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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복 사려다 ‘까맣게 타버린 속’

교복 판매상술 놓고, 일부 학부모와 업체 갈등

등록일 2009년05월2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교복의 판매업자들의 상술을 놓고 일부 학부모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특정브랜드와 무관함.

윗도리 만은 안판다!!??

이왈순 여사(가명·천안 청수동)는 올해 고3과 고2 아들을 둔 학부모다.
지역에서 이름난 학교에 다니는 아들들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녀는 이달 초 학교로부터 ‘6월1일부터 하복을 입게 할 예정이니 준비해 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지서를 받았다.
때마침 작년에 산 하복이 작아진 둘째아들의 상의를 사러, 교복매장을 찾은 그녀는 본인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교복 상의만은 안 팔고, 바지와 세트로만 판다”는 것이었다.
바지가 필요없는 왈순여사는 아이가 원하는 브랜드 교복이기에 고까움을 참고 통사정을 했다. 주인은 그제서야 “예상 재고가 파악되는 5월말이나 6월초에 오면 따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빈정이 상할대로 상한 그녀는 화가 난 상태로 다른 유명브랜드의 교복매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곳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던 그녀는 결국 감정을 폭발시켰고 실랑이 끝에 결국에는 상의만을 사가지고 나왔다.
하지만 만족감은 커녕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싫다고 안 살수 없는 교복. 학부모 입장이어서 당하는 설움 같아 교복가게 사장들이 밉살스럽게만 보였다.
‘아니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 주고 사겠다는데 안 판다니 말이 되는 거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해법은 없을까?

사실 교복과 관련한 교육청의 개입권한은 극히 제한적이다. 사진은 올해초 열린 교복공동구매 활성화를 위한 연석회의

왈순씨는 알고 보니 주변에 본인 같은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왈순씨가 사려던 교복의 남방 상의는 3만9000원. 작년보다 4000원이 오른 가격이다.
또 바지가 4~5만원 가량하니 남방2벌과 세트로 계산하면 12만원 내외가 된다. 여기에 명찰을 새기는데 드는 비용 1500원~2000원은 별도로 추가된다.
사실 남방 한 장과 상하의 세트는 가격적으로 비교가 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천안녹색소비자연대의 강민애 간사는 “사실 업자의 판매방법까지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이런 사례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불공정거래로 접수시킨다면 시정명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 간사는 시간은 좀 오래 걸리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안 주부교실 소비자고발센터 이승자 부장은 “특히, 재학생들의 경우가 왈순씨 같은 사례를 겪을 수 있다. 교육청쪽에서 교복업자들과 만나는 일선 학교 교장들에게 공문 등을 발송해 개선의 여지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들어 교복과 관련한 소비자 민원은 ▶천안주부교실에는 경우 동복가격과 관련한 것이 3건 ▶천안녹색소비자연대에는 가격담합과 품질과 관련해 10건 이내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례와 관련해 교육청의 입장도 들어보았다.
천안교육청 중등교육과 김병갑 장학사는 “교복과 관련한 업무는 학생들의 생활지도 차원에 제한된다. 이런 사례처럼 사인들간의 경제행위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해야 하는 지도 의문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마 전 타 지역 일부 교복업체들이 학생들에게 수당을 주고, 회식을 시켜주며 판촉을 한 것 같은 사례가 개입의 예가 될 수 있다는 것. 다만 사회적 요구가 있을 때 중앙차원에서 방침정도는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다.
<이진희 기자>

업체의 고충도 알아달라

본보는 왈순씨의 제보를 토대로 교복업체가 밀집돼 있는 봉명동과, 문화동 인근의 판매 실태를 더 파악해 봤다.
취재시점이 5월 하순에 접어든 탓인지 교복업체들은 제보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천안 봉명동의 브랜드 교복 판매자 A씨는 “간혹 그렇게 팔아야 될 때가 있다. 판매자는 예상수요를 파악해 상하의 세트로 주문을 넣는다. 특히 판매가 집중될 때는 상하의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춰놔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판매를 거부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라고 말했다.
천안역 인근의 B씨는 “어느 학교에 사이즈가 몇인지를 일단 물어보고,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구별없이 판매한다”고 말했다. 

지역총판격인 판매자 C씨는 기자의 취재의도를 듣고 완곡하게 이해를 구했다.
“교복은 구매자가 딱 그 학교 학생들로 한정된다. 예전에는 이월, 신상의 개념이 없었는데 요즘은 재고가 남으면 30% 할인된 가격에 마진을 거의 못보고 팔아야 한다. 재고를 줄이는 것이 영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이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 왈순씨의 사례도 판매거부라기보다는 개별판매가 가능한 시점을 고지해 주었던 것으로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판매자 D씨는 교복판매에 대한 ‘오해’를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사실 시민단체들의 비판과 학부모들의 공동구매 등을 거치면서 교복시장은 ‘거품시장’이라는 인식이 너무 깊게 각인돼 있다. 요즘은 정말 어려워 이 업계를 떠나는 이들도 많다. 아이들이 교복만큼 입고 다니는 유명브랜드 ‘N’사의 바람막이는 중국에서 제작·수입해도 20만원내외를 호가하지만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순수 국내소재로 국내제작하는 교복은 무조건 거품이고 낮은 가격이어야 한다. 교복에 대한 오해를 조금만 풀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희>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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