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정의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모더니즘 역사관의 전형을 보여준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가 말한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의 대화를 시도할 때 문제는 이미 죽어서 만날 수 없는 과거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뤼시앵 페브르(L. Febver)는 ‘망탈리테(mentalites)’의 역사를 통해서 이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망탈리테는 인간의 사고와 행위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정치적 변혁이나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장기지속적인 특성을 갖는 문화적 측면을 의미한다. 즉 과거 사람들이 공유했던, ‘망탈리테’로 일컬어지는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카의 정의를 수정해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 문화 사이의 대화’라고 재정의하기도 한다.
천안박물관에서 마련한 역사문화대학은 바로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천안에 살았던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장으로 그들이 남겨놓은 문화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무었을 위해 살았는지 그들의 삶의 의미 체계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진정한 대화’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요소인 문화를 통해 새로운 역사보기를 시도하는 최근의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천안박물관 역사문화대학은 모두 6개의 강의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강의는 천안의 역사 왜 중요한가? 라는 주제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통의 중요성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시각을 제공해줄 것이다. 두 번째 강의부터는 선사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근대 등으로 시대를 구분하고 각 시대별로 천안사람들이 겪었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경험 속에서 그들이 남겨놓은 문화를 통해 당시 사람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현대사회를 규정짓는 하나의 용어로 ‘세계지역화(globalization)’라는 신조어가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의 합성어인 이 용어는 세계화가 지방화와 지역권화를 동시에 촉진시킴으로써 지방 및 지역의 문화정체성 형성과 그 유지를 보장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세계화의 경제적․기술적․문화적 요인들을 공간적으로 전세계화 뿐만 아니라 지방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오늘날 하나의 큰 흐름이듯이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포함한 특성화 전략 또한 시대적 과제이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잊혀져 있거나 묻혀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구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천안박물관에서 마련한 역사문화대학을 통해 백석동에서 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에서부터 용원리 백제인과 불교문화의 꽃 고려시대의 천안을 지나 나라사랑의 뜨거운 함성이 가득하던 아우내 장터에 이르기까지 천안에 살았던 사람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가 역사와 문화를 매개로 옛 사람들과 만나듯 우리 후손들도 오늘 우리가 쓰고 있는 새로운 천안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우리와 만나고 대화할 것이다. 따라서 역사문화대학은 문화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장일 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