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을 때가 왜 없었겠어요. 직장인이라면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한때는 간수치가 40정상에 210까지 오를 정도로 건강도 안좋았어요. 하지만 고비고비 마다 유물을 보고 공부하는 것이 제일이니까 다른 직장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19994년부터 16년째 온양민속박물관에서 학예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종민 실장은 오랜시간 근무가 어렵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특히 그시절 청주에서부터 1시간40분씩 걸리던 출퇴근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박 실장은 편안한 표정으로 답해주었다.
“사실 2~3개월전 개인적으로 우울할 때가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50이 되면서 갱년기가 온 게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해보니 10년이면 환갑이라고 치고, 여행을 해도 공부를 해도 이릉ㄹ 해도 10년 밖에 안남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업무를 즐기게 되고 지금은 흔들림도 없어요.”
사실 문화시설이나 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인력들은 대부분 고학력에 저임금이 현실인지라 한 직장을 16년동안 지켜온다는 것은 쉽지 않을 터.
“전통문화를 포함해서 순수문화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힘들어요. 올해만 해도 신종플루 때문에 주고객이던 학생방문이 아예 없어졌거든요. 하지만 박물관이 박물관 안에서만 머물면 안되고 전시관 외에도 조성된 산림을 이용한 생태프로그램, 야외체험학습장 등 영역을 넓혀가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실장이 일해 왔던 그 시절, 온양민속박물관은 31년 역사 중 존폐의 위기까지 맞았었던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시기였다. 하지만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그의 열정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이일을 하고 싶어요. 만약 이일을 그만두게 돼도 조그만 저시관을 운영하고 싶어요. 전통문화라는 것은 삶 그 자체죠.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조상들의 숨결이 베어있는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어떤 좋은 말을 붙여도 이것만한 말은 없을 겁니다. 이렇게 반복되고 연속되는 삶이야 말로 우리가 지키고 가꿔야할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안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