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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봉정 당시38·골수이형성증후군
평범한 가장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세 자녀를 뒀던 최봉정(38·아산시 용화동)씨.
하지만 지독한 병마 앞에서 그는 약하디 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폐결핵, 혈소판 감소증 진단을 받았던 그는 2002년 희귀난치성질환인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최종 판명됐다.
그 후 5년여 간 투병생활을 한 최씨.
우여곡절 끝에 일본의 한 기증자로부터 골수를 받은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로 개명까지 했었다.
"제2의 삶을 위해 희망을 끈을 놓지 않을 겁니다. 지금껏 도와준 분들께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살겠습니다."
그토록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줬던 최씨.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지병이 악화돼 지난 3월 세상을 등져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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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록·김민정, 34·27,세쌍둥이 부모
‘70개짜리 기저귀가 이틀 만에, 750g짜리 분유 한 통이 이틀이면 동이 난다.’
보통 동양인이 자연임신을 통해 쌍둥이를 가질 확률이 400분의 1, 세쌍둥이를 가질 확률은 8000분의 1 이상이라고 하니, 아이들과 부모의 인연은 처음부터 보통 인연이 아닌 셈.
태어났을 당시 아이들의 몸무게는 첫째 윤근이가 2.03㎏, 둘째 성근이가 1.92㎏, 막내 효근이가 1.6㎏로 셋 모두 2.5㎏이 못 되는 미숙아 들이었다. 더구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병원에 장기간 입원을 해야 했던 탓에 이 초보 부모들은 내내 노심초사했다.
미숙아로 태어났던 세쌍둥이의 소식이 알려지자 천안시보건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00만원을 지원했고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남양유업이 1년여 간 분유를 대주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커갈수록 다가오는 심적·경제적 부담, 책임감은 조그만 유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아빠에게 뻐근하게 다가오는 게 사실.
하지만 함께 웃는 3형제의 웃는 얼굴을 보면 부모는 금새 피곤함을 잊고 웃음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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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하림 당시17·천안 직산읍·골수이형성증
‘아무데나 엎드려 빌고 싶은 심정.’
지난 2월말 인터뷰 했던 하림이 가족. 당시 아빠는 병원에서 하림이의 진단을 들었을 때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학교에 늘 지각하던 고등학교 2학년 하림이. 8시30분까지는 학교에 가야 하지만 하림이는 늘 10시가 다 돼서야 간신히 학교에 도착하기 일쑤였다. 학교에 가서도 늘 엎드려 자던 하림이는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걱정을 끼치는 아이로 비춰졌다.
심한 빈혈로 찾아간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백혈병의 일종인 골수이형성증이었다.
24시간 맞교대로 택시운전을 했던 아버지는 급한 마음에 조카와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급히 헌혈증을 모으고, 카드대출, 신용대출, 보험약관 대출까지 받아가며 병원비를 준비했다. 3교대 공장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는 하림이의 간병을 위해 현재 회사에 사직서를 내기까지 했다.
6월 성공적인 골수이식을 마쳤을 때만해도 기대가 컸었지만 난소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서 급하게 재수술이 불가피 해졌고 결국 이 때문에 하림이는 부모님의 간절한 바람을 이뤄드릴 수가 없었다.
훌륭한 간호사이자 ‘소향’같은 CCM(기독교음악) 가수가 되고 싶다던 하림이. 하늘나라에서는 마음껏 찬송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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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철·최정숙 부부 57·50·아산 배방면 극빈·정신지체1급
봄기운이 만연했던 4월초, 하지만 아산 배방의 장상철, 최정숙 부부의 집은 몸이 굳을 정도의 냉골이었다.
보일러가 고장났다며 전기장판 위로 자꾸 올라오길 권하던 이들 부부.
아내 최정숙씨는 정신지체 1급에 당뇨·혈압·간질·오십견·디스크·위궤양·위염·심장비대·관절염 등 중·장년이 조심해야할 대부분의 병은 빠짐없이 가지고 있었다. 정신도 가끔 정상이었다 아니었다가 했다.
“그동안 얻어먹었으니 이제는 내가 해 줘야지, 다 품앗이 아닌감?”하며 어려운 형편에서도 아내를 챙기던 장상철씨.
수돗세가 적게 나오고 보일러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아내에게 정밀검사나 받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소박했었다.
보도가 나간 직후 수도를 고쳤다는 장씨는 지원된 돈으로 아내에게 보약도 한첩 지어 먹이고 병원에서 종합검진도 받게 하는 등 요긴하게 썼다고 한다.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올 9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앰뷸런스 신세를 지게됐고 다리 한쪽이 마비돼 지금은 몸이 불편한 상태, 가까운 병원에 이틀에 한번씩은 찾아가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해바람을 물었더니 그의 인간미가 더 진하게 다가온다.
“글쎄요, 올 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고 여러 이웃들도 어렵지 않게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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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이 가명·15·중3년·육상선수·극빈
개인 최고 기록이 140㎝가 넘는다는 한이는 충남소년체전에서 3위에 입상해 오는 5월말 펼쳐질 전국소년체전에 충남대표로 출전할 자격까지 갖췄던 유망주였다.
두정동의 한 중학교를 다니던 한이는 작년 6월, 지금의 체육선생님으로부터 스카웃 될 정도로 소질이 있었다.
하지만 '체육선생님'이 장래희망이라던 한이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또래보다 조금 더 고민이 많은 사춘기를 보내야 했다.
용돈이 부족할 때면 종종 성정동 집에서 40분이 족히 넘는 거리를 걸어서 등교하기도 하고, 막내 동생을 돌보는 ‘담당’이 돼야 했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생을 봐야하니 일찍 들어오라’는 엄마와 어린 동생은 가끔 야속하기까지 했었다.
언니와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많다보니 몸도 썩 좋지가 않다. 평소 장염에도 자주 걸리는 편이고 최근에는 빈혈까지 생겼다.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다보니 기록도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 고민은 더 깊어진다.
한이가 지금 바라는 것은 공부건 운동이건 충분한 개인시간을 갖고, 몰두해 보는 것.
2009 고입이 끝난 지금, 한이의 악성빈혈은 호전되고 엄마와의 다툼도 줄었지만 결국 운동은 포기한 상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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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13.아산시온천2동.뇌종양 투병
작년 10월, 사물이 2개로 겹쳐 보이고 시야가 좁아지면서 사시의 기운마저 생겼던 보라. 올3월 중학교에 입학하고 칠판글씨를 알아보기 힘들게 되서야 병원을 찾았다.
결국은 안경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병의 징후, 보라는 대학병원에서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3월에 1차종양수술을 받고 7월에 2차 항암치료를 받은 보라는 서둘러 학교에 가고 싶다.
언니와 같은 여중에 진학하게 된 뒤 학교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던데다 새 교복을 고작 열흘도 못 입어봤기 때문이다.
지난주 다시 확인한 보라의 근황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시신경 문제가 조금 남아있기는 하지만 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병원학교에서도 밝고 명랑함을 잃지 않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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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50·아산시 읍내동·뇌병변1급)
우여곡절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50년.
50년 전 시골 섬마을에서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여자아이의 삶은 방치를 넘어 잔인하기 까지 했다. 면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라는 통지가 나오자 아버지는 “저런 장애인이 살아서 뭐하냐”며 아예 사망신고를 내버렸다.
그로부터 20년이 넘도록 그녀는 서류상 죽은 사람이었다.
이후 시설에서의 끔찍했던 기억들을 극복하고 결국 아산에서 독립을 선택한 그녀는 이제 장애인을 돕는 장애인을 꿈꾸고 있다.
예전 같은 시설에 있었던 이웃들과 ‘희망장애인자립생활센터(cafe.daum.net/rla1225)’라는 작은 모임도 만들었고 이제는 십시일반 돈을 모아 다른 장애인을 돕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몸이 많이 좋아지지 않은 상태다. 배에 물이차고 조금만 먹어도 속이 좋지 않아 고생이 심하다.
하지만 앞으로 시집도 내고, 자립생활센터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최근에도 컴퓨터 앞에서 성경책의 말씀을 타자로 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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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진 13·천안시불당동·만성신부전증
6살 때 가을.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세진이는 잠잘 때 코를 심하게 고는 편이어서 코골이 수술을 하게 됐다.
간단한 수술이라 생각하고 사전에 받게 된 피 검사. 여기서 가족들은 상상도 못한 충격을 받게 됐다. 세진이가 ‘만성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 2월부터 세진이는 투석을 시작했다. 구토와 두통속에 이틀에 한 번, 3시간 반씩 받아야 하는 투석은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지옥의 시작’이었다.
그러다 지난 6월, 세진이의 조그만 몸에는 드디어 아빠의 커다란 신장이 이식됐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았다는 세진이의 요즘 장래희망은 ‘컴퓨터 애니메이션 작가’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숙제가 너무나 많다. 장기 이식을 한 사람은 몸 안의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또 이식한 신장의 유효기간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15년에서 20년에 불과하다. 의사는 향후 줄기세포 연구가 진행되고 의학이 발전하면 더 좋은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하지만 말 그대로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일.
게다가 앞으로 투여할 성장호르몬 주사에다 지속적인 관리비용까지 생각하면 경제적 부담은 결코 가볍게 볼 수가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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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수 14·아산온천2동·급성골수성백혈병
왕수는 이름이 주는 느낌처럼 튼튼한 아이였다. 작년만 해도 몸무게가 70㎏이나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57㎏. 게다가 항암치료 탓에 민머리, 하얀 얼굴로 마스크를 2개나 겹쳐 쓰고 나서야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환자가 돼버렸다.
‘스페어 택시기사’를 하는 아빠와 시장에서 떡볶이·붕어빵 장사를 하는 엄마.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부모에게 백혈병은 버텨내지 못할 산 같은 무게로 다가왔다
왕수는 지난 1월15일부터 단국대병원에 입원해 9월말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가족 중에도, 기증자 및 다른 사람의 제대혈중에도 맞는 골수가 없어서 스스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야 했다. 이후 10월말 이식에 들어간 왕수.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왕수도 현재 경과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한다. 지난 17일 단국대에서 열린 병원행사에서도 밝고 쾌활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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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옥 55·간질장애4급.아산둔포면
간질장애 4급으로 남편과 둘이 살고 있는 임순옥 씨.
미리 연락을 받고 마중을 나온 듯, 문밖에서 만난 임씨는 기자와 동행한 복지사들을 집안으로 먼저 들여보내고 잠시 숨을 고르다 따라 들어온다.
병약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임씨의 사연은 둘째아들 이주로(30)씨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서울에 사는 이주로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1급 장애인이다.
지금은 다소 나아졌지만, 남편은 일용직노동자로 생계를 이어오며 알코올 중독 상태로 가정폭력을 행사하곤 했다. 이로 인해 결혼 초부터 순옥씨에게는 요추간판탈출증이 생겼다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허리 디스크’가 그것이다.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는 고무판 같은 것이 외부 충격으로 무리가 생겨 원위치를 벗어나 튀어나올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척추 신경을 건드리면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생긴 허리통증이 어느덧 30년을 넘었다. 게다가 임씨는 오래전부터 간질까지 앓고 있다.
본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산시장애인복지관과 협의해 디스크 수술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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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은 9·천안 성정2동·급성골수성백혈병
“오진 일거야. 오진이 아닐까.”엄마는 백혈병이라는 시은이의 병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
지난 4월초부터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시은이, 원래 시은이는 동급생 남자 아이들을 때리고 장난칠 정도로 괄괄하고 밝은 아이였다고 한다.
"그랬던 애여선지 항암을 시작하고 처음에 시은이는 너무나 급변한 환경에 적응을 못했었어요. 머리가 다 빠진 주위 아이들을 어색해 하고 입을 아예 닫아버렸죠. 2달간은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했답니다.”
하지만 병원 내에 있는 학교를 다니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스스로 를“난, 빠박공주야” 하고 다닐 정도로 밝아졌다.
골수는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다 우여곡절끝에 일본인 1명이 이식의사를 밝혀와 겨우 이식을 받았다.
골수를 얻기 위해 국제적으로 코디네이팅을 하다 보니 들어간 비용이 3000만원을 넘었다. 지난 11월27일 골수이식을 마친 시은이는 회복실에 있었는데 최근 바이러스에 감염돼 아직 무균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혈병과는 무관하다는 말에 한시름 놨지만 아직도 엄마의 가슴은 두근반, 세근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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