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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전 충남도지사가 지사직 사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의 행보를 밝히고 있다. |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지사직 사퇴이후 침묵을 깨고 정치인 이완구로 다시 나섰다. 12월15일(화) 충남도청과 연기, 공주지역 방문을 시작으로 활동을 재개한 그는 이후 세종시 원안 관철을 위한 충청 민심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이 전 지사는 16일(수) 오전 10시 대전에서 <충남지역언론연합>등과 가진 별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의 삶의 여정을 소회하고 이후 행보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2시간 여에 걸친 이 전 지사와의 대화요지를 간추렸다.
공직입문에서 국회의원까지= “타고난 관운? 노력의 산물”
이 전 지사는 스스로 통계와 예산, 기획에 정통한 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1975년부터 1977년까지 3년 동안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일했다. 이 전 지사는 당시 통계와 기획, 예산 분야에서 각각 1년씩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타고난 관운으로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1974년 행정고시를 통과해 홍성군청 사무관으로 시작한 관직은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거쳐 전국 최연소 경찰서장(31)으로 이어졌다. 이후 미국LA 한국총영사관 내무영사, 충북지방경찰청장과 충남지방경찰청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그는 1995년 충남경찰청장을 끝으로 옷을 벗고 민자당 충남 청양, 홍성지구당 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해 그 다음해인 1996년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98년 다시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그는 사무총장대행과 대변인을 맡아 활동하다 16대 국회의원에 재선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LA 교환교수로 건너간 그는 17대 총선에 불출마한 다음 첫 도전한 충남도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시절 지역구의 한 면 소재지를 무려 264번이나 방문했다”며 “타고난 ‘관운’이 아닌 지독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도백 3년 반 = “마지막 인사 나누다 눈물…실패하지 않았구나”
이 전 지사는 15일 퇴임식을 대신해 도청 실과를 일일이 돌며 공직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도청공무원노동조합 황인성 위원장으로부터 자신의 평가가 담긴 시 한편을 전해 받고는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단다. ‘도지사로서 실패하지 않았구나’하는 안도감도 밀려왔다.
이 전 지사는 도지사직 수행과 관련 우선 신 구간의 조화를 중시, 조직안정을 꾀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심대평 전 지사의 비서실 직원들까지 그대로 승계해 행정의 연속성을 꾀했다는 설명이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학연, 연고 등을 따지지 않았고, 특히 임기도중 장남 결혼식과 빙모상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데 이어 지난 3월 부친상에도 조의금을 일체 받지 않았다. 올해의 경우 정치적 의미가 큰 초도순시를 꽃박람회 성공에 전념하겠다며 하지 않기도 했다. 안면도꽃박람회 성공개최, 국방대학 유치, 광역자치단체 중 기업 및 외자유치 상위권 달성 등은 그가 꼽는 주요 도정 성과다.
세종시 해법=“원안추진이 최선…정부대안 기대안한다”
지난 15일 지사직 사퇴이후 처음으로 연기를 방문한 바 있는 그는 “정부의 세종시 문제에 대한 접근은 일방적”이라며 “정부가 국가와 충청을 위해 국민 갈등과 혼란을 통합하는데 지혜를 모으자는 제안을 해온다면 자연인 신분으로 충청민의 염원과 뜻을 전달하는 소통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200여 명의 연기주민들로부터 처음으로 박수를 받았다”며 “이는 도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더 싸워 달라는 의미 등이 복합적으로 담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지사가 제시한 세종시 해법의 시작은 서로 감정을 추스르고 냉각기를 가진 후 차분하게 지혜를 모으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대안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재로서는 ‘안추진’ 최선”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마련 중인 대안과 관련 “정부의 수정대안이 마련되더라도 2월 국회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재정적으로도 2011년 예산에 반영할 만한 국가재정력 여유가 없다”며 “법적, 재정적인 실행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오히려 혼란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행정비효율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과 세종시간 별도의 고속도로를 만들어 보완할 수 있다”며 “서울과 120km에 불과한 세종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개념이 아닌 초광역권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지사의 행보는 도지사직 사퇴 이후에도 세종시 원안 추진의 충청 민심을 지속적으로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행보= 세종시 ‘민간 총리역’ 자임하며 거취모색
이 전 지사는 당분간 충청민심을 다독이고 정부와 소통하는 ‘민간총리’ 또는 ‘민간 대변인’ 역할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방통행식 정부가 이 전 지사에게 이 같은 역할을 맡길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 전지사도 이를 의식해 “정부가 제안해 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여 놓았다.
그는 ‘한나라당 탈당이 정부와 충청민간 소통역할에 보다 자유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책임 있는 집권 여당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세종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당을 탈당할 경우 정치적 오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이 전 지사는 사퇴 선언에 앞서 동반사퇴를 결의한 한나라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에게 “정치적으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의원직 사퇴로 인한 (공천탈락 등) 피해가 없도록 신경 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며 중·장기적 정치적 거취를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전 지사는 각종 방송인터뷰를 비롯 수도권지역 충청향우회 참석 등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