.
천안교차로·충남시사신문이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이웃사랑 캠페인을 추진해 온 것도 벌써 만 5년째를 맞고 있다.
12월 현재, 희망2009 1004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천안·아산 시민들은 참여자수 기준으로 954명이고, 금액은 월 평균 180여 만원이 넘는다. 지금껏 본보를 통해 소개된 사례는 72건에 달하고, 내년 1월이면 지원된 성금만 1억원이 돌파할 예정이다.
올해 역시 본보는 천안·아산에 살고 있는 희귀병·난치병 환자, 모자가정, 극빈가정 등 어려운 환경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을 발굴·보도했고 작지만 소중한 울림을 이끌어냈다.
올 2월부터 12월까지 천안·아산 시민들의 성금을 지원받은 10가정은 올 한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본보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이들의 근황을 전하고 그동안 성금모금에 참여해준 후원자들과 본 지면을 아껴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천안교차로·충남시사신문은 다가오는 2010년에도 지역사회 기부나눔 문화의 모범이 된다는 각오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고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데 주저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진희 기자>
10만명중 3명, ‘윌슨병’ 투병하던 조성여(41)씨
우리나라 전체에서 단 10~15명만 투병중이라는 희귀병 ‘윌슨병’
이중 2명이 바로 아산 읍내동에 사는 조성여씨 모녀였다.
윌슨병은 체내 구리의 저장과 이동에 장애가 생겨서 간, 두뇌, 신장, 각막 등에 구리가 축적되는 선천적 대사질환이다.
윌슨병 환자들은 일단 구리 섭취를 적게 해야 하므로 구리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음식을 삼가야 한다. 하지만 구리가 워낙 식품 중에 널리 분포되어 있어서 엄격한 구리 제한식사가 영양적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얼마 전 확인한 조성여씨의 근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2009년 소원이 ‘약 많이 안 먹고, 병원 덜 가기’였지만 그 소박한 바람조차 뜻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식이조절을 하고 있지만 상태는 오히려 조금씩 악화되고 있는 상태로 약 타러 가기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특히 올 여름에 충격을 받을 만한 일을 겪고 쓰러진 이후에는 되도록 외출 자체를 자제하고 집에 있는 형편이다.
혼자 자녀 셋 키우며 자원봉사하던 김숙희(45·가명)씨
“당시 아이 등록금 마련하는데 큰 보탬이 됐어요. 언제 한 번 밥이나 대접해야 할 텐데…(웃음)”
전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자녀 셋을 키우며 자랑스런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숙희씨는 여전히 꿋꿋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남편의 폭력 때문에 사실이혼 관계에 있는 여성가장이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완전한 이혼처리를 하지 못해 어떠한 제도적 지원도 받지 못한다.
그녀는 남편과 헤어져 살기 시작하면서 우유·신문배달, 건설회사 경리, 김밥집 아르바이트, 모텔청소, 해장국집 서빙 등 그동안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더 대단한 것은 이런 일들을 하면서도 학업에 대한 열의를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통대 환경교육과에 재학중인 그녀는 올 2월이면 학사학위를 받는다. 또 올 5월중순부터 12월말까지 계약된 충남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직 일이 끝나는 대로 다른 기회를 찾고 있는 중이다.
“12월 28일부터 아들이 공익으로 군복무할 예정이에요. 2010년에는 막내도 중학생이 되는 만큼 ‘투잡’은 이제 그만하고, 낮에 하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랍니다.”
뇌종양과 투병하던 나영이(11)
나영이는 뇌가 보통보다 작다는 진단을 받고 100일도 안 돼 정신지체 1급 판정을 받은 아이다.
지난 2008년 9월에는 소뇌에서 종양이 발견돼 속절모세포증이라는 진단까지 받고 그해 11월 제거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종양이 남아있어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이식에서 회복까지 1년여를 입원해야 했다.
그동안 3000만원대 반지하 전세에 살던 나영이네는 치료때문에 창문도 없는 2000만원자리 반 지하 전세로 이사를 가야했다.
지난 4월 취재당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던 나영이는 바로 지난주 23일 두 번째 이식을 받았다.
“아직은 무균실에 있어요. 1월달이나 되야 천안에 내려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치가 좋아지면 서울삼성병원과 단대병원을 통원하면서 경과를 지켜 볼 예정이에요.”
치료과정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때마다 토하고 맛을 못 느끼는 나영이를 보면서 가슴앓이 하던 엄마는 경인년 한 해에 보다 큰 희망을 품고 있다.
“아빠의 실 소득도 확인돼 내년부터는 조금이나마 보건소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도움을 받다보니 그게 크던지 작던지 간에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느꼈어요.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온 가족이 아팠던 최정임(46)씨 가족
가족구성원 4명이 한 명도 빠짐없이 투병중인 가정이 있었다.
아빠는 고관절 골절로 지체장애 5급, 목 디스크, 비강내 고름제거 수술.
엄마는 무릎에 물이 차는 슬관절 수종, 허리디스크, 유방종기제거수술.
큰아들은 병명이 확인되지 않아 정밀검사 중. 몸 좌측 전체적인 마비증상.
막내는 뇌수두증으로 뇌병변 장애3급, 지체장애, 발가락이 6개로 작년8월에 제거수술.
수입원이라고는 오직 기초생활수급과 장애수당이었던 최정임씨 가족은 8월에 사랑의 리퀘스트 지원마저 끊기면서 형편이 더욱 어려워 졌다.
가장 큰 걱정이던 큰 아들 수호(12)는 여전히 병명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병명이 확인돼야 무슨 지원이든 혜택이든 볼 수 있을텐데 아직도예요. 최근 다시 팔다리가 굳어가는 중이라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렇게 치료받고 약 먹으면서 학교에 다니는 수호가 안쓰럽기만 해요.”
지금껏 빠듯한 기초생활 수급비를 쪼개 아들의 검사비를 내고 있는 어머니는 최씨는 그나마 본보를 통한 천안·아산시민들의 성금이 큰 보탬이 됐다고 한다.
“이렇게 계속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저 내년에는 최대한 빨리 수호의 병명이 밝혀지는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또 그 병이 그렇게 중하지 않은 병이기만을 바래봅니다. 계속해서 좋은 일 많이 해 주세요.”
딸과 함께 새로운 희망 찾아가는 이행찬(39)씨
딸과 함께 고단한 삶을 이어가던 이행찬씨는 지난해 개인파산 상태에서 큰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몸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밀린 아파트 관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상황. 말로 표현못할 어려움 속에서도 행찬씨가 찾으려 노력했던 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수술이후 6개월의 조건부 기초수급대상자가 된 그녀는 그 기간동안 딸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씨는 지난 3월, 방송통신대학 교육학과에 등록하고 드디어 새로운 목표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사회복지와 관련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예전에 우연히 접했던 연극에도 직접 참여해 공연까지 해냈다.
이런 엄마를 보면서 딸 미란이(가명·11)의 성격도 많이 변하고 건강해 졌다.
비록 지난 8월부로 조건부 수급도 끊긴 뒤에는 주변의 도움을 받고 아는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잇고 있지만 한 한기만 더 다니면 학위도 딸 수 있는데다 심리치료, 아동미술치료 공부까지 병행하고 있는 상태여서 2010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신문에 처음 나갈때는 무척 두려웠죠. 하지만 나중에 보니 약간의 도움만 받아도 다른 걸 시작하고 눈 뜰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교차로·충남시사에 감사드려요. 저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딸 시집가는 것 보고 가는게 소원이라던 김영순(53)씨
‘근이영양증’이라는 난치병과 20여 년간 투병하던 아들을 떠나보낸 김영순씨는 우울증으로 정신장애 판정을 받았다.
남편은 장기간 당뇨를 앓다보니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 병과 씨름하고 있는 형편. 김씨의 말을 빌자면 ‘응급실은 우리집 안방, 응급차는 우리집 자가용’이라 할 정도였다.
남편은 지금 만성신부전증으로 이미 신장의 기능이 상실되어 주 3회 혈액투석을 받고 있고(신장장애 2급), 뇌내출혈, 식도역류, 만성췌장염 등을 갖고 있다. 또 3개월 전부터는 그 췌장염이 악화돼 기저귀를 차고 있는 형편이다.
김영순씨도 37살 당시 난소암 직전에 자궁과 난소의 적출수술을 받은 이후, 골다공증이 급속히 진행됐다. 지난 12월22일에는 잇몸에 염증이 생겨 수술까지 받았다.
주위를 둘러싼 환경과 불운탓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린 김씨에게 이제 남은 삶의 이유는 하나뿐인 딸 뿐이다.
김씨가 바라는 것은 그저 딸이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을 보는 일이라고.
올3월 대수술을 준비중인 승민(3)이
임신 33주만에 1615g의 미숙아로 태어났던 승민이.
승민이는 나면서부터 각종 선천성 질환을 갖고 있었다. 폐와 심장이 연결된 혈관이 막혀 있었고 고환탈장, 안검하수증, 높은 갑상선 수치 및 고혈당에다 새끼손가락 끝마디도 없었던 형편.
한번 병원에 가면 정형외과, 안과, 소아과 등 각 과들을 순회하다시피 해야 했다.
지난 2006년 처음 승민이를 만난후 2년여 만인 지난 여름, 승민이의 상태는 꽤 건강해져 있었다.
물론 왼쪽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고, 손목을 뒤집지도 못하지만 어렵게나마 알아들을 만한 말을 하기도 하고, 사준 아이스크림을 여느 아이처럼 맛나게 먹기도 했다. 이후 한 방송사에서 는 본보와의 연락을 통해 승민이를 다시 취재, 방송하기도 했다.
“충남시사의 도움이 컸죠. 좋은 인연도 만들어 주셨구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11월초 승민이가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는 엄마와 병원선생님들도 큰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그것마저 잘 이겨내고 이제 오는 3월달에 인공혈관 삽입수술을 준비중이다.
큰 수술을 앞두고 있는 승민이의 어머니는 2010년에는 좋은 일만 있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4남매를 혼자 키우는 오뚝이 윤현숙(44·가명) 씨
윤현숙씨는 만두공장, 보험회사, 붕어빵장사, 치킨점, 채소가게, 반찬가게 등 갖은 일을 다해가면서 집안에 닥친 큰 위기들을 넘기고 이기며 오뚝이 처럼 일어섰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걷잡을 수 없게 된 와중에서도 남편은 마지막까지 도박을 멈출지 몰랐다. 이후에도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겪고 나서 윤씨는 지난 2007년 1월, 결국 남편과 이혼도장을 찍었다. 4남매의 엄마로써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남편과의 헤어짐만이 새로운 삶을 열어줄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보에는 뒷모습 사진과 가명으로 윤씨의 사연이 보도됐었지만 간접적으로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과 친한 언니들은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됐다며 연락을 하고 격려를 해 주기도 했다.
“큰 도움이 됐죠. 오랜만에 외식도 한 번했고, 이런 저런 비용으로 요긴히 썼어요.”
현재 일하는 아산의 모 복지관 미용실에서는 계약기간인 올 1월까지 일할 예정. 내년 3월 정도에는 4남매와 함께 할 작은 방이 딸린 미용실을 열 계획이다.
“큰 부담없는 곳으로 성정동 쪽에 천천히 알아보는 중이에요. 잘 되길 기대해주세요.”
남편은 파킨슨 병, 본인은 위암투병중이던 이명화(46)씨
지난 8월초, 이명화씨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위암 3기’였다.
청천벽력 같은 말에 공포감도 잠시. 이씨는 바로 다음날 수술을 받았다. ‘내가 이대로 죽나보다’ 싶던 가운데서도 아들 정섭이가 눈에 어른거렸다. 정섭이는 이씨가 40살 때 남편과 결혼하고 가진 외아들이다.
집에는 2년여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남편이 누워있다. 석달전 쯤 위암수술을 받으 뒤로는 전북 익산에 사시던 친정어머니가 올라오셔서 밥을 차려 주신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정섭이네는 무거운 공기가 떠나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금 살고 있는 부대동의 집은 베란다 창문이 한 쪽만 열리게 되어 있어 통풍이 안 되고 물이 뚝뚝 새기까지 한다. 여름에는 말 그대로 찜통에 가까웠다. 요즘에는 날이 추워지면서 모터가 고장나 물이 안 나오는 상황. 아무 것도 모르는 정섭이는 자꾸 이사를 가자고 보챈다.
이씨는 현재 매월 한번씩 항암치료를 받으며 기초생활 수급비로 치료비를 내고 있다. 약의 양이 많다보니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누룽지탕 정도라고.
하지만 40살에 결혼해 얻은 외아들, 정섭이를 생각하면 없던 기운이라도 쥐어짜야 한다.
아이향한 주변시선에 눈물짓던 최상임(41·가명)씨
지적장애 2급에 청각장애까지 갖고 있는 정민이(13·가명).
초등학교 2학년 때 6학년 선배와 놀다가 밑으로 깔려버리게 된 정민이는 다리가 골절되면서 성장판까지 다쳤다. 불편한 다리는 2007년 추석을 앞둔 9월에 발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불렀고 결국 발가락에 철심까지 심어야 하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정민이에게 정작 시급한 것은 척추측만증이다.
특히 정민이는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성장속도가 빨라서 주저앉은 어깨 밑으로 심장과 폐 등 장기들을 누르면서 더 큰 질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교정이 시급하다.
지난 12월17일 검사결과 6개월 내에는 꼭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는 31일에는 MRI를 직고 최종결정을 해야 할 상황.
수술비만 1500만원 정도를 예상하는데 더 들지도 모를 예정이어서 어머니 최씨의 걱정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