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들을 볼모삼아 고집을 부리면 어떡하냐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학교가 오히려 우리 아이들을 볼모삼고 있잖아요. 갖은 회유와 압력으로 안 치러도 되는 시험 강제하고 줄세우고 있잖아요. 아이마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가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여중 3학년생을 자녀로 둔 오선옥씨는 지난 31일 딸이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는 대신 아이와 함께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날씨는 좀 쌀쌀했지만 시험을 보는 대신 엄마, 아빠와 함께 얘기하고, 먹고, 즐기며 배우는 체험학습에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이날 충남에서 시험대신 체험학습을 한 학생들은 총 200여 명. 이들이 일제고사를 보지 않기로 하고 실천하기까지의 과정은 마음먹은 대로 쉬운 것이 아니었다.
상위 교육청의 관리감독 철저, 엄중대처 방침을 따른 각급 학교의 교장, 교감, 담임, 체험학습 담당교사 등은 수시로 전화를 해가며 부모와 아이들을 설득하고, 사정하고, 겁을 주기도 했다.
오씨는 지난번 치른 일제고사도 성적조작 논란이 이는 등 문제점 투성이로 드러났는데 특별히 개선되는 것도 없이 무작정 다시 시험만 치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육청 방침대로 ‘무단결석’ 처리되면 중학생이라 내신에도 불이익을 받게 되고, 부모와 선생님 사이에서 힘들어할 아이를 생각하면 부담이 많이 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후배들을 위해, 친구들을 위해 희생하는 걸로 생각하자. 오늘 너의 용감한 행동이 이 어려운 교육현실에 작은 변화를 이끌 수도 있는 거야. 잘 한거야 내 딸아. 힘 내!”라며 함께 마음을 다잡았고 소신껏 내린 이번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지난 2008년 일제고사를 치르느라 든 비용은 160억원. 오씨는 그 아까운 국민혈세를 정말 아이들을 위해 쓰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냐고 되묻는다.
이번에 새로 뽑힐 도교육감도 진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고민해 줄 소신있는 이가 되길 바란다는 오씨. 단순하고 소박하기만한 그녀의 바람을 후보들은 들어줄 수 있을까.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