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무던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도시 외형의 발전에 치중되는 느낌. 부문의 장기플랜이 보이지 않고 천안의 정체성도 희미해지는 것 같다.’ 천안시정 전반기에 대한 지역인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 두고 천안 YMCA 김우수 간사는 ‘의식의 공감대’가 없다고 지적한다. 시정이 대형사업에 신경쓰다 보니 인간사회의 세밀한 맛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시가 각 부문별로 어떤 정책과 지표를 갖고 가야할지 시민과의 의식교류가 없다는 것. 토론문화, 대화의 장이 열리고 시정이 귀기울이는 열린 사회가 구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정 … 구태 답습
성 시장은 행정가이기 보다 정치인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취임 초기 시정의 대폭 변화를 예고했다. “공무원도 변해야 한다”는 소신을 보이며 기업논리로 시행정을 이끌 것임을 강조했다.
이후 2년여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변했는가. 시민들은 시장이 바뀌었음을 알지 못할 정도로 ‘변한 건 없다’고 단언한다. 한 관계자는 “신설부서를 두는 등 시정이 몇가지 변화를 모색했지만 그 자체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는 긍정적 효과를 담보해야 하는데 마땅히 담보했다고 볼 수 있는 정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민원발생도 예전과 구별됨이 없다. 행정편의적 절차를 개선하지도 않았고 현장중심의 해소방안을 모색하지도 않는 것이 옛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선. 예산 1조원 시대와 신청사 건립은 시세확장과 반대민원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성과’라고 보긴 어렵다. 직소민원실 설치나 공보체육담당관, 주민자치과, 기업지원과 신설도 시세확장에 따른 조치로 행정서비스의 큰 변화를 읽어내기는 역부족. 시의회와의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서 의원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의원(2선)은 취임 초기의 좋았던 분위기를 거론하며 “지금은 의원들과 많이 소원해진 상태”라고 토로했다. 다른 의원(2선)은 “귀가 얇아져 일부 공무원들에게 휘둘리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말했다.
◆◆경제 … 지표설정 ‘무’
취임 당시 ‘경제시장’을 표방했으나 흔적은 많되 성과는 미지수다. 특히 경제지표를 설정해 놓지 않아 전반적으로는 주먹구구식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지역인사는 “기업유치나 불당동 택지개발에 따른 경영수익의 배분은 잘됐으나 개발붐에 따른 파생효과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만이다. 관내 건설업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역 농산물의 대형마트 직거래도 개선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 시장이 경제시정을 외쳤지만 원칙과 기준이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러브호텔 등을 예로 들며 “무분별한 허가만이 눈에 띈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시는 첨단산업단지 조성, 첨단 중소기업 유치, 해외통상활로 개척,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 지원, 재래시장 환경개선, 기업 전담부서 신설, 우리고장 공산품과 농산물 구매운동 전개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이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경제상황이 안좋을 때 좋은 정책은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경제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에 시민경제를 활성화시킬 정책들이 나타나길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사회복지 … 의식제고 필요
“시설은 시설로만 존재한다.”
반평생을 사회복지에 투신해온 관내 모 시설 원장의 말이다. 장애인복지관, 동남부권 복지타운, 치매병원이 건립 중에 있는 건 바람직하나 시설과 시정, 지역사회 3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전무하다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의식이 올바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의미에서 성 시장이 “삼자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시정”을 펼쳐주길 당부했다.
지역의 장애인에 대한 실제현황과 그들의 생활여건, 시설수와 만족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역할 등 많은 부분에 아직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게 현 사회복지의 현주소다. 장애인 뿐 아니라 육아시설에서 자란 아이가 사회인으로 나가며 발생하는 관리영역도 전무하다. 법의 잣대로만 충실히 따르려는 시정의 모습만 보이고 정작 필요한 사회적 고민이 없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성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문성동 관내의 쪽방 실태를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성 시장의 관심은 노숙자나 장애인 등 갖가지 소외된 계층의 사회복지에 필요한 정책이 수립될 것임을 암시했지만 이후 2년여가 흘렀어도 시정은 별다른 변화의 움직임이 없다.
성 시장이 각 사회시설을 방문하고 위로하는 모습에서 친근감은 느낄 수 있지만 피상적인 인기몰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정한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문화 … 실질적 제도 마련해야
성무용 시장의 관심사항 중 하나가 ‘문화’다. 좋은 공연을 유치하고 주말을 마다않고 찾아가 관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도자의 관심과 참여가 곧 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임을 아는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설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예술의 전당을 추진중에 있으며 유관순기념관 개관, 천안박물관 건립, 삼거리공원 확장, 조각공원 및 생활체육공원 조성 등 시설확보면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면모를 자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지역의 대표적 축제인 삼거리흥타령을 춤 페스티벌로 전문화시키고 부대행사에 머물던 예술공연을 ‘천안예술제’란 이름으로 독립시켰다. 그러나 천안시 문화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로 체계화?발전화의 과제를 던져놓고 있다.
한 시설 관계자는 “문화 활성화를 위해 시는 제도적 뒷받침과 예산 확대의 두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시민의 문화의식이 성장해 시민이 주인되는 무대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관계기관의 전폭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
문화공연에 깊이 심취해 있는 한 관계자는 “아직 천안이 수준높은 공연을 관람하는 준비가 부족하다. 시설적인 면과 공연 에티켓에서 인근 서울과 비교된다”며 천안 내에서 독자적인 문화가 싹텃으면 좋겠다는 말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