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는 26일(금)은 백범 김구선생이 서거하신지 60주기가 되는 날이다.
상해임시정부를 이끌며 대한민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위해 온몸을 바쳐왔던 그의 일생은 여전히 국민모두의 사표로 남아있다.
이에 본보는 백범의 유지인 ‘아름다운나라’, ‘문화강대국’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재단법인 김구재단의 김호연 이사장을 만나 백범 서거 60주기와 관련한 근황을 들어보았다. |
10만원권 발행 무기한 연기 때는 아쉬워 잠도 못자
백범의 정신을 기리고 알리며 계승하는 일이 내 평생의 업이자 사명
재단법인 김구재단 김호연 이사장.
▶올해는 백범 선생 서거 60주기다. 김구재단의 특별한 사업이 있다면?
백범 선생님의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작업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학술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강연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백범문화강좌를 정례적으로 개최해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백범 정신과 실천을 정확히 알리는 데도 노력 중이다.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백범 이미지 공모전이나 논문 공모, 백범 관련 영상물 상영 등의 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한 해외에서도 다양한 활동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 번의 행사나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그 결과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들을 선별해서 집중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김구 재단의 현황(직원 수, 기금, 프로그램 현황 등)은?
200억 원 정도의 재단 재산을 바탕으로 장학사업, 불우학생지원사업, 독립유공자 자녀 지원사업, 학술지원사업, 해외 한국학 지원사업, 교육 여건 지원사업, 문화예술 활동 지원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해 마다 지원사업 분야의 비중이 조금씩 다르지만,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백범 선생의 각별한 뜻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장학사업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크게 잡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재단 사무실은 아시다시피 천안에 있다. 천안은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로 대표되는 애국애족의 고장, 독립운동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지 않은가. 자체 직원 외에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이 개별 사업 기획이나 추진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김구재단의 ‘백범문화강좌’가 호응을 얻고 있다
백범 선생 서거 60주기를 맞아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백범 사상과 생애 그리고 우리 독립운동사를 중심으로 하되, 문화, 교육, 가족, 건강 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들도 폭넓게 다루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
각 분야에서 정상급의 강사 분들을 모시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백범 선생이 문화국가의 비전을 말씀하셨듯, 문화강좌는 바로 그런 뜻을 잇는 사업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욱 충실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김구재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렵고 아쉬웠던 점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백범 선생이나 애국지사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이 문제는 향후 김구재단이 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과 사업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계획 중이기도 하다. 애국지사니까 당연히 존경하고 기려야 한다는 주장은 젊은 세대에게 먹혀들기 힘들다고 본다. 정확히 무엇이 그 분들의 훌륭한 점이고 오늘날의 우리가 계승해야 할 점인지, 세심하게 그리고 보다 친근한 접근 방식으로 알리는 게 필요하다.
김구 선생의 서거당시 경교장에 차려졌던 빈소의 모습.
▶윤봉길 의사 장학재단에도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장학사업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백범 선생은 교육의 중요성을 각별하게 강조하셨다. 우리가 백범 선생을 독립투사로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백범 선생님은 교육자이기도 하셨다. 만약에 백범 선생이 중국으로 망명하지 않고 국내에 남으셨다면 교육 운동에 매진하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니 김구재단이 장학사업을 중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배울 기회에서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건 공적인 제도와 법령을 통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겠지만 그늘진 곳은 늘 있기 마련이고, 김구재단은 그런 곳을 미력이나마 책임지려 하는 것이다.
▶10만원 권 발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백범 김구의 초상화를 넣는 것도 함께 미뤄졌는데
백범 선생을 화폐도안인물로 모시자는 캠페인을 펼쳤고 많은 국민들이 호응해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결국 백범 선생으로 최종 결정이 되면서 정말 가슴 벅찼다. 그런 만큼, 발행이 연기된 것이 솔직히 매우 아쉽다. 처음엔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의연하게 때를 기다리고자 한다. 국민 여론 다수는 늘 백범 선생 편이라고 믿고 있다.
▶김구 선생의 리더십에 비춰 오늘날의 정치 리더십이나 정치 문화를 평가한다면?
백범 선생은 항일 운동과 관련해서는 늘 비타협적 이셨지만, 평소 포용력은 남다른 분이었다. 카리스마가 강한 분이면서도 늘 자기 자신을 낮추며 인간 친화적이고, 반대파까지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보다 큰 가치와 비전을 위해 포용과 통합을 지향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정치 리더십과 정치문화를 바라본다면, 아무래도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이 아쉽다.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해득실 계산의 정치가 오늘날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당장은 희생에 따른 손해를 볼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올바른 의미의 정치적 성공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자기희생과 섬김에 있다고 본다.
▶부인이 김구 선생의 손녀이신데
많은 부분에서 재단을 이끌어 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오히려 어느 면에서는 내가 배울 점도 많다. 브라운대학 김구도서관 개소 추진 과정에서도 아내의 역할이 컸다. 제가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과 아이디어를 내놓는 데 주력한다면, 아내는 구체적인 실행 과정에서 세부적인 측면까지 알뜰하게 챙긴다.
▶김구 재단의 앞으로의 방향과 계획은
백범 선생의 뜻과 정신을 기리고 널리 알리며 또 계승하는 일은 내 평생의 업이자 사명이다. 김구재단이 앞으로 더욱 많은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하고, 학술 연구 지원 사업도 강화할 작정이다. 특히 백범에 대한 학술적 조명 작업은 이제 김구학(Kim Koo studies)의 전망으로까지 보다 심화되고 넓어져야 한다고 본다. 역사학적 연구에서 더 나아가 백범 사상과 실천의 21세기적 의미를 재발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백범 리더십에 관심을 기울여 온 것도 그런 차원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범위를 넓혀 세계를 대상으로 백범 선생을 알리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오는 26일은 백범 김구선생의 서거 60주기가 되는 날이다.
백범에 대한 학술적 조명 작업, 김구학으로 심화되고 넓어져야
정치는 나의 숙명이며, 내가 해야 할 마지막 봉사
▶개인적인 질문이다. 근황은 어떤가?
고향인 천안에서 김구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해 백범 선생 서거 60주년과 임정수립 90년을 맞아 백범 선생은 물론 독립유공자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 알리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천안 지역 사회를 위해 여러 단체에서 봉사도 하고 있다.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한 공부도 하고,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과 만나면서 국가 발전을 위한 방안을 찾는 데도 노력 중이다. 기업인으로 활동할 때 못지않게, 아니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
▶다음 선거 때도 도전하나? 도전한다면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정치는 나의 숙명이며, 내가 해야 할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다른 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배우고 싶은 것도 마음껏 배울 수 있었다. 기업인으로서도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환경과 기회, 또 성공은 결국 제가 살고 있는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가 받은 것 이상을 사회에 되돌리고 또 봉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눈을 뜬 것이다.
정치라는 게 결국 사회와 국가, 그리고 민족에 대한 봉사가 아니겠습니까? 백범 선생님도 섬김과 봉사의 리더십에 투철했던 정치인이셨다.
정치인으로서 다음 선거 때까지의 계획이라면 별다른 게 있겠나? 각계각층의 지역 분들과 부지런히 만나며 그 분들의 말씀에 열심히 귀 기울이겠다. 지역 현안도 더욱 열심히 파악하고, 복지, 문화,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위한 방안과 정책에 대한 공부도 계속 할 것이다. 진심을 갖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 외에 지름길은 없다고 본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