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여 년을 한 마을의 통장으로 일하면서 궂은일을 도맡아 온 임종호 통장(80). 그는 마을의 누구네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다 아는 '진짜 통장'이다.
아산시 용화10통 통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올해 80세가 됐다. 본인은 이제 나이도 있고 다른 젊은이에게 통장직을 물려주고 싶어 하지만 정작 동네 주민들은 아직까지 그의 손길이 필요한지 그를 놔주지 않고 있다고.
요새 임종호 통장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봄맞이 마을 대청소, 공원화사업을 위한 가로화단 정리 등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누구보다 먼저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고 있다.
또 행정기관 등에서 각종 회의를 끝내고 귀가하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가가호호 알려주는 등 주민들이 최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일선에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6.25참전으로 손가락을 잃은 국가유공자 임종호 통장은, KT(한국통신공사)에서 1962년부터 28년동안 근무하다 1989년 송탄전화국 출장소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했다. 정년퇴직한 그해에 통장직을 맡은 후, 중간에 개인사정으로 5년여를 물러났던 것을 빼고는 지금까지 용화10통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고 있는 마을의 일꾼이다.
동사무소 직원들도 임 통장의 업무협조는 절대적으로 믿고 신뢰하고 있다. 온양5동에 근무하는 김종필씨는 “임 통장님은 오랫동안 통장일을 해오신 것도 대단하지만 정말로 마을 사람들의 손과 발이 돼서 불평 한마디 없이 헌신하는 사람이라고 주민들에게 칭찬을 받고 있다”며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분”이라고 칭찬한다.
임 통장은 “봉사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고, 내가 나누는 사랑으로 이웃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서릴 때 얻는 기쁨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신념을 밝히며 오늘도 거리 뒤편에서 이웃의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찾아 해결해 주며 주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