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5일부터 ‘2008 행정사무감사’에 들어간 총무복지위원회 의원들. 유급제가 도입된 5대의회에서 3번째로 맞는 행감이어선지 의원들의 행감분위기는 자연스러웠다. 장기수·전종한 의원 주축으로 신·구 의원들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도 때론 뜨겁게 논쟁하며 시행정의 잘잘못을 짚어나갔다.
허술한 자체감사, ‘옴부즈맨’ 도입하자
“개발속도가 빠르다 보니 감사할 부분은 많은데 업무능력과 여건에 한계가 있다.”
임경환 감사관이 자체감사의 열악함을 인정하자, 전종한 의원은 “한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시 의지를 촉구했다. 부시장 직속도 형식적이라면 외부전문가나 시민감사관제를 두는 방안도 검토해 볼 것을 주문했다. 대부분 친관변적이거나 형식적 인물로 채워진 명예감사관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장기수 의원도 “시와 밀접한 관계자들로 구성된 명예감사관이 제 기능을 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맞장구쳤다.
장 의원은 공직비리를 찾아내는 ‘옴부즈맨’ 제도를 적극 권유했다. 감사관이 알아본 곳은 서울과 안양, 원주시로 잘 안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장 의원이 모범사례로 든 곳은 정읍과 부천시. 97년 도입된 부천시는 한해 200건이 다뤄지고 있다며 행안부도 이같은 운영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임 감사관은 “부천시를 가보고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삼천포로 빠지는 주민자치위
‘천안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왜 이 모양인가.’
장기수 의원이 시행정의 주민자치위 운영방안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작년 발언 재탕하면 안된다. 2007년에 지적하고 2008년 개선했는데, 2009년 또다시 역행하고 있다”고.
주민자치위 예산이 3년만에 32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김갑길 총무과장은 “초창기보다 활성화돼 읍면동별로 예산이 늘었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은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풀뿌리 자치활동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수단인 문화센터만 키웠다는 것, 올해 초 올바른 시책을 마련했으나 10월이 돼서야 지침을 하달한 것, 올해만도 담당자가 2번이나 바뀐 것 등을 지적했다.
장 의원 말로는 어느 도시는 담당직원만 3명을 뒀고, 또다른 곳은 도우미제를 시행하기도 한다며 “천안의 행정책임자들이 관심과 의지나 있냐”고 힐난했다.
김 총무과장은 “주민자치위가 특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담당자를 1년 이상 두는 등 제도적 보완과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24시간 무인민원발급기 운용해야
2000만원짜리 무인민원발급기의 활용도가 낮다?
천안시에 운영중인 무인민원발급기는 16개. 하지만 하루 운영시간은 9시간 뿐이다. 전종한 의원은 “왜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발급기를 최대한 활용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생활이 다양화된 사회. 민원기관의 직원이 퇴근한 뒤에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왜 살리지 않는가 물었다. 이충재 의원도 “타지역의 경우 대부분 13시간 이상 운영하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홍의정 종합민원실장은 “보완문제가 있고, 설치장소나 설치비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변명일 뿐. 전종한 의원은 “설치장소를 찾아보라”고 했고, 전종배 의원은 “시금고 은행 CD기 코너 한쪽에 설치해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충재 의원은 덧붙여 “천안시만 농지원부와 건축물대장이 빠져있다”고 지적하고 “안산시는 전국 최초로 본3동에서 24시간 40종류의 민원서류를 발급하고 있다”며 천안시도 감동 민원센터를 운영할 수 있길 당부했다. 앞서가는 행정을 펼쳐도 부족한데 뒤쫓아가지도 못해서 되겠냐고.
공무원친절도 ‘점수구걸?’
“평가점수 좀 올려달라니? 안되니까 설문업체를 바꿔. 이런 경우가 어딨냐.”
장기수 의원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천안시민단체인 KYC가 시행정의 불합리한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10년간 회장으로 활동했던 단체이기도 했다. “내가 이런 말 될 수 있으면 안하려 했지만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KYC는 천안시로부터 의뢰받아 공무원친절도를 조사해 왔다. 그동안 천안시는 자체조사를 통해 90% 넘는 평가결과를 받아왔다. 물론 지역사회는 신뢰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시는 최근 KYC에 공정한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99년부터 행안부 의뢰로 매년 천안 관내의 공무원친절도를 조사해 왔던 터라 적합한 단체로 삼은 것. 하지만 이들이 조사하니 70% 안팎의 저조한 결과를 낳았다.
홍의정 종합민원실장이 “같은 곳에 주다 보니까 이번엔 다른 곳에 준 거다. 노하우도 있는 곳이고…”라며 발뺌했지만 장기수 의원은 다른 데 이유가 있음을 밝혔다.
“(KYC로부터)모든 얘기를 들었다. 점수 좀 올려달라 해서 안된다고 거절하니까 2개월밖에 안된 충남발전연구원에게 준 것 아니냐. 내 말이 거짓이라면 대면해도 좋다. 충분히 얘기듣고 알아본 거다”고 큰소리쳤다.
이같이 강경한 태도에 관련 공무원들은 크게 반발하지 못했다. 일부 의원이 중재에 나섰고, 잠깐 정회를 가진 후 진정됐다. 장 의원은 “불미스런 일, 더 말하지 않겠다. 이런 식의 행정, 자제해야 할 사례다”라는 말로 끝맺었다.
부족한 영구임대주택 ‘방안 있나’
“영구임대주택에 대한 천안시 방안이 있나요?”
장기수 의원이 천안시의 영구임대주택 현황을 물었다. 무주택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마련된 영구임대주택은 1990년대 공급된 이후 끊긴 상황. 현재 추진중인 신방통정지구에 126세대의 임대주택만이 들어설 예정이다.
장 의원은 “시영은 중단한 상태고 주공과 연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나 구체적인 계획이 안나오고 있다. 주공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입장에서 주거문제를 안고있는 저소득층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향후 1000세대 정도의 수급자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에도 정확한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김희순 주민생활지원과장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제시했다. 서장근 주민생활지원국장은 “충분히 검토하겠다. 이 문제는 국가에서 획기적인 정책으로 힘있게 추진되는 부분이 있어 천안시도 이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언어치료에 ‘대기자만 126명’
이충재 의원이 ‘장애인 언어치료’의 심각성을 주장했다.
장애인의 언어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시기라며 “1~2년만 늦어도 영원히 치료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천안시의 각별한 관심을 촉구했다.
현재 천안시장애인복지관은 조기교육을 비롯해 심리, 언어, 물리, 작업, 수 치료와 감각통합 등 총 7개사업 11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인원만 364명. 그중에도 언어치료는 126명으로,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희순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언어치료(3실)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언어치료가 1년 정도 걸리며, 재대기율이 61%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언어치료의 중요성에 비추어 향후 증축사업이 잡혀있어 약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천안시청 축구단, 존폐위기?
장기수 의원은 올해 축구단 운영예산을 지적했다. 축구단은 당초 시 예산 10억과 후원금 10억으로 운영될 계획이었으나 추경에 6억이 반영돼 총 16억이 소요됐다.
시청축구단 이충렬 사무국장은 “내셔널리그 14개 구단이 평균 20~25억원으로 운영된다. 천안시도 20억원은 필요하다. 10억원 이상을 후원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경기침체가 겹쳐 후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기수 의원은 “애초 축구단 예산은 10억원이었다. 올해 추경예산을 받을 때도 첫해라는 이유로 내년부터 후원을 많이 받아 10억으로 하겠다고 답변했었다. 그런데 내년 예산을 15억 세웠다는 건 의회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장 의원은 이어 “2010년까지 K리그 2부리그가 세워질 계획이다. 내셔널리그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준프로라면 4~5배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돈을 쓰면서 축구단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해체할 것인가? 현재 천안시청축구단은 존폐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사무국장은 “실업축구연맹에서는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 실업팀에서 호응해야하는 문제가 있고 실제 현실화 될지는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시민체육대회 ‘먹자판이다’ vs ‘아니다’
전종한 의원은 “시민체육대회 총 예산이 7억2000만원이다. 하루에 7억2000만원을 소비하는 현행이 예산대비 효율적인가?”라고 질의했다.
김재근 자치행정국장은 “시민체육대회는 시민들의 화합을 위해 돈과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부분이다. 돈보다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전 의원은 “시민체육대회에 정작 시민이 없다. 관변단체 동원해서 자리만 채우고, 음식 준비하고 술이나 마시는 ‘먹자판’”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재근 국장은 “시민체육대회에 시민이 없다는 것은 책임성 없는 발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면 먹지 않고는 할 수가 없다”며 “먹자판은 행사 없이 먹고 즐기는 것이지만 시민체전은 각종 프로그램이 있다. 음식과 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것이 모여서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시민체육대회 참석자는 항상 정해져 있다. 시민체육대회가 발전하려면 더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지금 시민체육대회는 내용이 부실하고, 7억2000만원이라는 예산을 쓰기에는 낭비적 행사다. 내용을 보완해서 유지하던가, 아니면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명근 의원 역시 “행사에 식사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주객이 전도되면 안된다. 대회를 치르다보니 식사도 필요한 것이지 먹자고 시민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년간 의회가 시민체육대회에 대해 한결같이 지적한 내용에 대해 이제는 시도 다양하게 고민하고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체육청소년과 감사가 끝난 시간은 오후 5시40분 경. 현대배구단과의 업무협약, 시청축구단 운영, 시민체육대회 등과 관련한 지적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올해 총무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체육청소년과는 의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인기(?)를 독차지했다.
종합운동장 환경미화원·경비원 ‘최저임금법 위반’
장기수 의원은 천안시에서 위탁계약한 종합운동장의 환경미화원과 경비원 임금을 점검한 결과 최저임금 기준(78만6271원)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현재 환경미원화원은 최저임금보다 7만6361원을 적게 받고 있으며, 경비원은 24시간 맞교대 근무형태를 감안해 계산할 경우 100만8550원을 받아야 하는데 업체가 지급하는 기본급은 27만5662원이 적다.
장기수 의원은 “천안시는 위탁을 맡긴 입장이지만 당사자가 고발할 경우 관리감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위탁용역을 체결한 업체에 대해 사실확인을 실시하고, 그동안 법적으로 부족하게 지급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안시 역시 그동안 관리감독의 소홀함을 인정하고 사실확인을 실시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