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섭이 생각해서라도 어서 일어나야 할 텐데…”
이명화씨와 아들 정섭이.
부대동의 ‘하늘꿈이 자라는 집’ 지역아동센터.
건물 2층에 30여 평되는 이 작은 공간은 정섭이(6)의 또다른 놀이터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뒤 보통 3시반부터 친구들, 형·누나들과 시간을 보내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원장님이 데려다 주는 차를 타고 집에 들어간다.
집에는 2년여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누워계시다. 엄마는 매일 늦게까지 목욕탕에서 일을 했었는데 석달전 쯤 위암수술을 받으신 뒤로는 전북 익산에 사시던 할머니가 올라오셔서 밥을 차려 주신다.
지금 살고 있는 부대동의 집은 베란다 창문이 한 쪽만 열리게 되어 있어 통풍이 안 되고 물이 뚝뚝 새기까지 한다. 여름에는 말 그대로 찜통에 가깝다.
무엇보다 엄마가 아픈 이후로 집안분위기가 더 무거워 진 것 같아 답답하다.
문득 찾아간 병원에서 받은 암 판정
지난 8월초, 이명화씨는 속이 너무나 쓰려 웬만하면 찾지 않았던 병원에 갔다. 그저 간단한 병이겠지 했지만,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위암 3기’였다.
청천벽력 같은 말에 공포감도 잠시. 이씨는 바로 다음날 수술을 받았다. ‘내가 이대로 죽나보다’ 싶던 가운데서도 아들 정섭이가 눈에 어른거렸다. 정섭이는 이씨가 40살 때 남편과 결혼하고 가진 외아들이다.
이명화씨는 그동안 각종 공장, 회사 식당 등에서 쉼 없이 일을 해왔다. 최근에는 목욕탕에서 목욕관리사로 1년 가까이 일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떨쳐낼 수 없는 것은 ‘가난’.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불행하게도 남편은 예전부터 이상하게 사고를 많이 당했다. 젊어서는 산에 갔다가 떨어져 머리를 다친 적도 있다고 한다. 오토바이 사고도 2번이나 났었고 차사고도 난 적이 있다.
최근 사고는 2년전쯤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뒤에서 달려오던 차에 받힌 사고다. 당시 중국음식점에서 배달을 하던 남편은 약간의 치료 뒤 괜찮아졌다 싶어 가해자와 합의를 하고 일을 마무리 졌었다. 하지만 그 직후부터 남편은 몸이 떨리고 손발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파킨슨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혀가 굳어 말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태. 간신히 걷고 화장실을 이용할 정도의 기초생활만이 가능하다.
경제활동 못하는 가족, 생계막막
이명화씨는 지난 8월, 위암판정을 받고 나서야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됐다.
현재 이 가정에 매월 지원되는 돈은 90만원 가까이 된다. 하지만 어느 구성원 하나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데다 부부가 통원치료를 받고 약값을 쓰다보면, 겨우 생계를 이어갈만한 형편이다.
입원하고 나서부터는 전북 익산에서 올해 팔순인 이씨의 친정엄마가 올라오셨다. 위 절제수술 이후 항암치료를 진행하며 약을 먹다보니 머리는 이미 다 빠졌고 구토도 심해진데다 입에서는 약냄새까지 나는 것 같다.
11월2일에는 그동안의 경과를 확인하고 CT촬영도 할 계획. 의사의 새로운 소견을 듣고 나서야 치료의 방향도 정해지게 된다.
“힘들고 아프다보니 본심과 다르게 도와주는 엄마에게 화내고 짜증도 많이 부리고 해서 너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요. 엄마 아니면 누가 나에게 이렇게 해 주겠어.”
숨겨왔던 감정을 토하는 이씨도 그 말을 듣는 친정엄마 모두의 주금진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정섭이만 엄마 앞에서 연신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