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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서당 “하늘천, 따지”

등록일 2004년08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박용철 훈장(왼쪽)과 서당도우미로 나선 서태유 할아버지. 박용철 | 74 서태유 | 76 천안시 쌍용동 주공7단지에 12번째 서당이 열렸다. 여름과 겨울방학이 되면 시계추처럼 정확히 운영해 온 지 꼬박 6년째. 이제 사람들은 글읽는 소리가 나면 아이들이 방학했음을 안다. 올 여름방학은 57명이 서당에 입문했다. 서당공부에 생경한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배움을 가진 학생들이다. 그 중 이창해(쌍용중3) 학생은 11번째 서당을 찾은 토박이. 훈장의 가르침이 재밌고 배움도 커 계속 다니게 됐다고 귀띔한다. 박용철(노인회장) 훈장의 가르침은 쩌렁쩌렁하다. 늙고 6·25참전의 후유증도 앓아 병원을 들락거리면서도 훈장역할은 ‘똑’소리 난다. 단짝인 서태유(노인회 총무) 할아버지도 연신 길다란 막대기를 휘두르며 분위기를 다잡는다. 그렇다고 겁낼 아이들이 아니지만 잠깐은 말 잘 듣는 모범생이 된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명심보감’은 기본적인 생활예절이 담겨 있습니다. 안하무인도 가르침 후엔 공손해지며 효자로서 몸가짐을 가질 줄 압니다.” 성현들의 좋은 글만 발췌한 명심보감은 그 이름처럼 밝고 보배로운 글이다. 지난 23일부터 8월14일까지 23일간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3시간씩 맹강의가 진행되지만 장난기 많은 아이들 얼굴에 지루함이 없다. 명심보감 중 효행편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번 여름방학에는 정기(몸가짐), 안분(분수에 맞는 처세)편까지 뗄 예정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경로당 밥상을 펴놓고 가르쳤었다. 책 한권 없어 직접 필사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준비해야 했다. “열악한 형편에서 시작했지만 성무용 시장 배려로 책·걸상이 마련됐습니다. 그리고 시 지원으로 교재와 공책, 연필, 간식도 주게 됐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가르치겠다”는 박 훈장. 이른 아침부터 에어컨을 켜고 책·걸상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아이들 사랑이 담뿍 묻어난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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