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이를 처음 만났던 것은 지난 2006년의 한 겨울이었다.
당시 생후4개월이던 승민이는 임신 33주만에 태어난 1615g의 미숙아였던데다 각종 선천성 질환을 갖고 있는 아이였다.
폐와 심장이 연결된 혈관이 막혀 있었고 고환탈장, 안검하수증, 높은 갑상선 수치 및 고혈당에다 새끼손가락 끝마디도 없었던 형편.
한번 병원에 가면 정형외과, 안과, 소아과 등 각 과들을 순회하다시피 해야 했다.
태어난 지 한달 남짓 지난 그해 9월 첫 수술을 받은 인공혈관 삽입수술을 받은 승민이는 바람앞의 등불처럼 숨이 꺼질 듯 말 듯 했다.
병 자체가 심장병에서도 드문 축인데다 정상적인 체중과 몸을 갖고 있지 못했던 탓에 엄마의 속은 졸아붙을 지경이었다.
2차수술, 그래도 고단한 모자의 삶
본보에 소개된 후 반년이 지난 2007년 7월, 만 한 살이던 승민이는 8시간에 걸쳐 2차 인공혈관 삽입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한국심장재단과 서울대어린이병원의 후원으로 수술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당시 본보의 지원금은 보험이 적용 되지 않는 심장초음파 등에 요긴하게 쓰였다고.
“면역력이 약하다보니 감기만 걸려도 입·퇴원을 반복해야 했어요. 그래도 2차 수술이후에는 많이 좋아진 편이에요. 산소포화도가 정상수치로 올라왔고 청색증으로 조금만 놀라거나 울면 파래지던 입술, 손도 괜찮아졌으니까요. 다만 첫 돌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게 조금 안타깝긴 했지만요.”
주변의 도움으로 약간의 도움이 생기자 어머니 양씨는 신부동의 한 저렴한 원룸으로 이사를 나왔다. 전에 살던 천안고속도로 나들목 인근의 다세대 주택은 곰팡이도 많았던 데다 승민이에게 너무 불안했던 탓이다. 하지만 월세의 부담 때문에 결국 1년을 못 채워 살고 다시 성거의 한 주택에 세를 얻어 산 것이 얼추 1년이 돼가고 있다.
하지만 이 집엔 모자가 쓸 수 있는 화장실마저 따로 없는 열악한 형편. 임시변통으로 집주인이 간이화장실을 마련해 줘 엄마는 그곳을, 승민이는 아기변기를 이용 중이라고 한다.
다시 인공혈관 삽입수술 받아야
햇살이 따가웠던 지난 4일, 2년여 만에 만난 승민이는 처음과 비교하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건강해져있었다.
물론 왼쪽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고, 손목을 뒤집지도 못하지만 어렵게나마 알아들을 만한 말을 하기도 하고, 사준 아이스크림을 여느 아이처럼 맛나게 먹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사정은 겉보기처럼 그리 여의치 않았다.
“이제 만 36개월이 됐어요. 세월 참 빠르죠?(웃음) 늘 조심조심 해야하지만 그래도 큰 무리는 없었어요. 다만 올해말이나 내년쯤 다시 인공혈관을 심어주는 수술을 해야 돼요.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에요.”
아이가 커 가는만큼 따라 인공혈관이 따라 커주지 않는 것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성인이 될 때가지 승민이는 적절한 시기에 계속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
몸무게도 10㎏ 정도로 보통 또래 아이들보다 5~10㎏는 덜 나가는 승민이. 걷는 것도 느리고 말을 배우는 것도 느리지만 승민이는 올3월부터 ‘나사렛 새꿈학교’에 다니고 있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어떻게라도 해 주고 싶은 엄마. 양씨의 안타까움은 승민이가 커갈수록 같이 커가고 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