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는 현대배구단에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2008년도 공유재산 무상사용허가 동의안’을 가결했다.(사진은 지난 17일 열린 총무복지위원회 재심사 당시 모습.)
천안 현대스카이워커스 남자배구단의 연습경기장과 숙소를 짓기 위해 천안시가 불당동 일대 약 3만2000㎡의 땅을 무상 제공한다는 내용의 ‘2008년도 공유재산 무상사용허가 동의안’이 가결됐다.
천안시의회는 지난 19일(금) 제127회 2차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원안 가결했다. 이에 앞서 총무복지위원회는 17일 재심사를 통해 ‘천안시와 현대캐피탈 남자배구단이 추가 협의한 내용대로 추진한다’는데 의결한 바 있다.
추가 협의내용은 ▷관중석을 당초 200~300석 규모에서 700~1000석 규모로 확충하고 ▷비시즌에 시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는 비치발리볼 경기장, 수영장(6라인 50m), 테마파크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유재산 무상사용허가 동의안 가결과 관련해 천안시의회는 ‘본질을 망각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배구단이 수영장 아니라 시민들에게 제공할 천연잔디축구장을 건축한다고 해도 이 경기장이 전용구장이 아닌 ‘연습구장’으로 지어지는 한 현대배구단과 국민은행농구단의 유관순체육관 중복사용문제는 여전히 미결과제로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심사 과정에서 국민은행농구단과의 중복사용문제를 언급한 시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일단 동의해주고 문제 생기면 지적하면 된다?
당초 천안시는 지난 11월21일 ‘유관순체육관 중복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캐피탈에 부지를 제공해 전용구장과 숙소를 건축하도록 했다’며 해당 부지(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242-2외 9필지 중 일부)에 대한 ‘2008년도 공유재산 무상사용허가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 11월21일 원안가결을 받아냈다. 이후 실제 협약내용에 전용구장이 아닌 연습구장을 건축하기로 한 것이 밝혀져 ‘허위보고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관련기사 본보 12월2일 보도.)
결국 이번 동의안은 ‘유관순체육관 중복사용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시작해서 ‘연습구장을 짓되, 관중석과 시민들이 이용할 체육시설을 보충하겠다’는 수준에서 가결된 것이다.
천안시는 재심의 내내 ‘더 협의해야 한다, 제안서를 받아봐야 안다’는 등 추상적인 답변만 내놓다가 ‘일단 믿어달라’며 동의안 가결을 요청했고, 총무위 역시 ‘일단 동의해주고 나중에 잘못되면 지적하자’는 몇몇 의원들에 의해 가결하기에 이르렀다. 당초 ‘천안시가 우릴 속였다’며 철두철미한 재심사 의지를 내비쳤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관대해진 분위기였다.
전종한 의원 “BTO사업에 부합되는지도 의문”
전종한 의원.
이번 동의안 가결에 대해 끝까지 석연치 않은 심경을 감추지 않았던 전종한 의원은 현대배구단이 건축할 건물이 민간투자법에서 정한 생활체육시설에 부합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해 새로운 논란이 예상된다.
전 의원은 “민간투자가 가능한 사업유형이 정해져 있다. 프로배구단의 연습구장과 숙소로 사용하는 것이 사회기반시설에 부합되는가?”라며 특혜시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번 사업유형이 민간투자법에서 정한 BTO사업에 부합되는지 기획재정부에 확인부터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BTO(Build-Transfer-Operate)는 민간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을 제안해 채택되면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 공사를 한 후 일정기간 동안 사용료·수수료를 징수해 비용과 이익을 회수한 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시설을 귀속시키는 방식이다.
천안시는 현대배구단에 향후 20년간 시설에 대한 운영권을 보장하기로 협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