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해결사’…가족들 묵묵한 후원 ‘든든‘
상담일 하면서 ‘남의 떡 크지만 내 떡도 크다’ 깨달아
“항상 ‘해결사’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이일을 하기 전에도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해줬거든요. 그럼 희망을 갖게 되고 도전하고 싶어진다고 말들 해주셔서 보람도 느끼고, 이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아산우리가족상담센터의 윤애란 대표의 말이다. 그녀의 외소한 체구는 일상에서 겪기 힘든 소소한 일부터 충격적인 일까지 다루는 상담일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지만, 선천적으로 긍정적이었다는 그녀의 자평과 함께 상담일에 뛰어들기 전부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이게 된다.
윤애란 대표(51)는 대학을 전공하거나 관련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12년의 현장경험으로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집중하고 있는 외국인이민자 여성과 관련해 전국적인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상담일을 하면서 남의 떡이 커보이지만 내 떡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으면 고민도 많이 했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선택과 집중을 할 수있게 됐어요. 상담할 때에는 집중해서 듣고 이후에는 마음을 비우는 거죠. 그래야 다른 사람을 상담할 때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거든요”
일반 가정주부로 지내다 39살이 되던 해부터 천안의 ‘여성의 전화’에서 사무국장을 지내고 ‘충남여성긴급전화 1366’의 초대대표, 가정폭력상담센터에서 1년간 소장으로 지내는 등 상담의 최일선에서 시작된 그녀의 상담경험이 2006년 여성가족부에서 결혼이민자여성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을 만큼 알아주는 전문가로 그녀를 자리잡게 한 셈이다.
윤애란 대표가 가족상담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뒤에서 그녀를 믿어주는 가족들일 듯.
“남편이 결혼전에 친구들이 저를 두고 ‘작은 거인’이라고 했데요. 남편은 저랑 성격이 반대라서 조용하거든요. 늘 죽으면 갖고 갈 수도 없는데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고 가라면서 묵묵히 응원해줘요. 사실 이일을 시작하면서 가정에 소홀해지는 부분이 있지만 아들들도 남편도 편안하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어요”
지난 2005년 6월 문을 연 아산우리가족상담센터는 아직 국가적으로 결혼이민자 가족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윤 대표는 개척의 의지를 갖고 뛰어들게 됐다.
처음에는 한국정착을 중점으로 한글교육, 문화체험 등을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인적자원의 개발을 위해 지난해부터 이민자가족을 위한 남편프로그램, 부부프로그램을 실시, 올해에는 영어교사, 통역사 등 전문직에 18명의 이민여성을 취업시키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처음 한글교육, 문화체험 등은 이제 기본이 됐어요. 이를 바탕으로 가족상담이 이뤄지고 자아실현을 위한 인력개발을 시도하게 됐죠. 올해부터는 이민가족의 자녀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부모자녀 NEIE교육, 일기쓰기를 실시하려고 해요. 특히 부부프로그램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남편들이 퇴근하고 집에오면 TV보거나 자기 일쑤였는데 이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말도 부드러워졌다고 하더라고요. 큰 변화인거죠. 실제 설문조사결과 부부프로그램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일반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이민자가족 프로그램보다 한발 앞선 시도와 분석으로 초석을 닦고 있는 윤애란 대표, 그녀는 궁극적으로 건강한 가족을 지향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 상담센터 이름 자체가 ‘우리가족상담센터’잖아요. 사회의 기초인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족에 초점을 맞춘거고, 이민자가족 뿐 아니라 아버지, 부부 등 우리가정의 건강을 위한 일을 하고 싶은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