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 발병으로 천안지역 중학교 2곳이 휴교에 들어갔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천안지역 학교들을 관통하고 있다.
지난 28일(금), 8월 중순에 개교한 천안지역의 중학교 2곳은 개학이후 확진환자가 발생해 예전에 그 사례가 없던 ‘학기중 휴교’에 들어갔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일선학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이유는 바로 확산속도 때문이다.
지난 21일까지 천안에서 신종플루로 확진된 학생은 영어캠프에 참가했던 학생 2명과 일본을 방문했던 학생 1명 등 초등학생 3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후 일주일이 지난 28일에는 6개 중학교 18명의 학생이 간이검사결과 신종 인플루엔자 양성판정을 받고 최종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 28일 기준으로는 초등학생이 5명, 중학생 43명이 신종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여 중학생들의 발병비율이 훨씬 높은 편이지만 관내 초등학교의 개학이 마무리되는 이번달 부터는 그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초등학생들이 더욱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확산일로에 있고 얼마 전에는 사망자도 추가로 발생하면서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된바람에 사시나무 떨 듯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현재 신종 인플루엔자 위험국가를 다녀온 천안지역 초·중·고 학생은 총 52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학생 20명 감염확진, 총77명 타미플루 처방
각급 학교에서는 깨끗이 손씻기, 가리고 기침하기 등 일반적인 예방법들을 홍보하고 있다. 손씻기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천안도솔유치원 원아들.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휴교한 A중학교의 경우, 21일부터 플루 증상을 보인 학생 2명이 발견됐었으나 최종 검사결과 HIN1 최종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25일 인지된 학생 4명중 3명이 27일자로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밝혀지면서 28일부터 바로 휴교에 들어갔다.
B중학교에서도 24일 플루증상을 보이던 남학생이 27일 확진을 통보받으면서 마찬가지로 휴교에 들어갔다.
A와B 두 학교에서는 먼저 확진이 결정된 학생들 이외에도 각각 학생 9명과, 3명이 간이 검사에서 양성을 보여 타미플루 처방을 받고 확진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들 학교는 휴교기간동안 방역업체를 불러 교내 전체와 비품들을 소독하고 소독약을 대량 구비해 놓고 있다.
천안교육청의 자료에 따르면 31일 17시30분을 기준으로 신종플루 증상을 보인 학생이 발견된 학교는 총 22개로 초등학교가 6개 중학교가 16개다. 학생들중 20명이 최종 감염으로 확진을 받았고, 이들을 포함해 타미플루 처방을 받은 학생은 총 77명이다.
추정되는 감염경로는 대부분 지역감염이 원인이었지만 영어캠프 참여, 일본방문, 종교집회 등도 눈에 띄고 있다.
교육청, 신종플루 확산방지 안간힘
지난 28일 열린 ‘신종플루 확산방지를 위한 각급학교 교감회의’. 교육청은 신종플루의 확산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을 씻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이처럼 확산되자 교육당국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충남도교육청(교육감 김종성)은 지난 27일 개학에 따른 신종인플루엔자 확산방지를 위한 그동안의 추진경과와 향후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교육감 주재하에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긴급대책 회의의 주요내용은 ▷고막체온계 구입비 6억원 정도를 예비비에서 긴급 지원해 유치원 및 초·중·고 전교생을 매일 확인하고 의심환자를 파악·격리 할 수 있도록 할 것 ▷저소득층 자녀가 감염되었을 경우 치료비 지원방안까지도 마련할 것 ▷T/F팀을 구성해 신종플루 관련 휴업, 휴교, 등교중지에 따른 수업결손 대책을 강구할 것 등이다.
이외에도 ▷집단행사(캠프, 수련회, 수학여행, 봉사활동 등)는 가급적 자제하되 오래전부터 계획된 체육대회 등 집단행사는 유관기관과 협의해 열감지기 설치, 고막체온계를 활용해 참여자 모두 확인 후 행사를 실시토록 하고 ▷학교와 가정·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신종플루 확산방지예방 및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 등을 결정했다.
28일에는 오후 2시부터 공주대학교 백제교육문화관에서 ‘신종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한 실무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각급학교 교감회의’를 개최해 전날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들을 전달했다. 이 회의는 도내 전체 국·공·사립 유치원·초·중·고·특수학교 교감 등 총 88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김종성 충남교육감은 “일선학교에서는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여 학생들이 안심하고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여주기 행정? 언발에 오줌누기?
하지만 이 자리에서 나온 ‘긴급대책’들 조차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형편이다.
교육청과 일선학교는 휴교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리고 있지만 사실 휴교령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조차 그 효과에 대해 미심쩍어 하고 있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휴교를 하지 않으면 ‘사태가 이렇게 까지 되기까지 뭘 했냐’는 책임론에 바로 직면할 것이다. 4일간의 휴교가 확산방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하기 어려운게 현실이지만 교육청 차원에서는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천안교육청은 지난 28일 ‘신종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한 실무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각급학교 교감회의’의 결과에 따라 초중고 합쳐 총 3255개의 귀체온계에 대한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교생에 대한 발열체크를 통해 의심환자를 추려내고 격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배정된 예산으로 구매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 일선 학교들도 자체예산으로 뒤늦게 귀체온계나 마스크, 소독약 등을 구매하려 나섰지만 물량이 딸려 대량구매가 힘든 형편이다.
물론 발빠른 일선 몇몇 학교에서는 28일부터 교문이나 현관문 앞에서 이미 전교생 발열체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가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쌍용동에 사는 학부모 황모씨(35)는 “이런 식의 발열체크는 학생·학부모들의 불안감만 더욱 자극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사실 운동장에서 발을 동동구르며 우르르 몰려있는 학생들 중 감염자 있다면 더 위험한 일이 아닌가. 보여주기식 행정말고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강구해야 할 것”라고 꼬집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최종 확진이 결정되는 이번 주와 다음 주 초 사이 증가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말을 낀 지난 29일~31일 사이 확진판정을 받은 학생이 5명이고 타미플루 처방을 받은 학생만 29명에 달한다.
현재 신종 인플루엔자 발병과 관련해 천안교육청이 하고 있는 일은 감염자 모니터링과 그 데이터 작성, 도 교육청의 공문전달과 일반적인 예방활동 독려가 전부다. 더구나 ‘대책반’은 커녕 보건주사 단 1명만이 신종 인플루엔자와 관련한 일선학교의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청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