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화(67·성정1동 풍성한교회 목사)
“성경 잠언에 보면 이런 말이 있어요.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해 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윤택해 지리라’라는.”
천안 성정사거리에서 천안역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좌측으로 작은 교회하나가 눈에 띈다. 이 교회의 이름은 바로 ‘풍성한 교회’. 낡은 건물의 지하에 있는 이곳은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짙게 배어있고 장마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눅눅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사실 이 교회는 작은 베풂을 통한 사랑의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뽀송뽀송한 기운이 넘치는 곳이다. 여기서는 매주 금요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랑의 무료급식이 펼쳐진다.
담임목사인 김옥화 씨를 만난 것은 오전 11시 경이었다. 교회 입구에서는 벌써 식사를 마친 이들부터 한창 식사중인 사람들 10여 명이 눈에 띄었다. 배식은 원래 12시~1시까지지만 10시30분쯤부터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김 목사는 지난 2월부터 지금껏 이 일을 해오고 있다.
“작년에 척추수술만 3번을 하고 3월부터 6개월간 병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님이 언제쯤 나를 부르실까, 그때까지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하는 고민이었어요. 그러다가 결심했죠. ‘남은 삶은 이웃들을 위해 살아보자’라고요.”
그 때 생각한 것이 무료급식이었다.
힘들고 부담되지만 보람되는 일
우선 입구에 매주 금요일 무료급식을 한다는 작은 현수막을 세웠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들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형편의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어느덧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6개월도 안 됐는데 이제는 매주 70~80명은 오시는 것 같아요. 연령도 20대에서 70대 까지 다양하고 길에서 사는 이들이 많으세요. 어떤 분들은 ‘새벽기도 나올테니 돈을 달라’ ‘잠도 재워달라’는 말씀을 하세요. 하지만 설거지를 거들어 준다는 분들도 있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분들도 계세요. 누구보다 어렵고 사연없는 분들이 없지만 다들 너무나 순박하시답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봉사하는 이웃 2명과 함께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도 힘든 몸으로 목요일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는다.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매주 식료품 준비에 드는 비용만 45만원 내외가 됐다.
쌍용동에서 작은 꽃가게를 운영하면서 얻는 수입으로 충당하기에는 이미 부담되는 수준을 넘었지만 지금도 금요일만큼 기쁜 날이 없다는 그녀다.
‘썬다 씽’ 같은 나눔의 삶 살고 싶어
“인도에 ‘썬다 씽’이라는 성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티벳에 선교의 사명을 띄고 폭설이 내린 히말라야를 넘어야 했어요. 한참을 가다 눈 덮힌 길가에서 얼어죽은 듯한 사람을 발견한 그는 동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업고 뒤쳐져 산을 넘었습니다. 미끄럽고 험한 길에 사람까지 업다보니 썬다 씽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이 났습니다. 그러던 중 썬다 씽의 그 열기로 죽은 것 같았던 사람이 기적처럼 깨어났고 결국 둘다 무사히 산을 넘고 반대하던 이는 죽게 됐답니다.”
김옥화 씨는 ‘가장 가슴깊이 남은 이야기’라며 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썬다 씽’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씨는 ‘썬다 씽’처럼 더불어 살고자,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상에서의 감정을 시나 산문으로 정리하는 그녀는 매일 식사하는 이들의 이름을 적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뜻있는 분들이나 단체와 함께 365일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눔을 실천해 보세요.”
<이진희 기자>
도움주실분: 풍성한교회 ☎577-6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