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눈앞에서 현찰 1100만원을 줍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은 유혹에 빠져 헤어나기 힘들 것이다.
특히 막 개인사업을 시작해 자금적인 압박을 늘 지니고 사는 사람이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김성진씨는 이 유혹을 이겨냈다.
“사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돈을 확인하는 순간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다 계산되더라고요. 개인사업자로서 결재대금 등 자금압박도 받고 있고 이 돈만 있으면 어느정도 해결되는 부분도 있으니까.. 그래서 더욱 고민이 심했죠.”
지난 5일, 컴퓨터·통신 설비 및 AS업체인 ㈜성진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진씨는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업무정리를 위해 복귀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저녁 6시경 당시 김성진씨는 사무실 앞 에어콘실외기 위에 놓여있는 가방을 발견했고 유난히 방문손님이 많았던 터라 손님중 누군가 놓고간 물건이라고 생각해 사무실에 보관해 놨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연락이 없어 가방을 열어봤더니 5만원권짜리 200장과 지갑의 현금 등 1132만원의 현찰이 들어있었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죠. 눈앞에 보이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 학부모는 아닌지, 혹시 돈을 잃어버리고 자살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 바로 전주 토요일에 지갑을 잃어버렸다가 찾았는데 당시 지갑안의 법인카드, 신분증 등 지갑을 잃어버려서 걱정했던 것이 생각나니까 이 돈을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더군요.”
고민 끝에 김씨는 부모님께 ‘돈을 줏었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고 김씨의 부모님은 액수도 묻지 않고 무조건 찾아주라고 말씀하셨다고. 결국 11일 오전 11시경 아산경찰서를 방문해 돈을 맡겼다.
“그렇게 대답해주신 부모님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특히 천주교를 믿는 신앙인이라는 생각과, 해병대전우회에서 활동해왔던 자긍심이 큰 힘이 됐어요. 관리하고 있는 권곡초등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저한테 ‘스마일 아저씨’라고 불러요. 회사 이름도 성실하게 일하자는 뜻에서 성 성(聖) 나아갈 진(進)으로 지은건데, 이런 저의 행동들이 거짓이 될 수 없잖아요. 주인이 그 돈을 찾았을 때 웃는 얼굴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경찰서를 막 나온 그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1100만원의 행운을 언제든지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안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