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7만을 코앞에 두고 있는 아산시. 도·농복합도시로서 나날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이곳에서 아산시청소년지원센터 김경숙 소장은 15년째 청소년상담에 몸담으면서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보살펴 오고 있다.
그녀를 만나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과 문화의 변화와 아산시가 나아가야 할 청소년대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열악한 청소년 상담
온양2동 노인회관 3층에 위치한 아산시청소년 지원센터는 지난 19992년 2월에 설립돼 국가청소년위원회와 아산시의 지원으로 청소년들의 다양한 적응문제에 대해 상담, 치료, 복지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청소년 전문기관이다. 현재 4명의 상근 상담사가 근무하지만 갈수록 상담업무가 과중되고 있다.
그나마 4명의 상담사가 근무한 것은 훨씬 나아진 환경이다. 김경숙 소장이 처음 이길에 발을 내딛었던 95년 12월에는 직전 소장인 노윤숙씨가 도의원에 당선돼 그녀 혼자 업무를 감당해야만 했다.
“3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 이일을 시작했어요. 심리학을 전공해서 지역에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죠. 우리 센터에 대해서 모르는 분도 많으신데 청소년상담업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만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조심스러워 홍보에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도 일선 학교에서는 많이 알려져서 학교나 학부모님들한테 전화가 많이 와요.”
김 소장은 일주일에 개인 상담만 13건 정도 하고 있다고 바쁜 업무를 소개하면서 정부 예산의 0.1%수준밖에 안되는 청소년예산을 지적하며 청소년계층이 노인과 유아에 비해 소외받는 계층이고 나라의 미래라는 인식에 비해 현실은 너무 어렵다는 점을 덧붙였다.
결손가정 청소년 늘고 있는 아산시
김경숙 소장에 따르면 최근 청소년 고민상담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예전 학부모님들은 애들이 속썩이면 혼자 고민하거나 내가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기관에 맡기고 싶어해요. 전문적인 도움을 청하는 것은 좋지만 무조건 맡겨버리겠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측면도 있어요”라고 학부모의 변화를 말한 후, “학생들도 우울증, 과잉행동장애 등 정신건강에 문제점이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도농복합도시인 아산시는 지역적인 특색이 있는데 점점 이혼가정 등 결손가정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거예요.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져 지내는 애들도 많고...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자기반 학생 3분의 2가 결손가정이라고 토로할 정도로 많아졌어요”라며 학생들의 가정환경도 급변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학생들의 고민은 지역별로도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신설학교가 들어서고 있는 신도시 지역은 이주 학생들이 많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요즘은 상담이 넘무 많아 학생들 이름을 헤갈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초창기 때 이곳에서 캠프를 했던 인연으로 알게 된 한 학생이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정말 학교에서도 내놓은 아이였는데 중3때 이곳에 왔다가 2~3년 후에 충남대 토목학과를 붙었다면서 고맙다고 찾아왔어요. 정말 놀랬죠.”
자기 길 찾을 수 있는 동기 부여자 되고파
“상담업무를 한다고 하면 고상한 일이라고들 알고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면 가슴이 무거워질 때도 많아요. 그만큼 상담일을 하려면 자기마음 치료도 잘해야 해요. 제가 건강해야지 애들도 건강하게 이끌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처럼 일에 치일 때는 한명 한명 만날 때 마다 다음에 언제 볼 수 있겠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해요. 미비하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은 이 아이의 마음을 만나려고 노력하죠.”
김 소장은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구속이 싫다며 집도, 이런 시설도 싫다고 떠돌다 그날그날 잠자리를 구하며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아산뿐 아닌 전국적인 문제죠. 대부분 학교도 중퇴했는데 이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정부차원에서도 방안이 마련돼야겠지만 지자체에서도 꼭 큰 시설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자신감을 찾고 자신의 소질과 진로를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작게 작게 운영해서 활성화 시키고, 말 그대로 지역사회가 마음으로 이 아이들을 보듬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