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희망1004 운동’이 올해로 벌써 9년째가 됐다. 난 ‘희망1004운동’의 전담 기자다.
그동안 충남시사신문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천안아산시민들과 함께 천안·아산지역의 희귀·난치병 환자, 한부모가정, 극빈가정 등 소외된 이웃들을 발굴해 기사를 내보내고 모금을 통해 이들의 희망을 후원하는 일을 해왔다.
한 달에 한 번 기획되는 이 기사를 만드는 일은 내 기자생활 중 가장 힘들지만 가장 보람있는 일이다. 그동안 참 어려운 사람을 많이도 만났다.
2005년 3월 처음 만난 채철희 할머니를 시작으로 신문을 통해 본인의 아픈 사연을 드러내고 전한 이들은 지금껏 103명이나 된다.
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김동준 할아버지다. 2005년, 빚을 내 구입한 작은 컨테이너에서 혼자 생활하던 당시 72세의 할아버지는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무적자였다. 하지만 본보 보도이후 각종 매체에 사연이 소개되며 주민등록증을 갖게 됐고, 이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최소한의 지원도 받게 됐다. 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 ‘새 인생이 시작됐다’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던 그의 얼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현재 제2의 장미란으로 기대를 모으는 역도유망주 지혜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만났을 때 초등학교 3학년이던 지혜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됐고 전국체전 3관왕을 차지하는 등 나가는 대회마다 두각을 드러내는 또래 최강의 여자역도선수로 거듭났다.
그 외에도 중학교 재학당시 백혈병에 걸렸다가 이제는 완쾌되어 잘 살고 있는 상금이, 한국에서 단 한 명뿐인 초 희귀병을 앓던 영혜, 날 때부터 안 아픈 데가 없었지만 씩씩한 엄마와 함께 종종 소식을 전해오는 승민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늘 주변을 도와주며 남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던 월자 아줌마 등 소중한 인연들이 너무나 많다.
현재까지 희망1004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천안·아산 시민들은 약 1000여 명에 이르고 매달 모아지는 성금은 매월 평균 180만원이 넘는다. 그간 1억6000만원이 넘는 성금이 본보를 통해 우리 천안·아산의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어쩔 때는 대상자를 발굴하는 것에 애를 먹기도 하고, 안일한 삶의 태도를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다. 취재를 열심히 마치고 기사도 다 써 놓았는데 주변에 부끄럽다며 신문발행 직전에 보도를 고사한 분들도 있었다. 이런 저런 일을 겪다보면 때론 타성에 젖어 늘 비슷한 타입의 기사를 양산하는 나 스스로에 회의와 피로감에 젖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만남들이 내 기자로서의 삶에 폭과 깊이를 더해주고 나를 성숙하게 만들고 있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종종 기사를 보고 나에게 전화를 해오고 공감해주고 선뜻 후원에 동참하는 모습을 볼 때면 다시 새로운 의지가 솟아오르곤 한다.
다음 달엔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따뜻한 후원의 손길들을 또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