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이 방에서 태어나서 자랐어요. 5대가 살아온 집인데 수수로 엮은 초가집을 벽돌로 보수해서 살고 있어요. 이렇게 살아온 터전 버리고 나가라고 할 때는 최소한 살길은 마련해주고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니우?”
경찰교육원의 입지와 함께 도시개발지구로 추진중인 초사2통 사례마을의 이종복씨는 답답함을 털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교육원 부지 내에 농사짓던 땅이 다 수용됐고 보상받은 돈 자식들 나눠주고 나니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비우고 나가야 할 판인 것. 그나마 집터 160평 정도를 소유하고 있는 이씨의 사정은 낫다.
“마을 사람 절반정도가 땅이 없어요. 교육원 부지에서 보상받은 것으로 남의 땅에 집만 짓고 사는 사람도 있고, 교육원 땅에 농사짓던 사람들이 졸지에 일거리를 잃고 남의 논에서 일하게 된 사람도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보상받아야 어디 전세도 못얻어요.”
특히 아산시가 환지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이씨를 필두로 주민들의 반대는 더욱 거세졌다. 개발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살길이 막막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시에서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환지방식으로 하면 땅있는 몇 명만 다시 돌아올 수 있지 대부분 주민들은 내쫓겠다는 것이랑 다를 게 없는데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죠. 마을사람들 절반 넘게 6~70살이고 90가까운 분도 있어요. 이렇게 주민들이 반대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바에는 그냥 남은 인생 여기서 살다 가게 내버려 두라는 얘기예요.”
마을 사람들은 이미 망신창이가 됐다.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갈라져 3대가 넘게 친구처럼 지내온 집이 마치 원수 보듯이 인사도 안하는 사이가 되는가 하면 경찰교육원 얘기가 오가던 2000년대 즈음 이사온 사람들은 얼굴도 모르는 주민 아닌 주민이 됐다고.
“그 사람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이사를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의에도 안나오고, 경조사도 안챙기고 얼굴도 몰라요. 주민들 잘살게 만드는 도시개발이 돼야지, 잘 사는 사람 몇 명을 위한 도시개발이 되면 되겠어요?”
이종복씨가 내뱉는 한숨이 무겁기만 하다.
안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