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비리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충남도교육청의 처벌 수준이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은 충남도교육청.
오제직 전 교육감 비리 관련 공무원들의 처벌 수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 30일. 충남도교육청은 불명예 퇴직한 오제직 전 교육감의 비리혐의와 관련해 뇌물수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거나 비위사실이 통보된 교직원 104명 중 일반직원 11명과 교원 2명에 대해 징계를 단행했다.
도 교육청은 이 중 일반직원 5명은 견책조치하고 5명은 불문경고 했다. 또 불구속 기소된 1명에 대해서는 1심 판결 때까지 징계를 유보했다.
견책을 받은 5명은 100만원 안팎의 뇌물을 건넨 경우고, 불문경고를 받은 5명은 50만원 이하의 뇌물을 건넨 경우다. 1000만원 안팎의 뇌물을 교육감에게 직접 건넨 교장은 파면됐고 다른 1명의 교원은 1심 판결 때까지 징계를 유보하는 것으로 처리됐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충남도교육청은 지난 12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기관청렴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뇌물수수 및 선거법 위반으로 자진사퇴한 도 교육감, 검찰에서 비리혐의가 통보된 100여 명의 공무원들. 2008년 하반기를 물들였던 어수선한 비리후폭풍 속에 받은 성과치고는 아주 의외의 결과물이다.
‘제 식구 감싸기?’
도 교육청의 비리공무원 징계처분을 놓고 ‘솜방망이 처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징계양정 기준에서 가장 중한 처벌은 파면이며 그 아래로 해임, 정직, 감봉, 견책이 있다. 불문경고는 징계양정 기준에도 포함되지 않는 수준이다.
‘충청남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의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감봉·견책’은 비위의 도가 경하고 경과실인 경우 ▷‘정직’은 비위의 도가 중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중과실인 경우의 징계라고 정하고 있다.
1000만원의 뇌물공여자가 파면된 상황에서 100만원의 뇌물공여자가 받은 견책처분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뇌물공여는 그 자체가 고의성 있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도내 교육기관별로 진행하는 수많은 연수에서 3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 초 천안지청 담당 부장검사는 “비위사실이 통보된 공무원 가운데 중징계가 필요한데 경징계가 됐을 경우에는 징계가 됐더라도 다시 기소를 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어 검찰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교조 “상식적으로 이해 안 돼”
전교조충남지부(지부장 윤갑상)는 지난 8일(목) 이같은 징계처분에 대해 강력한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전교조는 성명서를 통해 “100만원 정도의 뇌물수수가 ‘공무원징계양정규칙’의 최하위 징계인 견책밖에 되지 않는 것인지 상식적인 법감정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불문경고를 받은 5명은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징계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는 더욱 신랄하게 꼬집었다.
“공무원에게 있어 파면과 견책이라는 징계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뇌물액수에 따라 1000만원이 파면이라면 100만원도 당연히 그에 합당한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 또 징계가 유보된 A국장은 정년퇴임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1심판결을 기다린다면 자칫 행정처벌은 면제받는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엄정하고 조속히 징계처리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런 온정적 처분을 볼때 여전히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읍참마속의 각오로 재도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직 징계절차를 받지 않은 교직원이 90여 명이나 남아 있다. 이들이 어떤 징계를 받을 지 충남도민과 함께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