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사고는 특별한 사람만의 전유물인가’
조종리씨는 자신있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모든 것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하고, 그 물음은 누구나 묻고 사유하고 결론맺는 일을 되풀이하면서 더욱 사람다와지는 것. 내 존재와 가치를 알아가는 유익한, 어쩌면 유일한 수단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도 최근까지는 ‘자기만의 독백’에 매몰돼 있었다.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왜 따져야 하는지를 몰랐다. 일상생활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 ‘생계고’의 걱정에 빠져있게 만든다. 사고를 죽이는 늪이다. 생계형 인간에게 있어 철학적 사고는 ‘지적 허영끼’에 불과하다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 전 한 미학강좌는 그에게 본격적인 철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지난해 6월 신길수(북일고) 선생의 미학강좌를 듣고 4명이 모여 ‘쌍용구락부’를 만들었다. 미학에 대한 궁금증이 매개체가 됐지만 “알아갈수록 관념의 날개가 퍼득”거렸다. “처음 미학은 아름다운 학문인데 대체 뭘 아름답다고 하는가에 관심을 가졌죠.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미학 오디세이(진중권)’, ‘현상학과 분석철학(박이문)’, ‘현대미학 강의(진중권)’를 공부했어요. 결국 사회현상을 다채롭게 보고 해석할 수 있는 길이 보이더군요.”
회화, 조각, 문학, 영화, 사진, 미디어 등 모두를 아우르는 폭넓은 미학의 세계를 엿보고 이것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할 수 있는 시각이 ‘바늘귀’만큼 열렸다는 그. 4명이 출발했던 쌍용구락부도 1년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을 확보하며 11명으로 늘었다.
알수록 더 알고싶은 열정에 빠져 지난 7일(토)에는 그들이 공부해왔던 책의 저자, 진중권씨를 쌍용도서관 문화사랑방에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60여명이 참석한 이날 저자의 강의에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미학이 배움의 목표는 아니에요. 세상을 이해하고 가치있게 사는 삶…어쩌면 인생을 배우자는 것이 맞겠네요. 혹시 원하시는 분은 오세요(010-3172-0417). 매주 금요일 2시간여의 모임과 뒷풀이 토론이 이어져 재미가 쏠쏠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