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꿈꾸는 기타리스트 ‘성현제’

가정주부에서 클래식기타 연주자로

등록일 2004년07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문화원 개원50주년 기념 문화예술제에서 성현제씨가 클래식기타반 연주를 지휘하고 있다.

 


대중적인 악기를 말하라면 사람들은 첫손에 ‘기타’를 꼽는다. 노래반주로 적합할 뿐 아니라 저렴한 악기구입비용, 배우기 쉽다는 등의 이유다. 누구나 접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바이올린, 첼로 등과 달리 싸구려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는 무지에서 오는 오해다. 기타도 선율 고운 클래식 연주가 있다. 연주자가 극소수에 불과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천안에 여성 기타리스트가 있다. 그동안 두 번의 독주회로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무대위에 선다는 긴장 때문인지 연주를 끝낸 맛이 항상 씁쓸하다는 그. 맑은 눈에 어린 열의가 구도자의 모습을 띠고 있다. 성현제(44)씨는 30세가 넘어 다시 기타를 들었다. 고2때 클래식 연주를 접하고 반한 향수가 고개를 든 것이다.

처음 기타를 배운 것은 대학때. 기타의 매력에 빠져 흔치 않은 ‘세고비아’ 기타를 사서 독학했다.

“잠시 배운 기타는 결혼과 아기 키우며, 거의 10년 가까이 손을 놓게 됐죠. 하지만 늘 치고 싶었어요. 기타연주 테잎을 즐겨듣곤 했죠.”

둘째 아이가 4살된 무렵,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간절함이 한계에 다다랐다. 1년쯤 학원에 다녔는데 성에 안 찼다. '실력 있는 연주자가 천안에는 없는걸까.' 결국 서울로 발길을 돌렸지만 서울로의 행보는 ‘억척’ 없이 안 될 일이었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놓고 서울로 내달려 2시간 사사받은 후 점심도 못먹고 내려왔다. 그래도 아이들 돌아올 시간을 못맞추자 장롱면허를 꺼내 직접 고속도로를 탔다. ‘이렇게 목숨까지 걸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8년을 버텼다.

2002년 천안문화원에 개설된 클래식기타반을 맡아 매주 2시간씩 초급 10명, 중급 13명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서울을 오가며 배운 고생이 커서인지 제자들에게는 사람좋고 실력있는 선생으로 통한다. 편안하고 즐겁게 가르치려는 그의 교육방식은 깔끔하면서도 자유롭다.

지난 9일(금) 문화원 50주년 기념 문화예술제에는 중급반 13명이 멋진 연주를 선사하기도 했다. 클래식연주는 마니아의 것. 그만큼 매달리지 않고는 일정 수준에 오르기 어렵다. 뜯고 치는 손가락이 줄에서 1㎜만 벗어나도 제 소리가 안나는 클래식 기타연주의 까탈스러움이 있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자들이 제법 듣기좋은 소리를 내는 것을 보며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천안의 공연문화가 좀 더 발전되길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공연자와 관객이 하나의 호흡을 이루게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시설적 배려부터 공연 대상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운영해야 한다.

“내년쯤에는 동아리 분위기가 한껏 나는 기타학원을 운영해볼 생각입니다. 좋은 연주자를 배출하기 위해 소수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기도 합니다. 1백50석 정도의 무대에서 마이크 없이도 클래식기타의 생음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더 좋겠구요.”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