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기간이 만료되고 분양전환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불공정한 분양가 산정과 주민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사업자의 행태를 규탄하며 아산시청 한쪽 구석에 천막을 치고 장기농성을 펼치고 있는 장존동 청솔아파트 분양대책위원회 김정화 위원장. 놀랍게도 그녀는 갓 서른을 넘은, 주민들 중 막내였다.
어린 나이임에도 대학시절부터 총여학생회 회장을 지낼 정도로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소유한 그녀는 아파트 청년회의 ‘정화씨’에서 어느덧 어르신부터 남편까지 ‘위원장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주민들의 선봉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 1~2시간 밖에 잠을 못자요. 없었던 두통도 생기고.. 아무래도 젊은 여자니까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기대가 부담이 되긴 하나봐요. 저도 다른 주민들처럼 억울함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일뿐이니까요.”
주위의 기대, 성과없이 흐르는 시간, 다가오는 분양.. 모둔 것들이 그녀에게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천막을 쳤을 땐 죽어나가는 한이 있어도 성과 없이 나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사실 잠못자고 머리아픈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시청의 무관심한 태도에는 너무 힘들어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가격을 깎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죠. 아산시 단일아파트 중 제일 많은 세대고 모든 임대아파트가 겪는 문제인데 이번 일을 꼭 관철시켜서 좋은 선례로 남기고 싶어요.”
이런 굳은 결심도 흔들릴 때가 있다. 바로 8살과 6살 난 두 딸의 전화. 대학 때 학생운동을 통해 만난 지금의 남편은 그녀의 전폭적인 지지자다.
“남편의 도움이 없으면 이런 일을 못했을 거예요. 요즘 애들 학교보내고 받는 것까지 다 해주니까요. 예전엔 잘자라고 뽀뽀도 해줬지만 요즘에는 천막에서 지내니까 거의 못보죠. 큰애는 어느정도 이해를 하지만 작은애는 지금도 가끔 전화해서 보고싶다고 울어요. 그때마다 슬프지만 다행히 이웃분들이 힘내라고 집에 반찬과 쌀을 가져다 준대요. 그걸 보면 애들이 우리엄마가 나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하는 것 같아요. 애들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요.”
살짝 젖은 그녀의 눈시울은 어느새 굳은 의지로 채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