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북일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전환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김종성 충남도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가 필요하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김 충남교육감은 지난 15일(수) 천안에서 ‘충남지역언론연합’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이달 중 자사고 승인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충남지역언론연합’은 충남지역에서 발행되는 풀뿌리 지역언론인들의 모임체로 본보를 비롯해 뉴스서천, 당진시대, 무한정보, 백제신문, 서산신문, 세종뉴스, 시사보령, 아산투데이, 청양신문, 태안신문, 홍성신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육감은 자사고에 대해 “학교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며 학교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학교 측에서 외지학생에 비해 지역학생의 진학기회가 줄어들지 않도록 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 대해 배려한다면 자사고 지정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의 이같은 언급은 최근 도교육청 감사를 받은 북일고의 국제반 편법운영과 무관하게, 천안지역 학생들과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약간의 배려만 제시해도 자사고 전환을 승인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육감이 말하는 학교 선택권은 부자들만의 것"
전교조 충남지부는 이같은 김종성 충남도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지난 17일자(금) 논평을 통해 김종성 충남교육감이 충남지역언론연합과 간담회를 통해 천안북일고의 자율형사립고 전환신청과 관련, 긍정적 견해를 밝힌 데 대해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교육감이 ‘학교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 ‘충남교육이 추락한 이유는 자사고가 없기 때문이 아닌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교육 관료들 때문’이라며 ‘2명의 비리교육감을 측근에서 보좌하며 승승장구하던 김 교육감 역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쟁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은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비가 일반고에 비해 3배가 넘는 귀족 자사고와 일반계고교 간 경쟁은 교육 불평등을 조장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김 교육감이 ‘(자사고 전환을 원하는) 학교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한데 대해서도 ‘충남은 모든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으로 외고와 과학고, 특목고 등이 있어 학교선택권은 충분히 보장돼 있다’며 ‘공주한일고에 이어 공주사대부고까지 전국단위 학생모집이 가능한 자율고로 지정되면서 지역 학생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사고 설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악한 교육환경을 공립학교 학생들이 떠 안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교조충남지부는 특히 ‘김 교육감이 현재 감사를 받고 있는 북일고의 국제반 편법운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국제반 운영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국제반 편법운영을 눈감아주고 자사고 설립을 승인하려는 것은 손가락으로 해를 가리는 어리석은 짓으로 이후 발생할 법적논란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학부모단체, 교직원단체 등으로 구성된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는 도교육청 앞에서 연일 집회를 벌이고, 천안지역내 여러 중학교 앞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고 1인시위를 벌이며 북일고 자율형사립고 지정 중단과 충남에 있는 특목고, 자사고의 전국단위 학생모집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사고는 귀족학교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일반 학교보다 몇 배 이상 비싼 등록금을 책정하고, 자유로운 선발권을 갖는 특권층만을 위한 학교'라고 강조하고 있다.
<충언련 심규상/이진희 기자>
김구재단 김호연 이사장.
북일고 설립자의 아들, 김구재단 김호연 이사장
‘북일고 자사고 전환 바람직 하지않다’
북일고의 자사고 전환이 이미 확정된 분위기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북일고 설립자의 아들인 김구재단 김호연 이사장이 북일고 자사고전환을 완곡하게 반대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3일 김호연 이사장은 “북일고 운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설립자의 아들로서 북일고의 자사고 전환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며 “천안지역의 여러 가지 교육여건상 북일고의 자사고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천안지역의 중학교 졸업생들을 천안에 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일고처럼 규모있는 학교가 자사고로 전환한다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자칫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교육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북일고의 자사고 전환과 학부모들의 부담 해소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별도 학교 신설을 제안했다.
김구재단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북일고를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글로벌인재 육성을 표방하는 자사고를 천안에 신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오는 23일 집안 모임에서 김승연 회장에게 별도 학교 건립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구재단 김호연 이사장은 북일학원의 설립자인 고 김종희 이사장의 차남이며 현 한화그룹 회장이자 북일학원의 이사장인 김승연 회장의 동생이다.
이미 자사고의 지정, 고시만을 앞둔 시점으로 대세가 뚜렷한 상황에서의 발언인지라 그의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의 위치가 갖는 특수성은 이번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 대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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