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부자, 최고, 성장.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중요한 가치가 과연 이런 것들 뿐일까요? 이것들을 위해 경쟁, 서열화, 수월성 등을 불가피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야 하는 걸까요? 인간다움의 가치를 알고,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교육도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23일. 오늘은 전국의 중학교 1,2 학년 모든 학생들이 같은 시각,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 ‘전국연합 학업성취도 평가’ 소위 일제고사가 치러진다.
지난 10월에 전국 초등학교 3학년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에 이어 치러지는 이번 일제고사는 교육관의 대충돌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전교조 천안중등지회장으로 활동중인 전장곤 교사는 선생님으로써, 또 시험을 치러야 하는 중2 자녀의 학부모로써 더욱 안타깝고 고민스럽다.
“일제고사요? 명확한 반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법에 근거를 두고 실시되는 만큼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겠죠. 다만 시험을 보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고 이게 과연 교육적인 시도인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하라는 대로 해라’는 식으로 과거회귀적인 공포분위기만 한껏 조성하고 있으니 정말 걱정입니다.”
얼마 전 서울지역 교사 7명이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파면과 해임 이라는 강력한 징계를 받았고 전북의 한 중학교 교장도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을 승인했다는 이유로 도교육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예정이다.
“글쎄요, 그 선생님들이 정말 아이들을 망치려 했던 걸까요? 도박이나 음주, 횡령 같은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건가요? 이런 초강경 징계는 정말 상식 이하의 상황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돼요. 반대입장의 가치관 자체를 부정하고 공격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거죠.”
새 정부들어 국제중, 자립형사립고 허가, 대학의 학생 자율선발권 보장 등 ‘학력신장’을 명분으로 공격적인 경쟁교육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렇다 보니 오랜시간 수많은 노력으로 조금씩 줄여왔던 0교시, 아침·야간 자율학습, 보충수업 등도 살아날 전망이고, 이로 인한 학내갈등은 물론 학생들의 어려움도 더욱 가중될 게 뻔하다는 게 전장곤 교사의 생각이다.
“앞으로 1인 시위, 학부모에게 편지보내기, 신문광고 등을 통해 일제고사의 부당성을 알리는 여러가지 활동을 계획중입니다. 위에 계시는 분들이 교육의 가치를 좀 더 넓게 보고 아이들을 위한 결정을 내려줬으면 합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