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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배우고, 사랑하고”

혼자 자녀 셋 키우며 자원봉사까지 하는 억척 엄마 김숙희(가명·45·아산시)씨

등록일 2009년03월1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숙희 씨는 재건축을 앞둔 오래된 천안의 14평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김씨는 아이들마저 피해를 입게 되자 독립을 선택하고 큰 아이를 데리고 나왔고 지금은 세 자녀 모두를 키우고 있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하던 남편은 사업도 실패했고 IMF이후에는 4년이 넘게 실직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술도 마시지 않은 맨 정신으로 가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더욱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우유배달, 신문배달 등을 하며 살림에 보탬이 되려 노력했었죠. 하지만 남편에게서는 더 이상의 희망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스스로 돌파구를 찾고, 삶을 개척해야겠다는 의지로 37살에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답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던 의도였지만 학업의 시작은 가정불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남편은 약간의 의처증 까지 보이기 시작했다고. 
폭력이 자녀들에게 전이되고 점점 심해지자 결국 집을 나온 김씨는 낮에는 건설회사 경리로 밤 12시까지는 김밥집에서 일하며 ‘투잡’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모텔청소, 회사 구내식당, 24시간 해장국집 등 남편과 헤어지고 난 뒤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학업과 함께 일을 해 왔다.

이혼 못해 제도적 지원 못 받아

“무엇보다 아이들이 알아서 도와주었기에 삶이 가능했었죠. 큰애도 둘째도 고등학교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은 알아서 썼고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아요.”
현재 입대를 준비하는 22살 아들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엄마를 돕고있고 둘째도 고등학교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다 올해 대학에 입학, 기숙사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도 자기 앞가림은 벌써 할 줄 안다고.
현재 김씨는 낮에는 한 여성시민단체에서 상담자원봉사를 밤에는 호프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들어오는 수입이라고는 오직 그뿐. 
이혼만은 완강히 거부하는 남편 탓에 서류상으로는 아직 한 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이나 각종 기관, 시민단체의 지원기준에서도 탈락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이혼을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했지만 재판비용과 시간이 부담이돼 아직까지 해결을 하지 못한 상태다.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이제는 그래도 좀 안정된 편이에요. 경제적으로는 아직도 어렵지만 일을 하고 있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이제 마지막 학기마저 마치면 저보다 힘든 사람들,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방통대 환경보건과를 졸업한 김씨는 현재 환경교육과 4학년에 다시 재학 중이다. 눈코뜰새 없이 하루하루가 전쟁터지만 그녀의 꿈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김씨는 현재 심리상담사 2급 자격증을 갖고 있고 1급도 딸 예정이다. 또 성폭력, 가정폭력, 성교육강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이미 작년에는 유아원, 초·중·고에서 성교육강사로 나선 경험도 있다. 이렇게 누구보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이유는 나이가 더 들어서도 자녀들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가정의 불화가 아이들에게까지 답습되는 것이 가장 걱정이에요. 아이들에게도 의식적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하면서도 시간관리는 철저히 하려고 하고, 기본에 충실하려고 해요.”
가난, 가정문제로 자녀들이 위축될까 두렵다는 김씨는, 하지만 그것마저 극복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항상 건강하고 언제나 어느 자리에서나 필요한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아, 우리 함께 행복하자꾸나. 사랑한다.”
소박한 꿈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 엄마 김씨는 어려운 현실에서도 아이들에게 둘도 없이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고 있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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