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전통명인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2023년 천안시 전통명인’을 선정했다.
시는 최근 ‘천안시 숙련기술장려 육성위원회’를 열고 전통명인 신청자 5명에 대한 심사를 거쳐 전통서각분야 조명호씨, 상패제작분야 박성용씨를 전통명인으로 선정했다. 이들 전통명인에게는 지정패를 수여하고 시설 개보수·기자재 구입을 위한 보조금 각 200만원을 지원한다.
▲ 왼쪽부터 전통서각 조명호씨, 상패제작 박석용씨.
전통서각분야 조명호씨는 1997년 전통서각에 입문해 26년간 전통성과 현대적 특징을 접목한 창의적인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 서각기법에 수묵화, 회화, 판화에 주로 사용되는 그림각·투각·부조기법 등을 접목하고 자연친화적 채색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조명호서각창작공예연구원’ 운영 등 서각지도 및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조명호씨는 “앞으로 천안삼거리에 천안의 흥이 담긴 현판제작을 해보고 싶고, 이야기를 담은 서각을 제작하는 ‘마음대로서각 힐링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숨고르기 시간을 갖도록 지도하고 싶다”고 밝혔다.
상패제작분야 박석용씨는 1997년부터 상패 및 트로피를 제작하는 ‘공장광고기획’을 운영하고 있다. 박씨는 대리석, 옥돌 등 재료의 성질에 따라 힘의 강약을 조절하는 전문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박석용씨는 “앞으로 재능기부의 하나로 주택가 ‘문패달아주기’ 활동과 디자인을 전공한 자녀에게 기술을 전수해 가업을 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명호 작가/
“배고픈 시절. 젊은 혈기 하나만 믿고 살았어요. 95년쯤엔가, 어떻게 하다 알게 된 서각을 해보겠다고 조각칼 같은 걸 손에 쥐었죠. 벌써 오래 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하군요. 틈만 나면 서울로 올라가 전시회를 누볐었죠. 스승 모실 돈도, 빽도 없었으니…, 무식하게 무조건 전시회를 다니며 눈으로 배운 거죠.”
서각가, 조명호씨는 그렇게 과거를 회상한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서각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다. 젊음, 혈기, 이런 게 세상 사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기에. ‘평범한 가정’을 일구고 중산층 정도로만 살아올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삶이라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2017년 천안 동남구 차돌고개 2길16에 ‘조명호 서각창작공예연구원’을 열었다. 백석대 평생교육원 강사로 있는 그에게 145㎡의 이 공간은 수강생들의 교실이기도 하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연구원을 활성화시키는 것. 임대료에 직원 인건비까지 벌어야 했다.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제 믿을 건 오로지 ‘실력’이다. 그동안 좋은 평도 받았고, 무엇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서각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가 ‘각을 본다’거나 ‘결을 안다’고 했다.
“예전엔 몰랐어요. 어느 순간 나무의 결을 알게 됐죠. 서각은 칼질이 나무의 결을 이겨야 해요. 칼질이 나뭇결에 치이면 살아나질 않습니다. 그래선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없게 돼요.”
예전부터 서각에 대한 공부는 게으름을 피지 않았다.
그의 서각은 좀 더 특별하다. 현대서각도 아닌데다 전통서각은 더더욱 아니다. 한번은 서각작업을 하다 앞뒤로 구멍을 뻥 내버렸다. 마음까지 통쾌해지는 기분. 안된다는 규정도 없는데 왜 못했을까. 누구는 “그게 뭔 서각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예술은 창의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