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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시대의 산물 장항선, 이제는 예술작품으로 승화

아산시, 문화예술창작벨트 추진…전문가 심포지엄 개최

등록일 2009년06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예술창작벨트가 조성되는 장항선 폐철도 구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근대산업유산 활용 문화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예술창작벨트)’에 장항선 폐철도와 구역사로 응모한 아산시가 50여 개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를 제치고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사업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사업비 107억원이 투입되며, 도고온천 간이역과 도고역 사이 2.5㎞ 구철도와 농협창고, 신정분교, 옹기체험장, 세계꽃식물원 등을 하나의 테마로 묶어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게 된다.

또 배후지역인 도고읍내 중심가를 나무전봇대, 녹슨자전거, 서커스, 다방, 자장면집, 대포집 등 70년대 풍경과 트롯트와 악극, 만화영화 등 70년대 대중문화와 접목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근대 산업 시설은 우리 근대사의 흐름을 조명할 수 있는 유산으로써 의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인식 부족과 개발논리에 밀려 훼손, 사라지거나 방치되고 있었지만, 이제는 지역의 문화, 역사, 자연적 정체성을 반영해 산업유산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민간 전문가와 협력을 통해 지역의 능동적인 참여와 각급 행정기관과의 유기적 협조가 성공의 관건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산시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함께 지난 1월29일 철도자산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5월에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 마스터플랜 용역을 발주해 9월까지 마무리 짓고, 10월부터 2011년까지 본격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찍이 동양 4대 유황온천으로서 연인들의 신혼여행지로, 가족들의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충남 아산시 남서쪽에 자리잡은 도고는, 현재 화려했던 과거 온천의 역사를 뒤로하고, 시간이 멈춘 듯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아산시는 도고 일대에 특별한 의미로 남아있는 근대 산업유산들을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대중문화 공간으로 변모시켜, 쇠락한 도고온천역을 공연장·카페 및 박물관 등으로 구성된 예술 창작의 요지(要地)로 새롭게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근대산업유산, 본래의 취지는 존중하고 지역 역사·문화 반영해야

예술창작벨트 심포지엄

예술창작벨트를 지역의 특성에 맞게 구성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가졌다.

 

 

지난 25일 예술창작벨트 심포지엄이 도고 파라다이스호텔에서 400여 명의 학계,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강동진 경성대도시공학과교수, 천경석 아산향토연구회장, 김승회 서울대학교교수, 오세곤 순천향대연극무용학과교수가 주제발표를 통해 의견을 제시했으며, 윤인석 한국근대건축보존회장을 좌장으로 김준배 아산시의장, 연극인 조재현씨, 파주 헤이리마을 조성기획자인 한길사 대표 김언호씨, 국내 뮤지컬계의 산증인 설도윤씨 등 총 7명의 토론자가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근대산업유산 본래 목적 존중해야

강동진(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산업유산의 재활용과 지역재생’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강동진 교수는 일본의 ‘오타루 운하와 창고군’과 ‘요코하마 항구시설’, 독일의 ‘졸페어라인 폐광산’, 영국 런던의 ‘템즈강변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뉴욕 하이라인 프로젝트’ 등의 해외 우수 사례를 소개하며 근대산업유산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대해서 필요한 작업을 설명했다.

강 교수는 자신이 소개한 해외 우수사례에 대해 ▶문화재적 가치가 적지만 기능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산업유산 ▶철도, 운하, 도로, 교량, 고가구조물, 강, 해안 등 정적인 시설물과 다른 잠재력을 가진 선 모양의 산업인프라 ▶산업유산 자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당시 시스템을 존중하는 것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아산시도 이같은 점을 착안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시민의 생각을 반영하고 지역사랑과 창의적인 발상을 갖고 오랜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창조적 시민 그룹의 발굴,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꾸준한 추진 및 확대, 시민참여에 기반한 운영관리 체계 마련, 프로세스 지향적인 접근의 정립, 지역대학의 인적자원 및 아이디어 활용 등의 방법론도 덧붙였다.

강 교수는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목적을 지켜주고 존중해지면 관광효과가 따라 오는 것”이라며 “산업유산의 본래 목적을 존중하고 거기에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를 반영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생길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희미한 근대유산, 지금부터라도 관심가져야

천경석(온양고 교사, 아산향토연구회장)
천경석 아산향토연구회장은 ‘아산시 지역여건 및 근대역사 변천’이라는 주제에 대해 “앞서 강 교수님이 외국의 사례를 소개해주셨는데, 외국에 대해 부러운 것이 있다”면서 “외국은 근대유산이 자국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식민지 시대의 산물이 많아서 해방 후 파괴되고 부서지는 등 이제는 축대나 보 등 몇가지 외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천 회장은 예술창작벨트의 대상지 주변에 산재된 근대유산물과 문화재를 소개하면서 “아산시는 특히 독립운동과 관련된 기념물이 남아있는 것이 없어 아쉽다”며 “남아있는 독립운동관련 기념물도 충분히 활용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며 선장멸왜기념탑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좁게 생각하면 예술창작벨트 주변의 근대 문화유산을 살펴봐야겠지만, 이번 사업을 넓게 생각하면 아산시 전체의 역사문화자료를 활용해 아산지역의 여러 가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산시 곳곳에 남아있는 문화재를 추가로 소개했다.

 도고면, 지금 그대로가 무한한 가능성 지닌 차별성

김승희(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도고문화벨트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승희 교수는 “10년전 아산시 보건소, 보건지소를 설계한 적 있는데 다시 아산을 찾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아산시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도고역과 인근 마을은 60~70년대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스토리텔링소재로 더 활용가능성이 크다”며 “또 도고꽃식물원, 공사중인 옹기 전시체험관, 도고온천, 박정희대통령 별장 등도 다른지역과 차별화 된 도고만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제시했다.

특히 김승희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꼭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다”면서 “도고면 폐선부지와 주변풍경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전하고 지나친 개입과 개발은 피해야 할 것”이라며 “이 지역은 풍경 자체가 상당한 가능성 가진 자원이라고 저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통 바깥에서 성공한 사례를 도입하기 쉬운데 도고는 현재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장점이 많다. 현재의 자산에 주목해서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자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추진할 것”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폐철로부지 개발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런 장점을 살리면 도고만의 차별화된 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다양한 층의 관광객 수용 ▶도고지역 주민에게 혜택 환원 ▶접근이 용이하고 이해하기 쉬운 공간네트워크 구축 ▶자생적인 발전 가능 등의 조건을 제시한 후,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철도를 따라가는 아름다운 산책로, 꽃이 피는 도고’ 등의 브랜드도 구상했다고 밝혔다.

예술의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뤄지는 공간 돼야

오세곤(순천향대 연극무용학과 교수)
오세곤 교수는 “기존의 산업시설에 어떤 콘텐츠를 담아야 할 지 고민했다”며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예술 콘텐츠 구성’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오 교수는 “예술창작벨트가 생산품이라면 각각의 콘텐츠는 부품이고 이것을 잘 조립해야 한다”면서 “어떤 부품을 써야 하나 고민해보면, 공방, 스튜디오 같은 제작공간과 세트보관소, 의상보관소 등 보관공간이 있어야 하며 예술인, 단체, 지역내 대학의 관련 전공한 예비예술인들을 포함한 예술인들이 입주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과 소비가 같이 이뤄지는 예술벨트 돼야한다”면서 “관람객들이 방문했을 때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소비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예술교육 기능까지 갖추고 인근 문화재와 결합이 가능한 테마를 선정해 기존주민들과 예술인, 관람객들이 어우러진 예술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성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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