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8일(목) 오후 2시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중소상인 살리기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전국적으로 400여 개에 달하는 대형유통매장들이 중소상인과 재래시장 등 지역 상권의 붕괴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형유통매장들의 동네골목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대형유통매장 직영점인 SSM(Super SuperMarket)이 잇따라 개점함으로써 동네슈퍼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이에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천안아산경실련·대표 최장호)은 지난 18일(목) 오후 2시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중소상인 살리기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형마트(기업형 SSM)의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향과 균형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천안시의회 유평위 의장을 비롯한 60여 명의 방청객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천안아산경실련 최장호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대형유통업체의 급증은 중소점포 및 재래시장과의 과다경쟁 등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도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형유통업체·기업형 슈퍼마켓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중소유통업체·중소상인과의 상생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지난 1996년 유통업 개방에 따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 이후 대형유통마트 점포수는 전국적으로 ▷2000년 162개(매출액 11조2000억원)에서 ▷2004년 273개(매출액 22조2000억원) ▷2008년 385개(매출액 29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천안에는 현재 8개의 대형유통매장이 영업 중이며, 이들 업체는 지난 2008년 10월 기준 63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역사회에 환원한 금액은 4억1500만원에 그쳐 낮은 지역기여도로 빈축을 사고 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업형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형 SSM 입점 후 주변 소매업체의 79%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고객수는 37%, 매출액은 34%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적자 상태인 업체도 3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어 이마트 동네골목 진출
이날 토론회는 천안시의회 전종한 의원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남서울대학교 동아시아유통정보센터 원종문 원장이 ‘기업형 SSM 출점대응과 대중소 유통 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고,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이 ‘대형마트(기업형 SSM) 규제 입법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발제에 이어 천안시의회 조강석 의원, 천안아산경실련 김의영 정책위원장, 남산중앙시장 이선우 상인회장, 천안시청 유창기 지역경제과장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잇따른 개점을 둘러싼 논쟁이 대형유통점과 중소상인들 사이의 이익다툼이 아닌, 국가적인 관점의 유통구조 선진화를 위해 적절한 조절이 필요한 현상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원종문 원장에 따르면 현재 유통산업 구조에 대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업계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기준 89개의 기업형 슈퍼마켓을 개점한 홈플러스가 적극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으며, 롯데마트도 2008년 기준 101개의 기업형 슈퍼마켓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이마트까지 가세해 올해 30~40개의 기업형 슈퍼마켓을 개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GS슈퍼, 킴스클럽마트 등 기업형 슈퍼마켓은 전국적으로 429개(2008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지역과 가까운 거리·생필품 위주 판매, 동네슈퍼와 정면대결
남서울대학교 동아시아유통정보센터 원종문 원장.
기업형 슈퍼마켓은 1000㎡ 이내 규모에 식품과 일용품 중심으로 입점지역 특성에 맞게 상품을 탄력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도보접근이 가능한 지역에, 일정규모의 주차장을 갖추고 대형유통매장의 영향권이 닿지 않는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급속도로 늘어나는 대형유통매장들이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틈새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동네슈퍼’와 정면으로 대결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내 대형유통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각 업체마다 새로운 업태인 SSM을 확장함으로써 중소유통시장을 선점하려는 과열된 경쟁이 존재한다. 이러한 공격적 SSM 확장에 따라 중소유통시장은 업계 3강 중심의 독과점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급속한 성장은 ▷지역 부의 유출로 인한 지역경제 위축 ▷주병상권 몰락으로 인한 지역평균물가 상승 ▷중소유통 종사자의 실업으로 지역실업률 증가 ▷대형유통매장 자체상표상품 비중 확대로 인한 중소제조기업의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원종문 원장은 “유통시장의 선진화란 다양한 업태가 공존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는 포화상태인 대형소매점의 개점을 제한해 과잉투자를 방지하고 중소유통을 포함한 타 업태가 경쟁력을 확보할 여유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지역상권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유통업의 차별적 입지를 지정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소슈퍼마켓은 조직화를 통한 공동물류사업 전개, 시설 현대화, 정보화를 통한 경영합리화를 추구하고, 재래시장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쇼핑센터 형태의 새로운 유통서비스업종의 집적지를 조성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원장은 특히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심의위원회를 두고 충분한 검토·평가를 통해 지역 상권과 지역민 삶의 질 향상에 바람직한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풀뿌리경제가 살아야 나라경제도 산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
두 번째 발제에 나선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유통이 제조까지 지배하는 구조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판매자가 생산원가를 분석해 마진을 정해주고, 원하는 가격에 상품을 요구하는 지금, 생산자는 단순 납품업체로 전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국적 유통망과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의 SSM은 재래시장 및 슈퍼마켓의 주 판매상품인 1차 식품과 생필품을 취급함에 따라 파급효과가 더욱 심각해 서민경제 안정도모 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또한 “마트나 SSM에서 판매하지 않는 품목을 다루는 소매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유통 대기업과 중소상인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상생할 수 있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 룰이 없다면 국내 유통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점포 제한 의견에 대한 토론 및 연구의 장 마련 ▷대규모 점포의 확산제한을 위한 법률의 조속한 통과 ▷대규모 점포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심의, 조정권한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형유통기업의 세력 확장, 현행법으론 한계
천안시의회 조강석 의원
토론에 임한 천안시의회 조강석 의원은 대형유통업체의 무분별한 확장을 지역차원에서 규제할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대형유통매장은 인구 15만명에 1개소가 적절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천안은 6만8000명에 1개소로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이고 있다”며 “대형마트 지역기여에 대한 권고 조례안의 핵심은 마트가 지역에 얼마나 환원하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일정비율 이상 채용하고, 지역 농축산물을 매입하고, 매출액은 일정기간 지역 금융기관에 예치한 후 본사에 송금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조례안은 권고인 만큼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집행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천안시청 유창기 지역경제과장은 “조례로는 강력한 제지가 불가능하고 실효성이 부족하다. 오늘 토론회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소상권 몰락 막기 위해 적절한 개입 필요
천안아산경실련 김의영 정책위원장
상호토론에서 천안아산경실련 김의영 정책위원장은 원종문 원장에게 “세계 다른 나라들, 특히 G7에 해당하는 선진국들은 대형유통업체를 어떻게 규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 지역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는지”를 물었다.
원종문 원장의 답변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WTO 협상에서 양허안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를 포함시켰다. 국민정서도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는 것에 이해가 높다. ▷미국은 무한시장경쟁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을 강화하고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한 처벌로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모니터링도 미흡하고 처벌규정도 미약한 현실이다. ▷일본은 시장개방에 대한 압력이 시작되자 대규모점포 제한법을 만들어 규제하고 있다.
원종문 원장은 “우리나라는 이중 어떤 장치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정 사업자를 규제할 경우 WTO에 제소할 우려가 있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과잉경쟁과 국내 중소상권의 몰락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의 효율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개입하지 않는 것은 방임”이라며 “제조기업을 대하듯 경쟁력 있는 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시각으로 유통기업을 대하면 오산이다. 다양한 형태의 업체가 공존하는 것이 유통시장의 선진화”라고 강조했다.
김의영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여건에서도 규제가 가능한데 안하고 있다면 몇몇 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자체도 심의기능을 강화할 방법이 필요하다. 도시계획단계나 건축, 환경영향평가 등을 보강해 지역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어떨지 제안한다”고 밝혔다.
원종문 원장 역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시행세칙만 바꿔주면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 수 있다. 정부는 근거만 마련해주고, 지역에서 실정에 맞게 조례로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PB상품과 PL상품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유통매장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업체가 자체브랜드로 판매하는 PB상품과 PL상품이다.
대형유통매장에서나 볼수 있었던 PB상품과 PL상품은 직영체제로 운영되는 기업형 슈퍼마켓에서도 판매돼 동네소비자들을 공략하게 된다.
PB상품(Private Brand goods)이란 동일한 성분의 제품에 자체브랜드를 붙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상품을 말하고, PL상품(Private Label goods)은 자체브랜드만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기획, 생산, 판매 등 전반적인 과정에 유통업체의 기획력이 강화된 상품을 말한다. 저마나 ‘최저가격’을 내세우는 대형유통업체들의 PB·PL상품 확대와 출혈경쟁은 납품업체까지 그 영향을 미치며 우려를 낳아 왔다.
이러한 PB상품·PL상품 등 자체상표상품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조업체에 대한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대형마트 시장의 독과점을 가속화하고 ▷불공정거래 유발 ▷공산품 유통경로 축소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는 견해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히고 가격인하효과를 가져와 소비자 편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고 나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지불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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