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교통약자이동권확보를위한모임(천이모)’ 회원 30여 명은 지난 11일(수) 천안시 교통과를 항의방문해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촉구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이 뿔났다.
지난 11일(수) 오후 2시경, 20여 대의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가 천안시청 10층에 위치한 교통과를 항의방문했다.
이들이 소속된 ‘천안시교통약자이동권확보를위한모임(천이모·회장 김성규)’ 회원들이 예상보다 많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의사를 보이면서 부서 앞의 좁은 복도는 이내 만원이 됐다.
천안시 교통과 이주홍 대중교통팀장은 양해를 구하고 청내식당에서 갑작스런 간담회(?)를 가져야 했다.
천이모 회원들은 지난 2004년 12월29일 국회 참석의원 182명의 만장일치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통과됐는데 천안시는 여전히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불투명하다고 성토하고, 장애인 콜택시의 증차를 강력히 요구했다.
천안시 교통약자 이동권 확보를 위한 모임. 천이모가 생긴 것은 지난 2007년 12월. 현재 임원 5명을 포함해 19명의 회원이 활동중인 인터넷카페 천이모는 대부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날 시청을 찾은 장애인들은 30여 명이나 됐다.
천이모 김성규 회장.
김성규 회장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해 정리한 6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내용을 보면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이용만족도와 관련해 정기실태조사를 시행할 것 ▶특별교통수단의 양적, 질적 확대 ▶보행환경개선 우선 추진 ▶이동지원센터 설립 ▶천안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 제정 ▶교통약자관련 업무 일원화 등이다.
이주홍 대중교통팀장은 이런 요구와 관련해 담당업무가 저상버스를 포함한 천안시 대중교통체계 전반이라며 회원들이 요구하고 묻는 바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팀장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의 제정과 관련해 시도 조례를 만들어야 하고 그에 근거해 정책이 추진된다. 지난해 교통과에서 용역조사를 실시했고 도에 보고해 보완지시를 받은 상황이다. 조례가 제정돼 주무부서가 정해지고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큰 틀이 잡혀야 정확한 답변을 해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저상버스와 관련해서는 “작년에 계약을 마무리 짓고 오는 5월경 3대를 첫 도입할 예정이다.오는 2011년까지 매년 3대씩을 도입하고 이후에는 별도 계획에 따라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가 기대하고 있는 저상버스는 가격이 일반버스의 2배에 가까워 대당 1억9000만~2억 가량에 달한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은 저상버스의 효과에 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장인 콜택시의 증차를 강력히 촉구했다.
회원들은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교통약자로 규정된 사람들이 3대의 버스를 함께 이용하다보면 현실적으로 이동이 극히 제한적인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천안시 교통과 이주홍 대중교통팀장.
이 팀장은 장애인콜택시의 문제는 주민생활지원과 장애복지팀의 담당이라며 답변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답답해진 천이모 회원들은 장애인콜택시의 문제를 적극 거론하며 그동안의 불편과 요구사항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현재 교통약자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인구 30만~100만 규모의 도시는 50대의 특별교통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천안시의 장애인 콜택시는 시에서 4대, 민간영역에서 3대가 맡아 이동지원을 하고 있을 뿐이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불만이 높은 것은 이렇듯 현실과 법과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인구 11만인 경남 밀양시의 경우에도 올해 3억7000만원의 예산을 세워 상반기에 4대, 하반기에 3대의 장애인 콜택시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천안시 휠체어 장애인들은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고 있다.
김성규 회장은 “규정대로 하는 것이 목표지만 지자체의 예산을 고려해 5개년씩 2차에 걸쳐 달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도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장애인담당자를 불러와라’, ‘시장실을 항의방문하자’는 의견들도 오갔지만 결국 추후 약속을 잡고 답변을 듣는 것으로 항의방문은 마무리 됐다.
다음날, 김성규 회장은 김진철 장애복지팀장과 다시 면담을 했다고 전했다.
김진철 팀장은 이 자리에서 장애인 콜택시는 올해 증차계획이 없으며 제시한 의견은 최대한 참고해 조례나 시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천이모는 앞으로도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조만간 시장면담을 요청하고, 더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진희 기자>
시청 식당에서 갑작스런 간담회(?)가 펼쳐졌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저상버스보다 장애인 콜택시의 증차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