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2009-최정임(46·오룡동)씨 가족
온가족이 투병중인 최정임씨(맨좌) 가족.
아빠는 고관절 골절로 지체장애 5급, 목 디스크, 얼마 전 비강내 고름제거 수술.
엄마는 무릎에 물이 차는 슬관절 수종, 허리디스크, 유방종기제거수술.
큰아들 주호, 병명이 확인되지 않아 5개월째 정밀검사 중. 몸 좌측 전체적인 마비증상.
막내 경식이, 뇌수두증으로 뇌병변 장애3급, 지체장애, 발가락이 6개로 작년8월에 제거수술.
가족구성원 4명이 한 명도 빠짐없이 투병중인 가정이 있다.
막노동을 하며 가계를 책임졌던 아버지가 일을 못한지는 어느덧 3년이 넘었다.
수입원이라곤 오직 기초생활수급과 장애수당.
거기에 10개월 전 성정복지관을 통해 선정된 ‘사랑의 리퀘스트’에서 1년 기한으로 매월 지원하는 40만원이 전부.
아이들에게 새 옷은 커녕 신발, 양말까지 얻어 신기며 근근이 살아오던 상황에서 큰 아들 주호의 발병은 극심한 가뭄 끝에 일어난 들불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 투병에 죄책감 까지 들어…
병명이 확인되지 않아 수개월째 검사만 받고 있는 큰아들 수호.
올해 다섯 살인 막내 경식이는 2.2㎏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엄마의 품에 깃든 경식이는 뇌수두증으로 1급장애 판정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던 엄마의 고집이 꺾이고 난 뒤에야 3급장애 판정을 받았다. 지금도 머리에 충격이 주어지면 즉사할 수도 있는 만큼 엄격한 보호가 필요하다. 발가락도 6개였던 경식이는 3번의 수술 끝에 작년8월, 한 개를 완전히 제거했다. 현재 장애인전담 천안시립 문성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그런 경식이의 형인 올해 12살, 초등학교 5학년 주호.
수호는 4~5개월 전부터 다리가 마비돼 풀썩 쓰러지기도 하고, 탈수현상까지 보였다.
처음 찾아간 병원에서는 성장통일꺼라는 속 편한 소릴했다. 하지만 감각도 무뎌지고 걸음조차 걷기 힘들어 하는 아이가 영 걱정이던 엄마는 올해 2월,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갔다.
뇌파, 혈액, 심전도, 근전도 등 각종 검사를 다 해 본 결과는 이상하게도 정상이었다. 혹시 장애가 있는 둘째 경식이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샘이 나 그런가 싶어 정신과 검사까지 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후 서울대병원에서도 정밀검사를 받아봤지만 어떤 병인지 아직도 확진을 못 받고 있다.
불편한 몸으로 막내 경식이에게 헌신하던 엄마는 주호에게 신경을 못 써줘 그런가 싶어 죄책감이 든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불안하기만한 이 가족의 투병기
“요즘은 검사비용이 지원이 안 돼요. 확진을 받고 수술이나 치료를 해야 보장이라도 받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 몇 달동안 든 검사비만 몇백이에요. 게다가 수시로 서울에 있는 병원을 오르내리고 약을 받아오려니 집안이 정말 휘청휘청해요.”
엄마는 속은 이미 바짝바짝 말라 타들어 간지 오래다.
희귀병이라도 우선 병명이라도 확실히 알게되는게 지금으로써는 가장 바라는 바다.
현재 주호는 엄마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닌다.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에도 다니지만 몸과 마음이 다르다보니 짜증도 쉽게 난다. 이제 여름방학이 되면 다시 한번 정밀검사를 받아볼 예정인 주호.
8월은 그나마 지난 1년 큰 도움이 됐던 ‘사랑의 리퀘스트’ 지원마저 끊어지는 달이다.
누구하나 성치않은 네 가족의 투병기가 바람 앞의 촛불마냥 더 불안한 이유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