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나은 공연을 하고 싶어요. 저희가 찾아가는 이웃들의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 있게요.”
지입차 기사, 우유회사 직원, 택시기사, 대학교 교직원, 라이브까페 사장…
다양한 직업군의 종사자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뭉쳤다. 이들 모임의 이름은 ‘울타리봉사단.’
지난 1995년 설립된 울타리봉사단은 현재 22명의 ‘끼 많은’ 회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다. 천안·아산은 물론 충남 전역의 사회복지 기관·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어려운 이웃들을 도다듬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초기에 장비라고는 오르겐 하고 노래방기계 딱 2개가 전부였어요. 간단한 간식꺼리를 챙겨 시설을 찾아가 공연도 펼치고, 노래자랑도 하고 입소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우리의 일이죠. 이제는 색소폰까지 포함된 거의 완전한 밴드는 물론 사물놀이, 부채춤, 창, 각설이타령까지 제대로 구색을 갖추게 됐답니다.”
올해초 단장으로 취임한 지영준 씨는 울타리 봉사단에 대한 끈끈한 애착을 감추지 않는다.
이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날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 충남의 웬만한 시설은 가보지 않은 곳이 없고 요즘은 노인병원 등까지 활동의 폭을 넓혔다.
“어려운 것은 운영비가 좀 부족하다는 것 뿐이죠. 매달 걷는 회비만으로 운영하다보니 인원이 많은 곳은 간식비만도 부담스러울 때가 종종 있거든요. 이달 16일에는 조치원에 있는 시설을 방문할 예정인데 원생이 300명 가까이나 된데요.”(웃음)
지영준 단장은 원래 충북 괴산이 고향이다. 80년에 아산의 한 회사에 입사하면서 94년부터 천안에 살고 있다. 지입기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한 번, 봉사를 하러 나가지 않으면 숙제를 안 해 놓은 학생처럼, 뭔가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답답해지곤 한다고.
“저희들을 만나 천진난만하게 즐기는 이웃들을 볼 때 ‘아, 이거 정말 그만둘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끼 많고 재미있는 회원들, 가족들과 함께하다보니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됐어요. 재주가 있고 의욕있으신 분들 남녀노소 누구나 환영합니다. 함께 해보자구요.” 지 단장은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