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2009- 이나영(11·천안 성환읍·뇌종양)
속눈썹이 길고 예쁜 나영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갖고 있었다.
100일도 안 돼 경기를 하던 나영이는 뇌가 보통보다 작다는 진단을 받고 정신지체 1급 판정을 받았다. 나영이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도 결코 짧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9월 엄마에게는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더위가 물러가던 지난 9월, 개학을 맞은 나영이는 때 이른 감기에 걸렸었다. 하지만 한달이 넘도록 그 감기는 떨어질 줄을 몰랐고 오히려 심해져 한달넘게 입·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결국 입에서 노란물까지 넘어온 10월말이 되어서야 대학병원에 입원했고 MRI를 통해 소뇌에서 종양이 발견된 걸 알았다. 정확한 이름은 속절모세포종.
11월7일 뇌 종양의 제거수술을 받은 나영이는 아직도 종양이 남아있어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이식에서 회복까지 1년여를 입원해야 한다는 소견을 들어야 했다. 수술이 예정된 올 가을에서 겨울사이까지 나영이는 수술을 위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의 고비
감염우려 때문에 마스크를 쓴 기자와 엄마가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에도 나영이는 연신 괴로운 신음을 내며 몸을 비비꼰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수치가 다 좋지않아 음식을 제대로 넘긴지도 오래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눈물만 흘렸었죠. 교수님한테 ‘살려달라’고만 했어요. 당시 교수님이 ‘얼굴이나 많이 봐두라’할 때는 정말 겁이 났었죠.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수술이 잘 돼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답니다.”
나영이네는 엄마와 아빠, 나영이와 두 동생 해서 총 다섯 가족이다.
평택 서정리에서 3000만원대 반 지하 전세에 살던 나영이네는 수술과 치료 때문에 창문이 없는 2000만원짜리 반 지하로 이사를 가야했다.
아빠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다니고 엄마는 집에서 와인포장백을 만들며 근근히 살아가던 이 가족은 지금 또 하나의 고비를 맞고 있다.
치료비 생각하면…
“아빠 소득이 정부의 지원기준을 조금 넘는다나봐요. 하지만 우리가족의 생활비에다 병원비 부담까지 더해 정말 힘든 상황이거든요. 얼마 전에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시청에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마음만 상해 왔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현재 천안 성환에 조그만 임대아파트를 얻은 가족들은 나영이의 입원이 길어지면서 쉽지 않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직장이 평택인 아빠는 퇴근때까지 아이를 봐주는 평택의 어린이집에 두 아이를 맡긴다. 엄마가 병원에 상주해야 하다보니 아이들과 아빠의 의식이 궁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 주로 먹는게 ‘라면’인 상황이다. 아빠의 회사식당 아주머니가 반찬을 조금씩 챙겨주시긴 하지만 엄마의 손길이 그립기만 하다.
앞으로도 무균실에 들어가고 자가이식 받고 치료 회복에 드는 예상비용은 최소한 2000만원 정도. 벌써 5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바람이요? 글쎄요. 나영이가 그저 항암치료 잘 받고 이식도 잘 받고 건강하기만 바랄 뿐이에요. 다른 애들처럼 고깃집 놀이방 같은데서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눈물) 또 좋아하는 노래 듣기, 미끄럼틀도 원 없이 할 수 있었으면 해요.”
몸 가누기를 힘들어 하며 신음하던 나영이는 엄마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 품속에서 맑고 큰 눈을 얌전히 굴리고 있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